대답 없는 메아리

2009.07.15 19:54:24

15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홈플러스 청주점 앞에서는 홈플러스 24시간 영업 철회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출점 중단 요구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5월 이래 최대 규모의 규탄집회가 열렸다.

청주시내 12개 재래시장 상인을 비롯해 도·시의원,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천여명이 모였다.

특히 이 자리에 모인 재래시장 상인들은 점포 문까지 닫고 집회에 참석했다. 앞서 이들은 홈플러스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이 날 하루 동안 철시를 결의했다.

도내 최대 재래시장인 청주육거리종합시장에서만 이날 1천500여개 점포와 노점이 문을 닫은 걸 보면 집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철시엔 동참한 상인은 훨씬 많았음을 알 수 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상인들에게 철시란 말 그대로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그러나 지역상권을 독식하고 있는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지역상인들의 저항은 날로 거세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상대의 반응은 초지일관 묵묵부답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국회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추이를 지켜본 뒤 그에 적합한 대응을 하겠다는 것 외엔 공식입장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답답한 지역상인들이 다음으로 내놓을 공격카드는 '사업자등록증 반납 운동'이란다.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의미로 오는 17일 청주세무서에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하겠다는 것이다.

상인들에게 사업자등록증 반납은 장사를 접겠다는 뜻이다. 당장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가야 할지 걱정해야 한다. 그만큼 절박하다.

홈플러스는 이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일까. 시작도 하기 전에 초를 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홈플러스의 꽉 막힌 문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상인들도 본인들이 할 수 있는 행동들이 모두 '대답없는 메아리' 혹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집회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이 모든 게 부질없는 짓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망하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구호를 열심히 외치고는 있지만 커다란 벽을 보고 혼잣말을 수없이 되뇌는 것만 같다"며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좋다. 대기업은 눈·귀 모두 막아 어찌할 수가 없다고 하자. 그러나 정부나 국회마저 이들의 목소리를 져버려서는 안 된다.

지금 외치고 있는 지역상인들의 목소리는 비단 홈플러스에게만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는 법으로라도 이들을 막아주지 않으면 우리는 살 수 없다는, 제발 우리를 살려달라는 진심어린 호소인 것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