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들 생계 걱정에 '한숨만'

<골목상권 독식하는 SSM - 하>

2009.07.23 20:01:20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입점 예정인 청주시 흥덕구 개신동 우정한사랑아파트 상가.

청주시 흥덕구 개신동 우정한사랑 아파트 인근 중소상인들은 요즘 맘이 편치 않다.

삼성테스코(주)의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우정한사랑 아파트 1층 상가에 입점키로 하고 내부수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 번 들어오면 인근 상권을 완전 싹쓸이해가는 SSM의 어마어마한 위력을 잘 알고 있는 터라 가슴 속이 답답하다.

입점 예정지와 2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5년째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55)씨.

장기불황에 해마다 눈에 띄게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까지 들어온다니 말조차 나오질 않는다.

최씨는 "곧 길바닥으로 쫓겨날 판인데 맘이 편할 리가 있겠습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홈플러스 입점만은 막아야 할 텐데 답이 안 나오네요"라며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또 다른 마트 업주 조모(46)씨는 마트를 찾는 손님들에게 홈플러스의 부당함을 알리는 전단지와 함께 불매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입점 예정지와의 사이에 4차선 도로를 끼고 있다고는 하지만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조씨는 "홈플러스의 부당함을 설명하면 대부분의 손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서명을 해줘요. 하지만 홈플러스가 들어온 후에 실제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해줄 지는 사실 장담할 수 없잖아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기는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니다.

계란을 납품하고 있는 중간상인 김모(40)씨도 당장 생계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홈플러스는 모든 물품을 직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지역 중간상인이 끼어들 틈이 없다. 게다가 홈플러스의 등살에 문을 닫는 소매점이 늘면서 납품처도 하나 둘씩 줄어가고 있다.

"설사 지역 소매점들이 문을 닫지 않아도 홈플러스가 입점해 있는 지역은 물품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판매량 보다 반품량이 오히려 많은 실정"이라는게 김씨의 설명이다.

지역상권 몰락이 지역 부동산시장 침체와 가격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SSM의 지역상권 독식으로 문을 닫는 점포가 늘면서 아파트 주변 상가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발생, 아파트값 하락으로 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신동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는 이모(48)씨는 "실제 지난 6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4호점이 입점한 개신우체국 인근 상가에 빈 점포가 눈에 띄게 늘었어요. 홈플러스 때문에 매출이 나오지 않으니 누가 들어오려 하겠어요. 아파트 단지내 상가가 텅텅 비면 아파트 값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무조건 편해서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만을 해서는 절대 안됩니다"라고 지적했다.

/ 전창해기자 wide-s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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