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서거와 국민대통합

2009.08.23 19:20:06

'3김'이 정치판 막전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당시 시중에는 "우리나라 정치인중 3김씨는 지나치게 건강이 좋다"는 희화화된 말들이 나돌았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부터 거의 반세기 동안 DJ,,YS, JP 등 영문 이니셜로 통칭되던 김대중, 김영삼,김종필씨 등 3명의 김(金)씨가 씨줄고 날줄로 교직(絞織)한 현대 한국정치사는 그 한축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됨으로써 종언을 예고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가장 활발하게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가져 야당인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이며 당 대표로 부터는 어버이라는 호칭을 들을 정도였다.

DJ 보다 세살 적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가끔씩 날 선 정치관련 발언을 터뜨렸지만 파괴력은 예전만 못했다. 야당 총재를 지내기도 했지만 현재의 야당으로 부터는 큰 존경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아마도 3당 합당으로 여당의 옷을 갈아입는 바람에 그런 것 같다.

역시 3당 합당의 한 축이던 김종필 전 총리는 세명중 유일하게 집권을 하지 못하고 영원한 2인자로 불리면서 파란의 정치 역정을 살아왔으나 자민련의 침몰로 급속히 영향력이 떨어져 언론에 비치는 일도 제일 적었으며 근래는 건강도 안좋아 과거 위세를 감지하기가 빈약하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정치판에 이들의 족적과 남겨놓은 편린 들은 그 후배 정치인들에게 어찌보면 교과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참고사항으로 크고 작은 영향력을 남겨놓았다. 그러나 이제 세축의 한 축인 동교동 정치가 무대에서 퇴장하게 됨으로서 향후 현 정국의 정치판도는 새판을 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다름아닌 동지에서 적으로 ,적에서 동지로 이합집산의 질곡을 겪었던 동교동· 상도동계 정치인들의 해후와 향후 행보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 전 병상의 DJ를 찾아 위문하며 "이제 영원한 동지이자 경쟁자 관계였던 우리 사이의 화해로 봐도 좋다"는 의미있는 말 한마디가 촉발이 된 두 계파의 화해 모색은 어떤 식으로든 현실 정치에 미묘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공동상주 자격으로 조문객을 맞았는데 감회가 새로운 듯 민주화 투쟁 동지들끼리의 만남을 반가워했다고 한다.지금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으로 갈라져 있지만 당적을 떠나 정치적 시원(始原)인 민추협의 정신으로 돌아가 동서의 화합을 모색하는 선도 그룹의 역할에 나서야 할 부담도 함께 가지면서 말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 영남, 호남으로 갈라진 국론분열의 용광로는 양김씨의 동교동, 상도동계의 태동으로 빚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화된 지역갈등은 반쪽 대통령의 탄생과 호남당 , 영남당의 체제를 존속시키는 큰 줄기였다. 지도층도, 국민들도 이 폐해가 언젠가는 종식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오래전 부터 일치를 보고 있었으나 정권을 잡은 헤게모니 그룹의 제밥그릇 지키기로 말미암아 구두선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절대 권력자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추종자 들의 희생이 제일의 덕목으로 요구되는 것이기에 더 더욱 쉽지 않은 것이다.

석달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갑작스레 세상을 뜨면서 한국 사회에 고한 화합의 유지나 이번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생 주창한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이제 진정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이 실행을 하고 후세들에 새로운 정치, 사회적 패러다임을 남겨주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대중의 합의가 어떤 식으로든 이뤄져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을 두고 갈등이 노정된 것이나 노 전대통령때의 장례절차 결정과정의 진통 등은 우리가 국민대통합과 국론일치를 이루기까지 얼마마한 시간과 희생이 뒤따라야 할 것인지를 단적으로 잘 나타내주고 있다. 

김 전대통령이 퇴임후에 계속 화두를 던졌던 민주주의의 후퇴나 인권의 훼손 여부는 국민 개개인의 느낌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처해진 환경과 문화가 상이한 상황에서 일률적 잣대에 의한 평가는 무리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100일 새 두명의 대통령 장례를 치르는 우리로서는 그들이 남겨놓은 메시지를 현실에서 완성시키는 주역이 되야 한다. 정말로 동서 균열의 뿌리깊은 고질을 제거하는 시술사가 되야한다. 아울러 현 정권의 진정성을 담보로한 과감한 탕평책 등이 수반되는 것은 필수이다. 세상을 떠나는 지도자들 마다 앵무새처럼 언제까지 국민대통합을 읊조리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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