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 맨에 입문하면서

2009.09.10 17:00:58

임병무

논설위원

사회구조가 복잡해진 오늘날, 옴부즈 맨(Ombuds man) 제도는 언론, 사회복지, 시민운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보폭을 넓혀가고 있고 실제로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개체와 개체 간에, 공급자와 수용자 간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의 소지를 사전 차단하거나 분쟁으로 인한 명예훼손 등 수용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대폭 줄이고 쟁점에 대한 원만한 접점을 찾게 되었다. 특히 언론 보도로 인해 선의를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각 미디어는 거의 이 제도를 도입하여 미디어와 수용자 간의 마찰을 해소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충북일보도 이 제도를 도입, 필자를 옴부즈 맨으로 임명하였다. 지역 언론계에서 30년 몸담아 왔지만 옴부즈 맨으로 일하게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옴부즈 맨이 언론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그리 생경스런 것은 아니지만 처음 대하는 영역이므로 이 직책을 어떻게 수행해 나갈까 적지 않은 부담감이 생긴다. 일면 영예로운 직책이지만 업무의 수행과정에서 독자의 질타를 귀 기울여야 하고 이에 적합한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십자가를 진 듯 무거운 책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매일 신문을 모니터링 해야 하고, 홈페이지 댓글을 확인해야 하며 독자권익위원회에도 참석하여 따가운 질책과 항의도 들어야 한다. 신문의 제작방향도 제시해야 하고 편집이나 기사작성의 문제점을 스크린 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묶어 옴부즈 맨 칼럼을 쓰고 이를 통해 독자의 불만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 나의 과제다.

이 책무를 부여받은 나는 신문과 독자의 경계선상에 있지만 시선은 항시 독자를 바라보며 독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불만사항은 또 무엇인가를 간파해야 한다. 더 솔직히 말하면 신문사에서 임명한 직책이지만 기능은 독자를 위한 매카니즘으로 작동해야 하고 신문보다는 독자의 편에 서 있어야 한다. 신문의 으뜸 기능은 환경의 감시에 있다. 환경을 감시하는 신문을 또 감시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잘된 것은 잘됐다고 칭찬하고 잘 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고해성사의 자세 없이는 이 직책을 수행해 나갈 수 없다고 본다. 어찌 보면 독자의 신뢰를 위해서 부득이 신문사로부터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배신과 배반을 밥 먹듯 해야 하는 위치인지도 모르겠다. 번민의 밤 속에서 독자의 새벽을 열 수 있다면, 불면의 밤 속에서 미디어의 불순물을 여과하며 영롱한 아침이슬을 맞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긴 밤을 지새우리라...

이하 각설하고 지난 8일 열린 독자권익위원회에서 제시된 견해 중 하나만 짚고 넘어가면서 데뷔의 운을 떼고자 한다. 이날 제시된 의견은 신종 플루, 청주·청원 통합문제 등 핫 이슈가 주종을 이뤘다. 이중 신종 플루에 대한 매스컴의 충격요법 식 보도가 질타의 대상이 되었다. 신종 플루를 정확하게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미흡한 채 신종 플루의 확산 등을 마치 기록 갱신하듯 보도하여 공포감을 증대시켰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충북일보의 '신종 플루 검사지원 대책 시급'(8월27일자 1면)이라는 기사는 실질적으로 감기 환자의 신종 플루 검진에 큰 도움을 주었다. 최고 13만 원에 달하는 검사비의 문제점 등을 분석하여 검진자의 부담이 과중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기사는 타 매체로 파급되어 여론을 환기시켰고 결국 보험 적용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수용자의 입장을 잘 간파한 현장 취재 기사로 신종 플루 관련 기사 중 단연 돋보이는 기사였다.

그러나 같은 아이템을 두고 같은 날짜에 서로 상충되는 기사를 실은 것은 실수였다고 본다. 9월2일자 1면에는 '신종 플루 확산 주춤'이라 했고 3면에는 '충북 학생환자 급증'이라고 제목을 뽑아 혼동을 주었다. 내용은 다소 다르나 독자는 본문이전 제목만 읽고 뉴스 밸류를 판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사의 제목화' 추세에 맞는 편집을 연구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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