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들의 대반격

2009.09.21 18:13:39

대형유통업체의 무분별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진출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동네슈퍼들이 '대반격'을 모색하고 있다.

충북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은 이달 초부터 공산품 80여개 품목을 공동매입하기 시작했다. 공동매입한 상품을 한 달에 일주일간 세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함이다.

이에 지난 10일에는 식품과 생활용품 등 구매 횟수가 높은 상품들로 청주지역 50여개 전체 조합원 슈퍼마켓에서 첫 번째 공동세일을 실시했다.

앞서 지난달 26일부터는 국세청으로부터 영세상인들을 위한 주류 면허를 획득하고 주류 유통업을 시작했다.

조합이 제조사로부터 직접 제품을 구입해 기존보다 15~20% 할인된 가격으로 조합원 슈퍼마켓에 공급하면서 주류 도매상을 통한 유통단계가 생략되자 주류가격은 대형마트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들은 또 공동구매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물류센터의 확장 이전도 계획하고 있다. 공동물류센터는 청주 외곽지역에 대지 1만㎥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참여하는 가게 수가 적어 걸음마 단계이지만 대량구매를 통해 구입단가가 낮아져 저렴한 가격에 제품 판매가 가능해지면 고객은 물론 참여하는 가게 수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에 힘을 더하듯 지난 17일 정부는 중·소유통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종속관계가 형성되는 기존 체인스토어 체제와 달리 중·소상공인이 독자적 지위를 확보한 형태로 대형 유통 체인을 구성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2014년까지 488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중·소유통업체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공동물류센터 건립도 전폭 지원할 방침이다.

다시 말해 중·소유통업 조합을 만들어 좋은 물품을 판매하고, 지역별 물류 창고를 만들어 물류비용을 줄이면 대형마트들과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란 복안이다.

정부의 이같은 복안은 유통산업의 대형화 자체가 대세인 현 시점에서 무조건 막기보단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생존이 벼랑 끝에 몰리자 궁여지책으로 나온 결과이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시장경제논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그동안 국내 중·소유통업체들이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기 보단 바로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끊임없이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고객의 요구와 주변 여건 등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특색있는 서비스나 매장 운영 노하우를 개발해 적용하지 않으면 고객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성공'하지 못하면 '몰락'이라는 사선에서의 깨달음이지만 변화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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