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 맨 - 한글 사랑하는 신문을 만들자

2009.10.08 14:19:08

임병무

논설위원

조선조 3대 임금인 태종 이방원은 조선의 개국과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피 냄새가 진동하는 그였지만 한 가지 신통한 것은 세종대왕인 충녕대군을 낳았다는 점이다. 우리 역사상 만약 세종 임금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한글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우리 국민들은 그 어려운 한자를 익히느라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을 것이다. 훈민정음은 사대부들 사이에 '언문'이라 하여 푸대접을 받았지만 오늘날의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네스코를 통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상이 두 가지 있는데 그 하나가 '세종대왕 문해상'이고 또 하나는 청주시에서 비롯된 '유네스코/ 직지상'이다.

'유네스코/ 직지상'은 인류 기록문화유산 보존에 공이 큰 개인·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고 '세종대왕 문해상'은 문맹퇴치와 관련된 상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청주 흥덕사에서 찍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과 사이좋게 세계기록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다. 신문·방송은 곱고 바른 우리말을 쓰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은 신문·방송이 필연적으로 공익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제2의 교과서이기 때문에 한글의 바른 사용에 첨병이 돼야 한다. 외래어 사용을 가급적 억제해야하고 오탈자가 없도록 하며 띄어쓰기를 바로 하는 등 한글 맞춤법에 충실해야 한다. 물론 그동안 신문·방송은 그런 명제에 충실해왔지만 앞으로도 그 임무수행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신문 편집이 가로쓰기를 하면서 한자 사용은 크게 줄어들었다. 또 기사의 모두를 컴퓨터에 입력, 출력함으로써 띄워 쓰기가 많이 개선되었다. 신문에서 한자 사용은 최소화 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히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괄호 안에 처리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일본식 한자 사용은 어쩐지 눈에 거슬린다. 신문에는 아직도 일본식 한자 조어가 난무하고 있다. 시합(試合)은 경기나 겨루기로, 도합(都合)은 모두로, 계주(繼走)는 이어 달리기로, 대하(大蝦)는 왕새우로, 절취선(截取線)은 자르는 선으로, 대절(貸切)은 전세(傳貰)로 사용해야 옳다. 지난 9월 7일자 '청주 줄댕기기' 관련 기사에는 '시합'이라는 일본식 한자 용어가 두 번이나 등장했다.

필자도 민초(民草)라는 일본식 한자를 여러 번 사용한 적이 있어 나부터 반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을 대신할 용어가 좀 궁색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백성(百姓)은 봉건시대의 용어이고 국민(國民)은 전체주의적 색채가 있으며 인민(人民)이란 말이 괜찮은데 북한에서 전용(?)하다시피 하는 용어여서 왠지 꺼림칙하다. 잠깐을 잠간(暫間)이라고 한다든지, 온돌을 온돌(溫突)이라고 쓰는 것은 억지춘향 식 한자 표기다. 잠간은 일본식 한자표기이고 중국에 있지도 않은 온돌을 온돌(溫突)로 표기하는 것도 이상하다.

인터넷이 제3의 언론으로 등장하고 있는 오늘날, 갖가지 인터넷 신조어가 사이버 상에서 떠돈다. 훈남(훈훈한 남자), 남친(남자친구), 여친(여자친구), 초딩(초등학생)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해도,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마초남(Macho:남성다운 남자)이라든지 토이남(여성성을 지닌 20~30대 남자), 품절녀, 품절남, 우엉남, 찌질남, 소심남, 명가녀 등 이상한 신조어는 한글의 순수성을 훼손시키는 용어들로 자제해야 한다. 더불어 아이콘, 아이돌, 인프라, 벤치마킹, 패러다임, 인터 폴, 러브 콜 등 요즘 신문지상에 난무하는 영어들도 그 사용을 냉철히 따져봐야 하고 사용이 불가피 할 경우엔 한자처럼 괄호 안으로 처리했으면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한글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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