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의 애환과 삶 - 재래시장 활성화… 5일장 의미 퇴색

다른 지역서 구경할 수 없는 특산품 다영
현대화된 시설에도 '서민 삶' 그대로 투영

2009.11.08 15:38:44

"충북도내의 모든 특산물의 집합장소입니다. 육거리 시장이 개설되면서 장날이라는 의미는 퇴색해져 언제든지 찾으면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 좋아요"

"옆집 기순댁은 오늘 왜 안나왔는지 아는 사람있어요!" "아들이 신종플루 걸려서 병원갔다고 하던데...다들 신종플루 조심해!"

ⓒ김태훈 기자
청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육거리 시장의 이른 아침 풍경이다.

청주는 재래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5일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청원군의 면단위 지역은 다양한 형태의 5일장이 서고 있다. 미원면(4,9일), 문의면(4,9일) 등과 오창장날은 아직까지는 명맥을 유지하면서 시골장날의 풍경이 아직은 새록새록 묻어난다.

미원면의 5일장 인기는 단연 올갱이국이다. 지금은 중국산이 많이 점령하고 있지만 10여년전만 해도 올갱이국은 인기를 독차지 해왔다. 또 미원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쌀이 유명하고 장날을 찾아 이동하고 있는 장돌뱅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각종 손기구와 철골 등의 좌판을 벌이고 있는 김동석(56)씨는 "갑자기 추워져서 사람이 별로 없어 오늘은 일찍 철수해야 만 할 것 같아"라고 말하는 그의 주머니에는 8만여원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판매한 수익금은 이것이 전부였다.

"예전만 못해. 지금은 다들 먹고살기 힘드니까.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있어. 기자양반도 하나사봐..이거 정말 집에서 쓸만해"라며 작은 공구를 건넨다.

"장돌뱅이가 맞냐"고 물으니 펄쩍 뛰며 "우리는 이동상인이야. 장돌뱅이라고 부르면 혼나"라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다.

문의면의 장날은 썰렁 하기만 했다. 기온이 급강하한 탓인지 작은 페이트 통에 나뭇가지몇개 얹어놓고 추위를 피하고 있는 이옥순(67) 할머니는 "추워서 이짓도 못하겠어"라며 "죽어서 뭍 힐 자리나 하나 준비하려고 5년째 이렇게 장날만 나오고 있어. 사진은 찍지마. 애들이 보면 혼나. 지금은 애들도 다 커서 대전과 청주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는 지난세월의 무상함을 엿보게 해준다.

작은 면단위 5일장 이지만 이곳은 사람이 사는 향기가 묻어난다.

"할머니 점심은 어떻게 해결 하세요"라는 질문에 홍시와 부추를 팔던 한 할머니는 "에이 이것도 다 못팔았는데 무슨 점심이야. 안팔리면 홍시나 먹지뭐..., 영감하고 장날마다 같이 나왔는데 오늘은 감기가 걸려서 혼자 나왔어"라며 멋 적어 하셨다.

청주의 재래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청주 직지 쌀'과 서촌동과 수의동에서 생산한 '뻘국산 고구마'로 점질 양토의 황토밭에서 생산돼 맛이 좋기로 이름이 명성이 있다.

또 김장철을 맞아 사천동에서 생산된 대파와 쪽파 부추 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파와 쪽파는 보명개 토양지역에서 재배한 것으로 파 특유의 매운맛과 줄기가 길어 품질이 좋다고 상인들은 설명한다.

특히 엽채류로 청주 인근지역에서 생산된 청정 농산물로 러브콩으로 강낭콩에 글씨를 새긴 콩과 식충식물도 있고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토종꽃도 눈길을 끌고 있다.

분재와 장미도 인기를 얻고 있고 끝물이지만 포도도 주목을 받았고 배와 사과도 있다.

특히 느타리 버섯과 표고 버섯은 50대 이상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또 청주 평동떡마을에서 생산된 '우리떡'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직지떡은 멥쌀로 만든 절편에 청주를 상징하며,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문양을 새긴 틀로 찍어내고 있다.

이외에도 타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토마토 고추장'과 '녹용 사슴엑기스' '대추술' '전통 된장과 간장'이 좌판을 장식하고 있다.

이같은 농산물은 청주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일종의 특산품으로 다른 지역에서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것들로 구성돼 있다.

5일장은 시민과 행상인, 농민들이 생활자로서의 욕구와 실천을 표출하는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자산으로 조선 후기 이래 전개되어온 사회 질서와 사고방식의 변화가 실질적으로 투사되는 생활의 현장이다.

5일장의 장터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은 철도나 도로 신설에 따라 장터를 옮기거나 비슷한 지역 내 다른 5일장의 시기를 동일하게 맞추라는 총독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으며, 오히려 쇄도·질문·진정에서부터 세금불납동맹에 이르기까지 집단적 행위를 통해 의사를 관철하기도 했다.

충북도내의 5일장도 이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청주의 장날도 조선시대부터 내려져 오던 전통을 답습한 것으로 지금은 현대화 된 시설로 장이 서고 있지만 장터는 아직도 삶의 애환과 살아가기 위한 상인들의 노력을 잘 엿볼 수 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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