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주범은 누구인가

2010.01.13 15:24:26

'많이 배운 젊은 백수'가 늘고 있다. 통계청 발표의 '2008년 7월 고용 동향'에 의하면 2008년 7월 현재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는 257만6000명,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8.1%증가한 수치이다. 고졸학력 비경제활동인구도 226만 명에서 232만2000명으로 2.8% 늘어나, 조사한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이다. 실업 인구로 보지 않은 취업준비생은 2004년 30만 명, 2005년 40만 명, 2006년 50만 명, 2007년 60만 명으로 수직상승하고 있다.

이 기사를 보고 왜 가장 의욕적으로 활동해야할 시기에 노동시장에서 젊은이들의 소외가 폭증하고 있을까, 과연 이들은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노동을 거부 혹은 유예하고 들어앉은 이유는 뭘까, '일하지 않은 20대'를 사회로 끌어낼 묘책은 없을까 하는 궁금과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한창 일할 나이에 취업전선에 뛰어들기를 거부하는 젊은이가 200만 명을 넘긴 현실엔 그저 ·'잘못된 정책과 외부 환경'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힘든 뭔가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지난 년 말에 베트남전쟁 참전 중대원의 회갑초청을 받고 모처럼 서울을 갔다. 그는 한강대교와 노량진역 사이에서 고시원을 경영하고 있었다. 그곳이 그 유명한 '노량진 고시촌'이었다. 하루 유동인구가 7만 명에 달하며 각종학원과 고시원, 독서실, 식당들이 밀집해 있다. 9급ㆍ7급 공무원시험과 경찰공무원시험, 교원임용고시 등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상주한다. 평일이었지만 적당한 복장을 한 젊은 남녀들이 골목길을 꽉 메우고 있었고 그 중에는 손잡고 걸어가는 '고시생 커플'도 눈에 띄었다. 저런데 집이 있을까 싶은 곳에도 다 고시원이 들어차 있었으나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저녁에 음료수와 과일을 준비하여 고시원 10여명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청취했다. 한 대기업 인턴을 마치고 정식채용 통지를 기다리는 대학생인 김모(24)씨는 "요즘 대졸 구직자들은 취업에서도 첫단추를 잘 채우는 게 중요해요.·이름 없는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면 나중에 좋은 곳으로 이직하기 어려워요, 취업을 미루는 한이 있어도 이력서에 자랑스럽게 쓸 수 있는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하죠. 실제로 중소기업 인턴 경험 후 대기업에 지원할 때는 인턴 사실을 이력서에 쓰지 않아요. 입사에 오히려 방해가 되닌까요."라고 했다.

대학을 졸업 후 공무원시험을 2년 동안 준비하고 있는 정모(29)씨는 수험생 생활을 적극 지원하는 부모님 덕에 부담 없이 공부에 몰입하고 있다. "부모님은 고용 불안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직접 체험하신 세대잖아요. 불안한 직장보다는 정년이 보장된 일자리를 구하라며 오히려 시험 준비를 권하세요. 몇 년 정도는 비용을 대줄 터이니 염려 말고 공부하라고요"라며 당연시 했다.

나는 인생에 있어 가장 의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귀중한 젊은 세월을 후회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에 그들의 대부분은 직장 선택 기준은 "남들이 좋다는 곳에 머물죠. 리스크테이킹(risk taking:위험을 감수하다)자체를 하지 않으려고요"라고 했다.

2006년 10월 하반기 서울시 공무원 932명 모집에 전국에서 15만1150명이 몰렸다. 경쟁률 162대 1, 서울시는 시험장소로 143개 중ㆍ고교에 4698개 교실을 빌리고 시험감독 수당과 학교 임차료로 1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했다.

노동 전문가들에 의하면 고용불안과 청년실업문제는 '제조업 중심의 고용 없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핵심이 되는 건설ㆍ서비스업의 침체, 투자와 소비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한번 쯤 생각해 보면 고학력 청년백수 200만 명의 청년 실업 주범은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안정된 곳 입사할 때까지' '도전보다는 편하고 폼 나는 일자리'만 쫓고 있는 젊은이들 자신에게도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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