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10년 진단과 평가 - 유명무실해진 '당번약국제도'

"수익성 적다" 대부분 기피

2010.03.11 19:00:26

지난 주말 청주의 한 당번약국이 간판에 불만 밝힌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강현창 기자
의약분업 이후 야간이나 휴일 환자의 편의를 위해 운영되는 당번약국제도가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 수익에 직결되는 병원이 쉴 경우 당번을 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당번약국제도란 당번을 정해 공휴일이나 야간에 약국 문을 열게해 지역주민의 의약품 구입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약국들이 서로 당번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의약분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약국의 경영이 처방전에 의존하는 시스템이 되면서 인근 병·의원이 쉬는 시간에는 수익이 적어 당번약국의 운영을 기피하는 것이다.

현재 당번약국은 보건소에서 지역약사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라 위반할 경우에도 행정처분 상 주의나 경고 조치만 취해지고 있다.

이에 당번약국으로 지정됐지만 문을 열지 않는 약국들이 있어 환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토요일 밤 아이가 다쳐 소독약과 반창고를 사러 약국을 찾은 주부 김모(33·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씨는 약국 문이 닫혀있어 결국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까지 다녀와야 했다. 집을 나서기 전 인터넷 당번약국 검색서비스를 통해 문을 여는 것을 확인했지만 약국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김 씨는 "간판에는 불이 켜있지만 약국문은 닫혀 있었다"며 "당번약국이라고 해서 왔는데 어찌 된 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취재결과 이날 당번약국으로 지정된 여러 약국들이 문을 닫은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번약국 운영을 자율화에서 의무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에서는 당번약국 운영을 어길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는 법안이 검토 중이나 약사회 측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현재 당직병원·의원이 해당 법률 위반 시 허가취소나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를 내릴 수 있는 반면 당직약국은 위반 시 제재근거가 없다.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슈퍼마켓에서도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몸에 해로운 술·담배는 슈퍼마켓에서 팔면서 안전성이 입증된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는 왜 허용하지 않는가"라며 "유명무실해진 당번약국제를 대신해 국민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일반약의 슈퍼마켓판매 뿐"이라고 말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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