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안 된 6.25 편지 '63년만에 햇빛'

재미 언론학자 이흥환씨 미군 노획문서 공개
접수처= 평양 조선인민군 우편함 OOOO호
'받는이= 충북 사람'도 10여 통이나 포함돼
겉봉투, 무사배달 의미로 한자+한글로 적어
선전문구 많지만 이산가족찾기에 활용돼야

2013.06.09 17:49:27

'최석준' 이름을 가진 인민군 병사가 6.25 와중에 쓴 편지 겉봉투로 고향 주소를 '충청북도 청원군 오창면 긔암리'라고 썼다.

배달 안 된 6.25 편지들이 63년만에 무더기로 공개됐다. 특히 이들 편지 중에는 충북을 받는이(수취인)의 주소로 한 것도 10여통이 넘어 지역적인 관심도 끌고 있다.

재미 언론학자 이흥환(워싱턴 KISON 선임 편집위원) 씨가 얼마전 미군이 평양 진격 때 노획, 미문서보관소(NARA)에 보관돼 오던 당시 편지 일부를 '조선인민군 우편한 4640호'라는 책을 통해 공개했다.

이씨는 전체 1천17통(엽서 포함)의 편지 중 113통은 편지글 형태로 공개하고, 나머지 616통은 분량상 받는이의 주소만을 공개했다.

이들 편지는 6.25 한국전쟁이 진행 중이던 1950년 가을 평양에 소재한 조선인민군 우편함 OOOO호 등을 통해 가족, 연인, 친구 등에게 부친 편지들이나 아직껏 배달되지 못한 것들이다.

특히 이들 중에는 '충청북도 청원군 오창면 기암리' 등과 같이 받는이의 주소가 충북으로 돼 있는 것도 10여통이 넘어 경우에 따라서는 이산가족찾기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를 소개하면 '최석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민군 병사는 '충청북도 청원군 오창면 기암리'에 살고 있는 형 석영 앞으로 '형님 전상서'로 시작되는 한 통의 편지를 썼다.(사진)

편지글 내용상 '최석준'은 '석윤'이라는 동생과 호구지책을 위해 6.25 전에 북으로 가 인민군에 입대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짧은 편지글만으로는 언제 북으로 갔고, 언제 인민군이 됐는지를 알 수 없다. 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안은 지금의 맞춤법이다.

'최석준'이 쓴 편지글 내용으로 '형님 전상서'로 시작되고 있다.

'형님 전상서

기간에 양친 부모을(를) 모시압고 가내 제택이 귱녕(안녕)들 하시옵나이까. 집을 떠나온 만고불효 석준은 아버님도 베압지(뵙지) 못하고 북방의 먼 길을 떠나와 인민군에 입대하여 부모와 가치(같이) 사랑해주는 군관들의 따뜻한 구염(귀여움) 속에서 사무 보기에 여염이(여념이) 업습니다. 그리고 석윤이와 함께 있사오며, 봉규는 도중에서 갈리엿으메(갈리었기에) 안부를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저는 격거(겪어) 보지 못한 뜿박긔(뜻밖의) 꿈과 가튼(같은)고귀한 생활에서 노푼 비게에(높은 베개에) 대평한 침식을 누리고 있습니다. 저의 염녀난(염려는) 추호라도 마시앞고 부모와 형님데들 만수무강 하시압고 당장하야 주시앞소서.'

그리고 편지글 끝 부분은 추신 비슷하게 '저는 매일 고기가 멀미 나고 쌀밥이 실어(싫어) 진실노(진실로) 집에서 먹든 죽과 보리가 다시 먹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언론학자 이씨는 이 편지에 대해 "개인적인 사연과 선전적인 문장이 결합된 글"이라며 "특히 후반부 '그리고 저는 격거 보지 못한 뜿박긔 꿈과 가튼' 부터는 누군가의 지시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한편 이 편지의 겉봉투는 한문으로 '忠淸北道 淸原郡 梧倉面 機岩里'를 쓴 후 그 옆에 '충청북도 청원군 오창면 긔암리'라는 한글토를 친절히 달았다. 혹시 고향의 우편 배달원이 한문을 몰라 배달하지 못할 것을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받는이가 충북으로 된 편지글과 주소는 10여통 더 존재하나 지면 관계상 후일 다룰 예정이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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