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지사의 용인술을 주시한다

2008.05.18 20:39:14

정우택 충북지사는 단언컨대 행정가가 아니다. 정치인이다. 정치인 명망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때부터 눈으로 보고 감각으로 익히는 실물 정치를 자연스럽게 접했다. 따라서 동물적인 정치적 촉수(觸手)의 소유자다.

사회 첫 출발을 중앙부처에서 시작했지만 10여년 지난 뒤 그의 마음의 고향 정치판으로 돌아와 나름대로 중진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금배지 한번 낙마후 충북도의 행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의 꿈은 결코 도백에 머물러 있지 않다. 중원을 평정하는 원대함이 심저에 자리를 꽉 잡고 있다. 백일하에 드러내고 잇진 않지만 그의 지향점이 어디인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그 방점이 자신의 의지와 신념대로 찍어 질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대야망과 포부를 실현하기 위한 정지사의 여러 언행이 주목받는 것은 틀림없다.

이러한 복합적 환경을 바탕으로 볼 때 그의 행정마인드는 마이크로 보다 매크로, 더 나아가 메가 트렌드의 성향이 농도를 더 해간다. 다시 말하면 소소함 보다 통 크게, 그리고 통합 기능의 극대화를 충북도정에 인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도정운용 방향은 웅비의 날개를 펴기 위한 실전의 응용인 동시에 교두보적 역할을 접목시키는 묘수이기도 하다. 정치인 정우택만이 할 수 있는 노하우나 다름없다. 취임 초기 행정의 매너리즘에 젖어있던 참모들이 이를 읽지 못해 헤매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상수(常數)와 관행이 터를 잡은 행정판에 변수가 판을 치는 정치판에서 적지않은 세월을 보낸 정지사의 보폭을 따라갈 수 없었을 것이다. 행정을 정치 모드로 변환시킨데 따른 등식을 인지하는데 청내 직원들은 적지 않은 시간과 수업료를 냈다. 지자체를 돌아가며 가시적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한 여러 퍼포먼스도 그 소산물이며 실증적 모범사례(?)가 투자유치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경제특별도 건설이다.

이런 가운데 경제특별도 건설에 일익을 맡았던 정무부지사가 얼마 전 일방적 사퇴를 고했다. 그것도 지사가 투자유치차 외국에 나간 사이에 말이다. 무슨 급박한 사연이 있어 그리 했는지 모르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시작이 좋았다면 끝도 좋아야 하는데 영 그렇하지 못한 것 같다. (사실 임명때부터 일반의 의표를 찌른 인사이긴 했지만).
이제 정지사도 임기의 반환점을 돌기 직전을 맞고 있다. 풀 코스를 뛰는 마라토너는 대개 이제부터 승리의 전략을 세운다. 몇 km지점부터 스파트를 해야 하는 지 등 등 말이다. 정지사로서도 후반기 2년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레이스 보다 훨씬 디테일 하고 메가 지향적인 전략이 필수이다. 그 중심은 사람이다. 후임 정무부지사에 누굴 기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지사의 보다 큰 야망을 구체화 시킬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결과를 빚을 수 있음을 누구 보다 정지사 자신이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지역간 경계를 허문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지정학상이나 정치 담론에서 이를 비켜가기가 어렵다. 정지사도 결국 무슨 일을 하던지 간에 충청도라는 태생에서 밑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무 고유기능의 실종에 대한 지탄의 소리가 적지 않았던 바를 상기해볼 때 우선 큰 그림 보다 지사와 유리(遊離)돼 있던 분야들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의 등장이 당장 필요하다는 오피니언들의 충고가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람쓰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고금동서, 근대 고대를 막론하고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인사를 그르쳐 취임초기부터 레임 덕 현상을 빚고 있는 MB정부의 패착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정무직 한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것은 곧 임명권자와 패키지로 맞물리기 때문에 정지사의 선택이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무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한다는 데 글쎄다.

지사가 공격형이라면 부지사는 안전관리형의 조합이 어떨까?. 이러한 용인술로 우리나라 대표기업을 키운 사람이 바로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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