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SNS서포터즈 - '과필헌 고가'에 가다

충청북도 민속자료 제8호
조선후기 사대부 양반의 살림집

2017.06.14 15:08:58

과필헌 고가 전경

[충북일보] 신숙주의 9세손인 조선 후기 신후(申逅)가 지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호정리 27-1번지에 위치한 과필헌 고가는 집을 지은 이의 호를 따서 과필헌 고가로 불리며 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 3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 지리서인 이중환의 '택리지'는 사민총론, 팔도총론, 복거총론, 총론 이렇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그중 복거총론에서는 사람이 살 주거건축의 터를 잡는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무릇 살터를 잡는 데는 첫째 지리가 좋아야 하고, 다음 생리(그 땅에서 생산되는 이익)가 좋아야 하며, 다음으로 인심이 좋아야 하고, 또 다음은 아름다운 산과 물이 있어야 한다. 이 네 가지에서 하나라도 모자라면 살기 좋은 땅이 아니다. 그런데 지리는 비록 좋아도 생리가 모자라면 오래 살 수가 없고 , 생리는 좋더라도 지리가 나쁘면 이 또한 오래 살 곳이 못된다. 지리와 생리가 함께 좋으나 인심이 나쁘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있게 되고, 가까운 곳에 소풍할 만한 산수가 없으면 정서를 화창하게 하지 못한다."

(사진 위)현재는 도로확포장공사로 마을 초입이 엉망이다. 과필헌 고가 앞에 보이는 '정서를 화창하게 할 풍경'.(사진 아래)

과필헌 고가 또한 정서를 화창하게 할 풍경이 마을 앞 개울가에 펼쳐있다. 마을초입 좌, 우로 풍성한 생리를 산출할 것 같은 넓게 펼쳐진 논과 밭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넉넉한 인심을 보여주는 것 같다. '택리지'에서 말하는 살기 좋은 땅의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지금은 산성~무성간 도로확포장공사로 인하여 마을 초입과 연결된 길이 엉망이지만.

사랑채 전경

고가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사랑채는 자연석을 쌓은 기단 위에 돌을 쪼갠 덤벙주초석을 놓고, 그 위에 네 모 기둥이 직접 보를 받치도록 한 민도리형태의 건물로 홑처마 팔작지붕인데 정면 6칸, 측면 2칸의 일자형으로 우물마루(마루모양이 우물정자 모양)가 깔려 있는 2칸의 사랑대청(거실)을 중심으로 우측 2칸은 사랑방으로 1칸은 널빤지로 만든 판장문이 달린 부엌 그리고 좌측으로 1칸의 건넌사랑방이 있다.

사랑채 오른쪽 2개의 사랑방 중 하나는 '과필헌' 다른 하나에는 '황포산방' 편액이 걸려있다.

사랑채의 오른쪽 2개의 사랑방 중 하나에는 과필헌 고가의 이름을 붙여준 '과필헌'이라는 편액(종이, 비단, 널빤지 따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서 방 안이나 문 위에 걸어 놓은 액자)이, 다른 하나에는 '황포산방'이란 편액이 문 위에 걸려있다.

신숙주의 후손 신오식씨가 거주하고 있는 안채 전경.

1989년 12월 8일 충청북도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이 된 과필헌 고가의 안채 또한 조선시대 일반적인 양반가옥들의 안채처럼 ㄱ자 형태를 이루고 있다. 2칸을 하나로 이은 넓은 대청을 중심으로 오른쪽 앞으로 툇마루를 둔 2칸의 안방과 한 칸의 부엌 그리고 대청 왼쪽으론 두 칸의 건넌방이 있다. 지붕 모양은 옆에서 보면 지붕선이 여덟팔자의 모양과 비슷한 팔작지붕으로 돼있다. 현재 이곳은 문충공 신숙주의 후손인 신오식씨가 거주 하고 있다.

사랑채와 행랑채 사이 담이 없어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진다.

자연석 기단 위 행랑채 역시 사랑채와 마찬가지로 덤벙주초석을 놓고 네 모기둥을 세웠으며, 지붕은 홑처마 우진각 지붕으로 된 일자형태의 건물로 한 칸의 중문을 중심으로 왼쪽에 3칸, 오른쪽에 한 칸을 들여 널빤지로 판장벽을 치고 고방(창고)으로 사용을 하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양반가 한옥구조와 달리 사랑채와 행랑채 사이로 담 대신 길고 넉넉한 통로가 뚫려 있어 공간적으로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진다.

과필헌 고가는 청주지역 대표적인 민도리형태(기둥 상부가 바로 보를 받도록 한 구조로 가장 간단한 형식의 건축유형)가옥이다. 낮은 야산을 배경으로 고가가 지어질 때 같이 심었다는 수 백 년 수령의 고목들이 사람과 함께 숨 쉬고 있는 전형적인 남향 터다. 화려한 맛은 다소 떨어지지만 절제와 검소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정감이 가는 조선후기의 양반가옥이다.

/청주시 SNS서포터즈 최재혁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