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남일면 반려동물장례식장 '우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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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0 18:14:53

우바스 반려동물 납골함.

[충북일보] 천사였던 '하늘'이와 '뽀삐'가 다시 하늘로 돌아갔다.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반려동물장례식장 '우바스' 조운희(51) 대표는 12년간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반려견들을 쉽게 떠나 보낼 수 없었다. 사람이 그러하듯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 또한 정성스레 살피는 게 도리라고 여겼다.

조 대표는 지난해 6월 반려인들에게조차 생소한 반려동물 전용 장례식장을 열었다. 3년 전 하늘이와 뽀삐를 떠나 보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 당시 조 대표는 도내 방방곡곡 장례업체를 찾았다. 하지만 시설 자체가 많지 않았다. 있더라도 단순 화장시설뿐이었다. 반려동물만을 위한 추모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조운희 대표가 반려동물 납골함을 살펴 보고 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반려동물에게도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반려동물을 잃은 허무함과 상실감은 경험한 사람만 알아요. 사람을 잃은 것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집에 아무리 사람이 가득해도 마치 빈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니까요."

여러 계절이 지났지만 조 대표의 그리움은 여전한 듯 했다. 강아지들만 보면 너무 예뻐 키우고 싶다가도 하늘이와 뽀삐가 생각 나 선뜻 입양을 결정하지 않는다.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과 동시에 남은 이의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수목장.

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의 심정은 장례식장 곳곳에서 묻어난다. 우바스는 자연 경관이 뛰어나면서도 소음과 인적은 드문 청주 남일면에 자리 잡았다. 온전히 추모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차로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는 세심한 배려의 산물이다. 반려인들은 동물이 그리울 때마다 언제든 추모를 할 수 있다.

"청주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많이 찾아오세요. 다른 곳에 안치했던 사체를 꺼내 우바스에서 살펴달라는 분도 계시고요. 정성스럽게 아이를 보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 일을 택하기 잘했구나 싶죠."

웃으며 이야기하는 조 대표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동물화장시설이 들어서면 먼지, 소음 등 같은 환경 문제나 마을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인근 주민들의 우려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설립 반대 현수막을 걸거나 단체로 조 대표를 찾아 항의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조 대표는 주민들에게 시설을 직접 둘러볼 수 있도록 안내했다. 화장시설은 일반 장례업체에 의뢰해 만들었다. 또 지자체 환경평가 기준에 맞춘 평가 내역서를 주민들에게 공개했다. 그의 진심 어린 노력 끝에 주민들의 반대는 점차 누그러들었다. 최근에는 우바스를 찾는 외지인들이 많아지며 되레 마을이 활성화가 되고 있다는 격려를 종종 듣는다.
조 대표는 자연스레 유기동물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선 반려동물등록제 활성화 뿐 아니라 동물을 위한 의료 보험 체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대부분 유기동물은 평생을 굶주림에 허덕이다 길에서 죽음을 맞이해요. 구조적 문제가 크다고 봐요. 현재 시스템에서는 동물이 아프면 병원비나 수술비가 많게는 몇백 만 원에 달해요. 아무리 넉넉한 형편의 가정이라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죠. 반려인들의 책임의식과 별개로 의료나 복지 혜택이 필요한 이유죠."

이제 막 걸음을 뗐지만 조 대표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그는 앞으로 형편이 넉넉지 못한 홀몸노인들의 반려동물 장례비를 지원하는 등 사회봉사활동도 꿈꾸고 있다. 이별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야말로 반려동물 '1천만 시대'에 걸맞은 일이라고 여겨서다.

우바스를 나서는 길, 마당 한편에 심어 놓은 작은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반려동물이 잠든 수목장지였다. 조 대표는 말 없이 나무에 걸린 사진 한 장을 어루만졌다. 한적한 마을, 저 멀리 강아지 한 마리가 뛰어오고 있었다.

/ 강병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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