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사 출사표'가 관심 끄는 이유

2009.07.12 15:35:35

정우택지사가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 재출마를 공식화 하며 던진 출마의 변이 구구한 뒷얘기를 낳고 있다. 통상적으로 단체장이 내세우는 재도전의 당위성은 "임기동안 마무리 하지 못한 현안을 완성하기 위해서" 등 등으로 축약된다. 정지사 역시 종전까지는 '현안사업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경제특별도를 반석에 올려놓기 위해서 내년 선거에 나가겠다'고 해왔다. 그랬던 입장에서 그날은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려는 이상한 세력들이 특정정당과 연계해 활동하는 것을 경계하고 그런 조류에 충북이 휩쓸려 가는 것을 막는다는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출마하기로 했다"며 정책과 행정 측면이 아닌 이데올로기적 으로 비쳐질 수 있는 의미심장한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같은 발언의 배경을 놓고 지역정가는 물론이고 공직사회와 시정에서도 정지사의 지향점 파악과 손실을 놓고 계산이 분주했다. 많은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지방선거의 상관관계는물론이고 왜 이런 시기에 자칫 한쪽을 잃을 수 있는 카드를 던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거두지 않고 있다.

명민한 정지사가 '아무 생각없이' 그랬을리는 만무하고 그래서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우선 대통령과의 코드 맞추기가 아닌가 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 이후 더 극명해진 좌우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MB가 꺼내든 것이 바로 중도 강화론이다. 그러나 말이 중도강화론이지 이는 10년동안 위축됐던 보수의 반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소속정당도 그렇고 정치 성장 환경,개인 성향 등을 종합할 때 좌 보다는 우로의 편향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는 이미지로 차제에 확실하게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공천의 목줄을 쥐고 있는 당 지도부의 주류가 친이계임을 감안 할 때 친박으로 분류된 정지사는 혹여 선거에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전략공천 등에 밀려 공천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만약의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현실도 배제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도지사를 징검다리로 대권이라는 태산등정에 마음을 두고 있는 정지사가 당장 한나라당을 벗어나 독자행보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현재로는 자신의 정치적 원천(原泉)인 당과 기조를 맞추는것 외에 대안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당이 망하지 않는 한 결코 한나라당을 떠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도 정지사의 '입지'가 감지된다.

자유민주주의 수호 강조는 이외에도 미묘한 지역사회 흐름의 변화와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간 진보세력의 위세에 눌려 침잠해 있던 소위 보수세력들이 진보가 추구하던 '연대'를 시도해 세결집에 나서는가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비 건립 같은 갈등 요인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의사와 물리적 행동 움직임을 보인데 대해 노골적 지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묵시적 지원을 통한 자신의 지지세력화가 용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셈법을 할 만도 하다.이는 결국 집권 여당과 정부의 지향점에 동일시되는 것이기에 더 더욱 그렇다.

정지사의 수구적 발언에 대해 민주당 충북도당이 발끈하고 나선 것은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견강부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성명을 통해 이념의 전쟁터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 이며 서로 꼬리잡기식이지만 보·혁갈등에 관해 일정부분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공당으로서 균형감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또한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려는 세력과 특정정당이 어디냐고 밝힐 것을 요구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신들이 바로 그 대상이 아니냐는 반어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여당이나 야당이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지사가 민주당 등 일부 반발을 예상하고도 통념을 뛰어넘는 출사표를 던진 것은 모두를 끌어안고 갈수 없는 상황이라면 확실한 쪽을 택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 프로파겐다의 극대화를 겨냥한 정치적 수를 던진 것 이다. 그러면서 말없는 다수가 동의를 해줄 것이라는 믿음속에 고도의 선거전략도 숨어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지사는 남다른 정치적 더듬이를 가진 노련한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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