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기업·기업인 - ㈜충북소주 기술연구소

'맛보고 뱉고' 하루에도 수십번 검사

2009.07.16 19:06:38

연구장비가 가득한 한 사무실. 벽에 걸린 시계는 오전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사무실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네 명의 남녀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손에 쥐어 있는 것은 소주가 가득 담긴 소주잔이 아닌가.

무슨 심각한 일이 있기에 그런 표정으로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있을까? 사실 이들은 지금 일을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일 술 마시는 게 일인 사람들.

바로 (주)충북소주(대표 장덕수) 기술연구소 김선호(47) 주조사와 전정웅(31)·이선예(23)·박지애(21) 연구원이다.

㈜충북소주 기술연구소 직원들이 관능검사에 앞서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전정웅·박지애·이선예 연구원, 김선호 주조사.

ⓒ김태훈 기자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술을 마시는게 아니라 술맛을 감별하는 것이다.

최상의 주질(酒質)을 관리하기 위해선 매일 생산되는 술의 관능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관능검사란 여러 가지 품질을 인간의 오감(五感)에 의해 평가하는 제품검사를 말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해야 하는 이 작업에 자칫 술에 취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김 주조사는 "그 술을 진짜 다 마신다면 당연히 취하겠죠. 그러나 와인을 시음하듯 술을 입안에 머금고 10초 이상 맛을 본 뒤 뱉어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어요. 하지만 실제 주량은 저를 비롯해 3명의 연구원 모두 평균 이상입니다. 술맛도 먹어본 사람이 잘 아는 것 아니겠어요"라며 미소를 띠었다.

연구에 들어간 새 제품을 테스트할 때는 좀 더 까다롭다. 전날 과음은 당연히 안 되고 테스트 전 담배와 커피도 삼가야 한다.

김선호 주조사가 현미경을 통해 주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효모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태훈 기자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의 오감만큼 예민한 게 없어요. 특히 과학적 계량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미묘한 차이까지 혀를 통해 잡아낼 수 있죠." 김 주조사는 관능검사의 중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수없이 반복된 작업 속에 이젠 맛만으로 수십 종류의 소주 속에서 자사 제품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매일 꽉 막힌 연구실 안에서 술과 씨름을 해야 하는 이들의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주조사는 "하루하루가 자기와의 싸움이에요. 남들이 보면 편히 앉아 있는 걸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정보와 연구, 실험 등을 위해선 쉼없이 공부를 해야 해요. 육제적으론 좀 편할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상당하죠"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박지애 연구원이 현재 연구중인 제품의 도수를 확인해보고 있다.

ⓒ김태훈 기자
새로운 제품의 연구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10년에 확실한 제품 하나만 개발해도 성공이란다.

지금까지 이들이 개발한 제품 가운데 천연 100년근 최고급 산삼양주 '휘'(輝)는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휘'는 산삼배양근에서 추출한 100% 원액과 최상의 블랜딩 기술을 접목시킨 배양산삼양주로 국내는 물론 해외 고급주류 시장에서도 명품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2008 IWSC'(International Wine & Spirit Competition, 국제주류 품평회)에서 '휘'관련 제품이 은상과 동상을 차지한 바도 있다.

김 주조사는 "'휘'처럼 오랜 노력 끝에 새로 개발한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것만큼 이 일을 하면서 큰 보람이 없어요. 반대로 새 제품이 인기를 얻지 못하면 그것만큼 마음 아픈 일도 없죠"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도내 대표 향토기업으로 우리가 개발한 제품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충북'과 '한국'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그 때까지 열심히 술잔을 기울이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 전창해기자 wide-s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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