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오송 분원 건립 백지화

정부 무책임 행태 비난 고조
지역 갈등·행정력 낭비 초래

2012.03.03 01:53:30

충북도이통장협의회는 지난해 11월에 국립암센터 오송분원 유치를 희망하는 충청권 102만명 서명부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국립암센터 분원 건립 계획이 백지화됐다.

국립암센터는 2일 국가 암 정복기관의 역할 강화를 골자로 한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국립암센터측 관계자는 이날 "분원 건립은 과도한 투자비로 예산이 많이 들고 지역암센터와 업무 중복으로 비효율적인 문제가 있다"며 "다각적으로 검토한 결과 분원건립보다는 현 위치에서 증축·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충북 오송 첨복단지나 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 중 어느 곳에도 국립암센터 분원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수 년 동안 유치를 위해 공들여 온 양 지역의 현안사업이 물거품이 된 셈이다.
4·11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충북지역 사회가 어수선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일각에선 '네 탓' 책임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번 국립암센터 분원 건립 계획 백지화는 현 정부의 무책임과 정치논리 개입 등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시종 지사는 지난 2일 '국립암센터 미 건립 결정에 따른 유관기관·단체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정부가 분원입지를 오송 쪽으로 결론을 내려다 돌연 마지막 순간에 본원만 확장하는 것으로 돌아섰다는 정보가 있다"며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건 아닌지)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30일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 백지화를 공식발표한 직후인 그해 4월4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할 당시 암센터 분원을 대구에 건립해야 한다는 건의가 있었을 것이고, 이로 인해 미온적이던 보건복지부가 이튿날(4월5일) 타당성조사를 위한 용역을 발주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국립암센터 분원 설치 용역 기간을 2월 말로 연장했다. 국립암센터 분원 설치에 따른 효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용역 기간 연장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용역 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복지부는 당초 지난 해 10월 22일 용역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12월 말로 연기했고, 이번에 재차 기간을 연장했다.

국립암센터 분원 입지를 위한 용역이 지연되면서 분원 설치 보류 또는 정치적인 입지 결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충북과 대구의 유치 경쟁이 가열되면서 정부가 국립암센터 분원 입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어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 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충북도는 정치적 입지 결정을 차단하는 한편 오송 입지에 총력을 기울려 왔다.

도는 정부에 국립암센터 분원 오송 입지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한편 전문가그룹을 통한 홍보활동을 강화했다. 특히, 정부가 국립암센터 분원 입지를 늦추고 있는 만큼 4월 총선 출마자들의 선거공약에 포함시켜 오송 입지를 관철시키려 했다.

국립암센터는 지난 2000년 개원했으나 급증하는 암환자 증가로 환자, 시설 등 수용 능력이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이에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지원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2008년부터 검토를 시작해 2009년 7월 국립암센터 발전 워크숍에서 본격적인 건립구상을 했다. 도는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의 임상시험센터 유치 차원에서 국립암센터 분원 오송 입지를 추진했으나 대구가 뒤늦게 뛰어들면서 경쟁이 촉발됐다. 이에 충청권 공조를 통해 국립암센터 분원 오송 유치를 위한 100만 명 서명부를 정부에 전달하고 오송 입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활동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국립암센터측은 2일 분원건립보다는 본원기능 강화가 타당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 '국립암센터 분원건립 타당성 조사용역'결과를 이유로 내세웠다.

사실 그동안 효율성이 아닌 정치적 고려에 의해 관련 연구기관들을 첨복단지에 들여 놓으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국립암센터 분원이었다.

국가의 암관리 전문가 양성, 최신 연구 및 최상의 암 진료를 목표로 하는 국립암센터의 역할 강화를 위해서 국립암센터의 분원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집단의 일반적인 진단이었다. 국립암센터 분원을 설립하면 보건의료산업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개념 항암제 개발을 통해 외국산 항암제에 의존하고 있는 국민의 암 치료비를 낮추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다. 분원의 입지 선정 시 무엇보다 본연의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여건들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입지 선정 조건과 분원의 기능을 고려할 때 충북 오송이 최적지로 손꼽혔다. 오송의 첨단의료복합단지는 국내서 유일한 국가지정 바이오산업단지이고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보건연구원 등 보건의료 분야의 핵심 4대 국책기관이 밀집돼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됐다.

게다가 KTX, 고속도로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활용해 전국에서 2시간대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남부수도권 및 충청이남 국민의 서울 소재 대형병원 이용 부담을 줄이고 이에 소요됐던 불필요한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손꼽혔다.

충북발전연구원이 지난 해 8월 12일부터 10월 10일까지 전국의 의대·약대교수, 연구소 연구위원, 제약회사 관계자, 도시계획전문가, 언론인 등 각계 전문가 185명을 대상으로 국립암센터 분원 선호도 조사를 벌인 결과 충북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가 평균 75.2점을 얻어 52.9점의 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를 앞서 오송의 우수한 입지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현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바람에 지금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현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와 정치논리 개입이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듯 한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만큼 지역 눈치를 보고 표(票) 계산을 하느라 비효율로 내달린 정부는 없을 것이다"면서 "지금 당장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라. 국립암센터 분원에 대한 필요성과 어느 곳에 입지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장인수기자

국립암센터 분원 추진경과

▲ '08. 7 국립암센터 방문 동향파악 및 오송생명과학단지 입지 설명

▲ '09. 3 충북도지사, 국립암센터 방문, 오송입지 건의

▲ '09.3∼'10.1 국립암센터 기조실장, 오송단지 방문(3회)

- 단지 조성상황ㆍ정주여건 확인, 부지무상임대 등 협의

▲ '09. 8.10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선정 발표(오송, 대구)

▲ '09. 11~ 청와대, 보건복지부장(차)관, 암센터 방문 지속건의

▲ '11. 3. 8 BH 방문 오송분원 건립 건의(행정부지사)

▲ '11. 4. 4 대통령, 대구시장·경북지사 초청 오찬(BH)

- 암센터 분원 대구 건립 건의(추정)

▲ '11. 4. 5 보건복지부, 국립암센터에 분원건립 추진 지시

▲ '11. 5.16 국립암센터 분원건립 타당성조사 용역발주

- 5. 23∼10. 22, 한국보건산업진흥원, 1.5억원

▲'11. 6.20 오송분원 입지타당성 연구용역 발주(충북도)

- 6. 27~11. 23, 충북발전연구원

▲'11. 6.23 오송분원 유치 서명운동 시작(이통장협의회 주관)

▲ '11. 8.31 충청권 3개 시도지사 결의(오송분원 유치 공동추진)

▲ '11. 9. 1 대전, 충남북 전역에서 서명운동 추진

▲ '11. 9. 22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오송방문시 건의(도지사)

▲ '11. 9. 29 충청권 대토론회 개최(시도의회 주관)

- 암센터분원 어디로 가야 하나

▲ '11.10.20 보건복지부장관, 식약청시 방문 건의(도지사)

▲ '11.10.21 청와대 보건복지 수석 방문 건의(정무부지사)

▲ '11.10.22 4대강 새물결맞이 행사(여주)시 대통령께 건의(도지사)

- 대통령 답변 : "분원이 오송에 오면 좋을 것. 충분히 검토하겠음"

▲ '11.10.27 국무총리 첨복단지 기공식 참석시 건의(도지사)

▲ '11.11. 7 보건산업진흥원 방문 협조요청(정무부지사)

▲ '11.11. 9 청와대 보건복지 수석 방문 건의(정무부지사)

▲ '11.11. 7 충청권 서명부 인수(도지사)

- 충북·충남 이통장협의회 대표, 대전사랑시민운동 대표

▲ '11.11.14 분원유치 충청권 102만명 서명부 복지부 제출

- 충청북도이통장협의회에서 추진(대전, 충남과 공조)

▲ '11.11.23 오송건립 당위성 용역결과 보건산업진흥원에 전달

▲ '11.12. 8 충청북도의회 의장단, 보건산업진흥원 방문 건의

- 객관적이고 공정한 연구용역 수행 촉구

▲ '12. 1.27 보건복지부장관, 질병관리본부 방문시 건의(도지사)

→ "암센터 원장에게 일임했으므로 원장이 의과학적으로 판단하여 발표할 것"

▲ '12. 2.29 국립암센터, 분원건립 용역결과(국회설명자료)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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