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의 계절에

2014.04.20 14:24:49

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무채색의 터널을 지나 유채색으로의 변신이 시작되었다. 긴 휴식에 들었던 대지는 생명의 용틀임으로 충만하다. 온 천지가 초록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새 봄을 여는 연 초록빛깔은 맑고 투명하다. 가슴을 뒤 흔들어 놓는 푸름의 바다에 흠뻑 빠져들고 싶다.

봄은 몽환의 계절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꿈을 꾼다. 농부는 허허로웠던 들녘에 씨앗을 뿌리고 학교에는 새내기들의 풋풋한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튼실한 열매가 맺어주기를 기다리며 씨를 뿌리는 이들은 고단한 중에도 행복하고, 새내기들도 나름의 기대로 마음에 꽃물이 든다.

꿈을 꾼다는 것은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기 위한 힘찬 발돋움이다. 한 인간의 삶의 성공여부는 꿈의 크기에 비례한다. 어떤 꿈을 꾸느냐, 꿈과 현실과의 합일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결정된다. 계절의 시작인 이 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닫혔던 마음의 빗장을 열고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한다. 봄의 여신은 우리를 향해 끊임없이 추파를 던진다. 가슴 한 켠에 남아 있는 미완의 것들을 이루기 위해 다시 한 번 힘찬 발걸음을 내 디뎌 보라고 속삭인다. 우리는 그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가 보내는 눈짓에 포커스를 맞추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야 한다. 새로운 도전을 위한 가슴 설레는 뒤척임으로 잠을 설쳐도 좋다.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발돋움 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온 산야가 그렇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이들이 그렇다. 그 들이 맞아하는 이 봄은 아름답다. 이제 막 새순이 돋아난 나무들은 더욱 푸르러 갈 것이고 삶의 묵은 밭을 기경하여 두엄을 내고 씨앗을 뿌리고자 하는 이들은 오래지 않아 풍성한 열매를 거둘 것이다. 눈부신 이 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가 올 여름의 모양이 결정되고 가을과 겨울의 모습도 정해진다.

살이 있음은 축복이다. 삶은 현재 진행 형이다. 소멸과 생성의 끝없는 순환 속에 우주에 속한 모든 것들이 존재한다. 나라고 하는 하나의 개체도 그 한 부분에 귀속 되어 있다. 내 안에서도 끝없는 소멸과 생성이 이루어진다. 노쇠한 세포는 살아지고 새로운 세포들이 생겨난다. 살아 있는 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는 계속 된다. 똑 같은 날들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날들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여 이미 지난 것들의 환영에 사로 잡혀 오늘을 허투루 보낼 수는 없다. 내게 찾아와준 오늘은 어제 유명을 달리한 그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날이라고 하지 않던가.

오늘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며 태동을 시작한 대지위로 가만가만 봄비가 내리고 있다. 고대하던 비다. 가뭄을 해갈 해 주는 단비다. 봄 가뭄으로 성장의 속도가 조금은 더뎠던 새싹들은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들과 입 맞추며 환호한다. 이는 몽환의 계절에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의 탈바꿈을 시작한 모든 것들 위에 내리는 축복이다. 이 비로 하여 가문 중에도 때가 되었다고 꽃망울을 맺은 농원 안의 마가렛은 키가 훌쩍 자랄 것이고, 며칠 전 두엄을 낸 언덕 위의 딸기나무들도 빗물과 함께 스며드는 영양분을 듬뿍 머금어 더욱 풍성한 열매가 맺혀 질 것이다.

새로운 비상을 꿈꾸며 마음의 묵정밭을 기경하여 씨를 뿌리는 이들의 터전 위로도 단비가 내린다. 심상을 촉촉이 적셔주는 약비다. 이에 힘입어 꿈과 현실의 합일을 이루기 위해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세상을 향하여 내 달려 볼 일이다. 삶을 긍정하는 것과 앞날에의 기대는 봄의 또 다른 이름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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