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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수필가

세상에 참 별 일도 다 있다. 닭이 새끼토끼를 품어 기르고 있다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갓 태어 난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것 같은 어린 새끼들을 암탉 한마리가 품고 있는 모습이 화면을 통해 비쳐지고 있다. 행여 품 안의 어린 것들에게 무슨 변고가 생기면 어쩌나 싶어서인지 벼슬을 곤두세우고 사면을 살피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그런데 포유동물이 아닌 닭이 어떻게 어린 토끼들을 기를 수 있을까. 그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기 토끼들을 날개 안에 품어 따뜻하게 해주고 외부로부터 오는 침입을 막아주는 일 외에는 불가능 할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먹을 것을 공급해 주어 저들의 생명을 유지 해 갈 수 있는 것인지 보는 이로 하여금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밤이 이슥해지자 이것이 기우였음을 알 수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디서인가 한 쌍의 덩치 큰 토끼가 나타나자 새끼를 지키기 위해 그토록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던 닭이 언제 그랬느냐 싶게 슬며시 일어나 자리를 내어 주고 토끼는 새끼들 곁으로 다가가 젖을 먹이는 것이 아닌가. 수유를 끝낸 어미 토끼는 이내 어디론가 가버리고 대신 어미 닭이 그들을 품기 시작한다. 어린 토끼들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두 어미의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이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텔레비전 프로의 한 장면이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토끼를 품은 닭은 어린 토끼들이 자신의 품에서 부화한 병아리로 착각한데서 비롯된 결과라고 한다.

어미닭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새끼 토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각종 위험에 노출된 저들은 아마도 생명을 유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미 닭이 병아리를 품듯'이란 말이 그냥 쓰여 지는 말이 아님을 실감 한다. 주변의 상황에 민감한 어미 닭은 작은 위험요소라도 감지되면 이내 신호를 보내 병아리들을 불러 모아 품 안에 품어 그들을 지킨다. 토끼 굴이 아닌 열린 장소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착각한 어미 닭 덕분에 보호를 받은 토끼들은 참 복 있다. 고 하겠다.

갓 태어난 영아가 유기된 채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베이비 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들의 숫자도 날로 늘어난다고 한다. 생명은 더없이 고귀한 것이기에 축복 속에 태어나야하고 사랑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아이들로 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세상은 분별력 없는 쾌락주의에 물들어가고 그 결과로 해 생명의 존엄성이 점차 희석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갓 미물들도 제 새끼라면 끔찍이 여겨 제 몫을 다 할 때까지 품어 기르는데 하물며 사람이 이를 저버린대서야 말이 되는가.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짐승만도 못하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면 이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오월이다. 축제의 달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축제, 부모를 위한 축제, 스승의 뜻을 기리는 사은의 축제, 이 모든 것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거리에는 활기가 넘친다. 좋은 일이다. 이런 따사로운 바람이 곳곳으로 불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욱 훈훈해 졌으면 좋겠다. 거리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고, 둥지를 잃은 아이들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가는 그런 일들로 풍성한 날들의 연속이었으면 참으로 좋겠다. 병아리가 아닌 토끼를 제 분신인줄 알고 보살피는 어미 닭 같은 이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된다면 참으로 좋으리라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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