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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신들이 사는 땅으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넌다. 신들이 사는 세계와 인간이 사는 세계를 갈라놓은 돌다리다. 코끼리의 힘을 빌리고 인간의 노역이 더해진 대가로 만들어진 이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그 곳에 갈 수 없다. 오늘도 수많은 이들이 이글거리는 햇살도 아랑곳없다는 듯 분주히 가고 있다. 하기야 속인이 신을 만나러 가는데 이 정도의 수고쯤이야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것이리라.

이곳은 앙코르와트다. 사원을 둘러싼 해자의 푸른 물결위에 메루 형상을 닮았다는 사원의 탑들이 어른거린다. 그 옛날에는 힌두의 신들이 살았던 사원인데 지금은 불교의 신들이 사는 사원이라고 한다. 눈앞에 펼쳐진 사원을 바라본다. 놀랍고 경이롭다. 우선 이 모든 것들이 돌로 지어졌다는 것에 놀라고 그 웅장함에 놀란다. 신을 만나게 위해 왕과 승려가 드나들었다는 정면의 돌계단을 올라 고프라라 명명한 곳에 들어서 1,2층 회랑을 돌아본다. 1층 회랑에 들어서면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총 9개의 주제로 되어 있는 조각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층 회랑엔 천상의 무희라고 하는 앞사라의 조각상이 끝없이 나타나고 1500여개나 되는 앞사라들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중앙 성소의 탑들을 떠받치고 있는 3층 회랑에 오르려면 다시 밖으로 나가 기어오르지 않으면 올라 갈 수 없을 만큼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지금은 나무계단이 만들어져 있음.) 인간이 신을 만나러 가는데 어찌 고개를 들고 올라 갈 수 있느냐는 뜻에서 그리 만들었다고 하는 속설이 전해온다고 하는 절벽에 가까운 돌계단이다.

앙코르와트라고 하는 거대한 이름아래 존재하는 사원들과 초기유적지라고 하는 곳들을 돌아보며 생각한다. 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힌두신이든, 석가모니든, 예수든 간에 그들이 이 땅에 내려온 이유는 나름으로 속인인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온 것 일게다. 인간의 고혈을 짜내가며 만든 웅장한 건물 안에서 추앙을 받으려고 온 것이 아닐진대 인간들이 자기만족을 위해 바벨탑을 쌓고 신들을 그 안에 가두어 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좀 엉뚱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이유인즉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사원들과 유적지를 돌아보는 동안 '완 달러'를 외치며 따라 붙은 아이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생활상을 보면서 느낀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육십여 만평의 부지에 세워졌다는 거대한 사원들을 건축하기 위해 들어간 모든 노력과 물질을 가지고 이 땅에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기반을 구축해 가는데 주력 했다면 가난과 무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이 풍요로워지지 않았을까싶어서다. 이는 실로 엉뚱한 생각이고, 그들의 신과 찬란한 문화유산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비난을 받는다 해도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 어느 것도 사람이상으로 존중받을 수 없다. 존중 받으며 살아야 할 아이들이 맨발로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피폐한 모습으로 구걸을 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거대한 사원 안에 머물면서 수많은 중생들의 추앙을 받는 부처께서는 속히 이 땅에 내려와 저 아이들을 돌아보고 그들의 무지한 부모들의 마음을 깨우쳐 주기를 소망한다. 부모로서의 마땅한 책임과 도리를 져버리고 아이들의 처절한 눈빛과 손길을 통해 얻어 들이는 것으로 살아가지 말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교육을 받게 해야만 가정과 아이들의 미래가 보장 된다는 것을 알게 해 주기를 감히 이 땅의 신에게 고하고 싶다. 아직 듣지 못했을지 모르기에 내 나라 대한민국 한 촌부의 가훈이야기를 들려 주려한다. 그 집의 가훈은 "학교 가서 돈 벌어 와라." 학교가야 부자 되고 학교 가서 공부를 잘 해야 밥이 생긴다."라고 한다. 얼마나 감동적인 가훈인가. 교육은 가정과 나라의 백년대계를 책임진다고 하지 않던가. 속히 '완 달러'를 위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져서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의 가슴을 시리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

세계의 7대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찬란한 유적들을 돌아보면서도 내 가슴은 시리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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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