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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한 발 내딛고 있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앞을 향해 내 달릴 기세다. 세찬 바람이 휘몰아쳐도 아랑곳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조각상의 제목 또한 예사롭지 않다.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이다. 그의 당당한 모습에 매료되어 발길이 머문다. 모든 두려움을 떨쳐내고 앞만 보고 달려보겠다는 듯 결연한 의지로 빛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작가는 이 조각상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는 아마도 좌절과 고통의 늪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들에게, 특히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칠전팔기의 마음을 가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는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함이 아닐까 싶다.

아무 형체도 없는 한 덩어리의 커다란 화강암을 예리한 칼끝으로 쪼고 다듬어가며 간절한 염원을 불어 넣었으리라. 그리함으로 말미암아 애초에 생명이 없는 하나의 돌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영과 혼을 지닌 모습으로 다시 빚어져서 귀한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는 것일 게다.

분주한 일상을 내려놓고 떠나온 나들이 길에서 그를 만났다. 동해8경중 제1경에 속한다는 추암 해수욕장이 있는 곳에서다. 새해 첫날이 되면 일출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모여드는 곳. 바닷가를 중심으로 우뚝 솟아있는 기암괴석들과 촛대바위의 모습이 경이로운 곳. 갈라진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를 숨 쉬며 무리지어 피어 있는 해국이며 들꽃들이 가슴을 뒤 흔들어 놓는 곳. 그곳 언덕 위에 그가 있다. 그와의 조우는 내게 선물이고 호사다. 역동적인 그의 모습 속에서 그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유추해 볼 수 있음이기에 그렇다.

그는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단다. 이왕에 내딛은 발걸음이고 달려가야 할 길이라면 바람이 분다고 멈춰 설 수는 없다고 온 몸으로 말한다. 그가 말하는 바람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아마도 삶의 길목마다 도사리고 있는 역경들을 일컬음이리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바람을 만날 수밖에 없다. 내 안에서 불어오는 잡다한 바람. 예기치 않은 곳에서 나를 향해 불어오는 모진 바람, 이런 바람에 나를 맞기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때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휘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자칫하면 땅위에 발을 딛고 설 수 없을 만큼 휘청대기도 한다.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흔들어대는 숱한 요인들 중에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려는 마음과, 들을 수 없는 것들을 들으려는 데서 오기도 한다. 잡히지 않는 것들을 잡으려는 발버둥으로 자칫하면 좌초 될 위기에 처할 때도 있다. 이런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볼 수 있는 것과 들을 수 있는 것들을 놓쳐 버림으로 아주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누가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시련들이 내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다른 곳에 원인이 있다고 회피해서는 안 된다. 잠시 눈을 감고 내 안을 들여다보면 지금 직면하고 있는 이 결과 뒤에는 지난 삶의 흔적들이 녹아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세상이 빛난다.

그대와 나, 우리 모두에게는 아직 살아갈 날들이 남아있다. 남은 내 삶속으로 어떤 바람이 불어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무는 바람이 불 때 뿌리를 돌아본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삶에서 비롯된 흔적들을 돌아보며 마음을 고추 세울 때 든든히 설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모진 바람을 견뎌본 이들이라야 태풍의 눈 같은 광풍도 견뎌 낼 수 있음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갈 열쇠도 내가 가지고 있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힘도 내게 있다.

온 몸으로 말하는 그와 조우하며 그가 들려준 진솔한 이야기를 가슴에 품는다. 남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혹여 세찬 바람으로 휘청 댈 수밖에 없을 때가 온다면 다시 한 번 꺼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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