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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카트리지가 고갈 되었습니다. 교체하신 카트리지는 중고품입니다. 알고 구입하셨나요. 모르고 사셨나요. 모르고 사셨다면 사기를 당한 것이니 고발 하십시오"

"고객님께서 지금사용하고 있는 노란 용지는 불량품입니다. 희고 질 좋은 용지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문구가 모니터위에 뜨기를 반복하더니 푸린트기가 반란을 일으키고 작동을 하지 않는다.

잉크가 떨어졌기에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쓰던 카트리지를 충전해 사용하면 되는 줄 알았다. 복사용지 역시 인쇄 할 양이 너무 많기에 용지를 좀 아껴 보려고 지난해에 교정을 보기위해 출판사에서 가져온 약간 노르스름한 용지를 재사용하였더니 벌어진 일이다. 카트리지를 재충전해 사용하는 것을 인식하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용지의 색깔과 지질이 약간 껄끄러운 것을 어찌 알고 그런 메시지를 보내는지 아둔한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무슨 기계가 이렇게 똑똑하단 말인가.

새로 구입한 이 푸린트기가 새것만을 원하는 기계인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 기계인줄 알았다면 다른 것으로 구입했어야 했는데 후회막급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는 버려지는 것들로 넘쳐나고 있다. 생활의 편리성을 추구하다보니 재사용해도 무방해 보이는 많은 용품들이 일회용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쏟아져 나와 주변을 어지럽힌다. 그런가 하면 더 좋아진 성능에 더욱 화려해진 외모를 뽐내며 쏟아져 나온 전자 제품들이며, 온갖 것들이 만국기가 펄럭이는 매장 안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연신 추파를 던져댄다. 때로는 저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오랜 손때가 묻은, 색깔이 바래 퇴색해 보이지만 아직은 쓸 만한 지난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삶의 동반자였던 것들을 미련 없이 내다 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들이 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무조건 새것이 좋은 줄 알았다. 편리해야만 좋은 것 인줄 알던 때가 있었다. 오래 된 것과 낡은 것들 속에서도 얻어지는 귀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나이 들어가면서 알게 되었다. 그냥 두었더라면 집안의 장식품이나 소품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을 수 있던 것들인데도 불구하고 버려버린 탓에 아쉬움이 남는 것들도 많다. 닦을수록 윤이 나던 유기그릇들, 다이얼을 돌려야만 전화를 걸 수 있었던 때에 사용하던 금 빛나는 멋진 전화기, 태엽을 감아 사용하던 낡은 축음기 등. 이들 모두는 나의 젊은 날 나와 함께 하면서 한 때 내 삶의 한 자락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었었다

새로운 시대의 거센 물결에 떠밀려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그들과 함께 했을 때의 소중한 기억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것이 좋은 줄 알고, 삶의 흔적들이 녹아 있는 귀한 것들을 조금 오래 되었다고,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무심코 버려버리고만 것이 자못 아쉬운 순간들이 있다.

맑고 투명한 빛을 내는 형광등 불빛 보다는 은은한 빛을 내는 백열등 불빛이 좋고, 낡아 보이지만 세월의 향기를 지니고 있는 사람 냄새나는 오래된 찻집이 그립다.

버리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까지도 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효가 인간의 삶의 근간임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늙었다고, 이제는 효용가치가 없어졌다고, 내가 살아가는데 불편하다고 버려지는 이야기들을 매스컴을 통해 보고 듣는다. 그 뿐인가. 베이비 박스에는 버려지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끈일 날이 없다는 이야기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버려야 할 것들은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아가고 있는 이런 쓴 뿌리들이다. 옳고 그름의 잣대가 바로 설정되어지고 이를 소중히 여기며 가꾸어 갈 때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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