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 감동이 있는 학교

2014.07.23 13:15:27

정의숙

운천초등학교 교감

며칠 전에 교직경력이 3년이 지난 선생님들의 일급정교사 연수가 시작되었다. 연수대상자 선생님들 격려차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젊음에서 나오는 톡톡 튀는 대화내용에 저절로 동화되어 함께 젊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한 선생님이,

"저희가 발령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흘러 일급정교사 연수를 받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워요"

하고 얘기하는데 고개를 끄덕여 주면서도 슬그머니 웃음이 나면서 귀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30년 가까이 교직생활을 한 내게는 선생님들이 내 딸들처럼 느껴져 바라만 보아도 흐뭇하고 대견하기만 하다.

내게도 선생님들처럼 풋풋한 시절이 있었다. 어느 해에 5학년을 담임하게 되었는데 반 아이들이 23명이었다. 그 당시 내 나이도 23살 이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매일 들뜨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학교에 들어서면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며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고 내가 교사인 것을 자각하게 되어 발걸음, 몸가짐, 표정 등을 다시 새롭게 했었다.

매주 토요일 4교시에는 어린이회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이 되면 난 뒤에 앉아서 아이들의 회의 모습을 지켜보았다가 지도조언 시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3월어느 토요일에 반장 아이가

"선생님, 오늘은 저희가 의논할 일이 있으니 선생님이 교실에 안 계시면 좋겠어요"

하는 것이었다. 난 좀 당황스러웠지만 알겠다고 하고 그 시간이 끝나서야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의 표정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표정이어서 종례를 한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한 아이를 살짝 불러 뭐했냐고 물어보았는데

"별일 아니에요"

하고 제 친구들에게 도망치듯 달려가는 것이었다.

월요일 아침, 교실에 들어서니 내 책상 위에 포장지에 싸인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게 뭐야?"

하고 물어보니 빙긋이 웃으며 열어보시란다. 포장지를 펼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분홍빛 털실내화와 손등에 꽃수가 놓인 하얀 벙어리장갑이었다.

"선생님이 여름 실내화를 신고 다니셔서 아이들과 의논해서 실내화를 사드리기로 했는데 돈이 남아서 장갑까지 샀어요"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키가 작아서 높은 신발 신으려고 그런 건데…' 난 아이들의 마음씀씀이가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들은 본인들이 더 좋아하면서 수업시간에 집중도 더 잘하고 과제해결도 더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요즘 뜨고 있는 강사인 명지대학교 김정운 교수의 말에 의하면 아기들은 어머니의 감탄으로 자란다고 한다. 아기가 우유를 먹고 트림을 하면 "아이 잘하네!", 눈을 맞추고 옹알이를 하면 "아이, 말도 잘하네!"등으로 말이다. 감탄으로 성장하는 것은 비단 아기들뿐이랴! 가정에서는 가족들에게, 직장에서는 동료들에게, 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의 작은 변화에 감탄, 감동하며 서로 성장시켜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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