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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숙

운천초등학교 교감

몇 년 전 교감 첫발령을 옥천의 작은 시골 학교로 받게 되었다. 발령일 아침, 학교에 도착하여 설렘 반 긴장 반의 마음으로 학교에 들어서니 만나는 아이마다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 세대는 사랑한다는 말을 아기들에게 하든지, 아꼈다가 하는 말로 생각했는데, 만나는 아이마다 "사랑합니다!"라고 외쳐대니 왠지 쑥스럽기도 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처음엔 당황하여 "어, 어어 안녕~!" 하다가 익숙해지게 되니 나도 같이 "사랑해!"하고 인사를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좋아서 교사가 되었는데 인사말을 그렇게 주고 받다보니 아이들이 더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TV에서 밥 실험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2개의 병에 각각 일정량의 밥을 담아 아나운서실과 일반회사 몇 개의 사무실에 놓고 한 쪽 밥에는 '고맙습니다, 참 예쁘다, 사랑해'와 같은 좋은 말을 해주고, 다른 한쪽 밥에는 '짜증나, 미워, 너랑 안 놀아' 등 나쁜 말을 해 주는 실험이었다. 4주 후에 병에 든 2가지의 밥을 비교해 보니 좋은 말을 해 준 병에 든 밥은 하얗고 뽀얀 곰팡이가 피어 구수한 누룩 냄새가 난다고 하고, 나쁜 말을 해준 병의 밥에는 시커먼 곰팡이가 피어 보기에도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

난 그 결과에 깜짝 놀랐다. 귀도 없고 입도 없는 밥이 사람 입에서 나오는 좋은 말과 나쁜 말의 기운을 느끼고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다니 말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생명이 없는 밥에도 말의 영향이 이러할 진대 생명을 가진 사람에 끼치는 영향은 오죽할까?

에모토 마사루가 쓴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서 본 여러 가지 물의 사진이 생각난다. 좋은 말을 해 준 물의 사진은 물이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다운 결정체를 이루고 있었고, 나쁜 말을 해 준 물은 힘을 잃어 결정체를 만들지 못하고 흩어져 있었다. 아름다운 물의 결정체 사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평범한 수돗물을 찍은 사진은 염소 소독 때문인지 결정체를 만들지 못했었다. 그런데 500명이 동시에 감사하는 기분으로 수돗물이 깨끗해졌다고 생각한 다음, 고맙다는 말을 한 기운을 모았다. 그리고 그 마음이 담긴 똑같은 수돗물을 다시 찍은 사진은 보석처럼 빛나고 아름다운 결정체가 되어 있었다.

2009년도 창작동요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던 '참 좋은 말'이란 곡이 있다.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져서 학급아이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하고 함께 율동도 만들어 보았었는데 아이들도 신이 나서 목청껏 불렀었다.

사랑해요 이 한 마디 참 좋은 말/우리 식구 자고 나면 주고받는 말/사랑해요 이 한 마디 참 좋은 말/엄마 아빠 일터 갈 때 주고받는 말/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신이 나지요/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일 맛 나지요/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가슴이 콩닥콩닥 뛴대요/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나는나는 이 한 마디가 정말 좋아요/사랑 사랑해요

가사만 읽어도 사랑 가득한 가족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사람의 몸은 70%이상이 물로 되어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좋은 말을 많이 들려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으로 인사를 나누는 '참 좋은 말'을 비롯하여 고운 말, 아름다운 말을 많이 들려준다면 저절로 사랑이 넘치는 가정, 학교,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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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