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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숙

운천초등학교 교감

뜨거운 햇볕에 더위가 무르익어 가고 방학도 한창이다. 선생님들이 평상시에는 여러 가지 공문 처리와 학급아이들을 돌보느라 서로 이야기할 새도 없었는데, 방학 때 일직을 하니 학급아이들 이야기, 동아리 활동 이야기, 운동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쏟아 놓으신다. 한 선생님이

"경기도의 모 학교에서는 가정에서 물 이외에는 아무대접도 받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하여가정방문을 부활시켰는데 학교폭력예방 및 학력향상에 효과가 좋대요"

라고 말씀하시자 20여년 전 정연이네 집에 갔던 일이 생각났다 .

"띠리리릭 띠리리릭~"

그 해 여름방학에 일직을 하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정연이네 어머님께서 긴히 드릴 말씀이 있으니 퇴근길에 집에 들러달라며 지리를 알려 주셨다. 퇴근 준비를 서둘러 마치고 정연이네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는 내내 '긴히 하실 말씀이 뭘까? 방학숙제에 대하여 물어 보시려나? 아이의 1학기 생활을 물으시려나? 성적표는 나눠주었는데?', 그리고 '내가 무슨 실수 한 일이 있나? 아니면 내게 서운한 일이 있으신 걸까?' 등 별의 별 생각을 다하며 정연이네 집을 방문했다. 마중 나오신 어머님을 따라 조심스레 집 안으로 들어가니,

"선상님, 어서 오셔유. 이 누추한 곳을 오시느라 힘드셨쥬? 어서 올라오셔유"

하시며 할머니를 비록한 가족들이 반겨주셨다. 대청마루에는 커다란 상에 미역국, 불고기 갈비 잡채 등 우리 할아버지 생신상에 올라왔던 음식들이 가득한 잔치상이 놓여 있었다. 버스에서 가졌던 여러 가지 궁금증들을 내려놓으며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여쭈어 보니 가족들이 이구동성으로,

"선생님 생신날이잖아요!"

하셨다. 그러고는 나를 하얀 고봉밥이 있는 가운데 자리에 앉히시고는 많이 잡수시란다. 정연이가 오늘이 선생님 생신이라 하기에 어제 읍내에 나가서 시장을 보아 생일상을 준비하셨다 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이들 사이에 그 날이 내 생일로 알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선생님을 바라보는 정연이와 흐뭇한 얼굴로 음식을 권하시는 학부모님, 더욱이 많이 연로하신 할머니 앞에서,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라는 말도 못하고 교단에서 제일 황송한 생일상을 받게 되었다.

지금 다시 떠올려도 연로하신 할머님 앞에서 송구한 일이지만, 선생님을 챙기려는 아이들의 마음과 선생님이라는 존재 자체에 지극한 존경과 사랑으로 대하시던 학부모님, 그리고 연로하신 할머님의 마음을 생각하면 감사를 넘어 숭고한 느낌이다.

요즘 학교에선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외동자녀이거나 1,2명의 형제자매를 둔 학생들이 미래사회의 주인공들로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학교폭력예방에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이 교과와 연계하여 교육하고,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하여 다양한 체험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힘쓰고 있다. 학교와 가정이 소통을 통하여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의 마음과 가정에서 샘솟는 순수한 존경심이 더해지면 학생들의 인성교육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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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