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세금을 둘러싼 논쟁

2014.04.06 15:06:14

이주성

한국교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종교인 과세법안' 처리가 무산되고 다음 국회에서 재추진하기로 하는 등 진통을 겪으면서 종교와 세금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신부, 목사, 스님 등 종교인에 대한 면세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교인의 소득은 원칙적으로 과세대상이다. 그동안 국세청에서는 종교인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면 받고, 납부하지 않으면 그냥 묵인해 왔다. 이를 속칭 '관행적 비과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4대 의무'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국방·납세·교육·근로의 의무가 바로 그것이다. 그 중 납세의 의무란 국민이 세금을 납부할 의무를 말한다. 세금(조세)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강제적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세금은 국민의 능력과 경제수준에 맞게 공평하게 부과되어야 한다는 조세원칙이 바로 조세공평주의이다. 따라서 종교인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것은 조세공평주의를 위반하는 것이다.

종교인의 납세 논란은 1968년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려다가 무산된 것이 시초이다. 그 후 2006년 한 시민단체가 종교인 대부분이 탈세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용인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끌기 시작하였다.

2013년 11월 기획재정부는 2015년부터 종교인의 소득을 강연료, 인세, 자문료, 사례금 등 불규칙적인 소득인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세법 개정을 추진하려다 일부 종교계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기타소득 과세는 근로소득에 비해 세율이 낮아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논란도 있었다. 다시 기획재정부는 소득에 따라 차등세율을 적용하며 소득공제도 인정하는 '종교인 소득' 항목을 신설하는 세법 개정안을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다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종교계와 더 많은 논의를 거쳐 다음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결정하였다.

모든 종교단체가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단체에서는 종교인들이 자진하여 소득세를 납부하는 경우도 있다. 천주교의 경우에는 1983년 내부공론화를 거친 이후, 1994년 주교회의에서 사제(주교 및 신부)의 근로소득세 납부를 결정함에 따라 세금을 납부해오고 있다.

개신교의 경우에는 교단 성향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진보성향의 기독교 단체에서는 오래 전부터 목회자가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고, 일부 보수성향의 기독교 단체에서는 성직 활동은 '근로'가 아닌 '봉사'의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교회재정 건강성 운동'에 따라 소득세를 납부하는 교회가 증가하고 있고, 일부 교회의 목회자들은 자진하여 소득세를 납부해오고 있다.

그리고 불교계의 경우에는 조계종 총무원 소속 스님 등 소수의 스님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소득이 적어 과세대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종교인 과세 방침에 대해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종교인은 근로자가 아닌 영적 봉사자이므로 근로소득세 대상이 아니라는 일부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당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 소득세법에서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신분'이 아니라 '근로라는 일반 개념의 활동 행위'를 기초로 과세하고 있다. 종교인을 근로자로 보지 않더라도 이들이 받는 사례비는 정기적으로 소득이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근로소득'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천주교나 일부 개신교 단체에서는 종교인의 근로소득을 인정하여 소득세를 납부해오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도 어떤 형태이든지 종교인 과세를 해오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연내 입법을 위해 '종교인 과세법안'을 재추진하고는 있지만, 일부 종교단체들의 반발이 심하고 정치권 역시 선거철을 앞두고 소극적인 것이 문제이다.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해묵은 '종교인 과세'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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