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선생님

2014.05.14 14:48:49

김호숙

이월초 교장·시인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랍비가 한 마을에 들러 "이 마을을 지키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은 치안담당관을 데리고 왔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다음은 수비대장을 데리고 왔다. 그도 아니었다. "우리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치안담당관이나 수비대장이 아니라 학교의 선생님입니다. 마을을 지키는 사람은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우리가 만나고 싶은' 그 선생님들을 찾아가보자.

학교에 도착하면 운동장에서 건강달리기부터 육상이며 동아리 축구, 스포츠클럽활동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먼저 보인다. 한 시간여 통근 거리이니 이른시간에 출근한 것이 분명하다. 선생님도 어린이도 표정이 밝아서 보는 사람 마음도 활기차다.

때에 맞게 교내외 행사가 다채롭게 이어진다. 봄꽃이 지고 나니 학교 숲이 싱그럽게 자태를 드러낸다. 선생님들은 추모행사에 이어 '학교숲체험 사진전'을 기획하며 학급별로 창의적인 테마를 만드느라고 분주하다. 전시가 되고 나니 어린이들은 대단한 관심을 보인다.

텃밭 가꾸기 실습지를 조성하여 유치원부터 전 학급에 배분되고 어떤 모종을 주문할까 머리를 맞댄다. 어린이들은 모종을 들고 사진도 찍고 신기해하며 비닐 속으로 쏙쏙 고구마며 토마토, 고추, 땅콩 등을 심는다. 힘이 합쳐져서 이루어내는 하모니가 아름다운 것을 새삼 느껴보게 된다.

서로 멘토가 되고 격려하는 훈훈함으로 으뜸수업공개며 학부모 공개수업을 준비한다. 특수학급 선생님은 '수업스타'에 뽑혀 특수학급 6명의 어린이를 데리고 수업심사를 받는다.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활동 위주로 수업에 참여시키는 모습을 보느라니 저절로 뭉클해진다. 사랑과 혼이 깃든 수업이다. 어린이들도 스스로 대견하여 신이 난다.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아이도 표정이 환해져서 선생님을 바라본다. 선생님만이 만들어 갈 수 있는 교실 풍경이다.

좋은 배움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하는 선생님이 있는 교실은 어린이들과의 활동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살아있는 교실이다. 발표며 토론이며 창의적 활동을 시도하는 모습들이 곳곳에 보인다. 정성을 다 하는 선생님들과 그 이슬로 자라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느라면 고맙고 든든하다.

지금 만난 선생님들의 모습은 어느 학교에서나 만날 수 있다. 선생님들은 자신의 열정을 쏟아내는 보람으로, 그 힘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생각해 본다. 사랑없이는 설 수 없는 자리, 선생님들이 있어 우리는 희망을 말할 수 있다.

우리 선생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선생님들의 진주를 바로 보고, 알아주고, 믿어주는 일일 것이다. 이월초등학교를 비롯한 이 땅의 선생님들이 심고 가꾸는 꿈의 크기가 저 싱그러운 숲의 깊이어서 무한히 푸르고 깊은 것이리라. '우리가 만나고 싶은 사람'에 무게가 실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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