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호숙

이월초 교장·시인

서울 가서 뮤직 컬 보는 것으로 직원 연수를 정했었다. 평소에 접하지 못한 낯선 풍경에 젖어보는 것에 대해 모두들 표를 던졌다. 뮤직 컬 보기 전에 버스가 우리를 쏟아 놓은 곳은 인사동 거리다. 삼삼오오 나뉘어서 쇼핑도 하고 그림도 기웃거리고 표정들이 활기차다. 낯선 거리에서 어디부터 가야할지 모르면서 발길을 옮기다 보니 '또또의 추억이야기'라는 곳을 만났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7080세대 우리의 생활상을 상기하게 하는 '그 때를 아십니까?' 풍경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시대의 선거 벽보, 연예인 그림이 있는 달력, 대통령 가족사진이며 장난감, 쫀득이 같은 먹거리를 비롯해 교복, 주번 완장, 교과서 등 숱한 물건들이 우리를 추억 속으로 끌고 다녔다. 젊은 선생님들은 잘 모를 텐데도 공감하는 부분이 꽤 있어서 보는 것마다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는 중년의 주인아저씨는 이야기 속에 충분히 들어 있을 나이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시대에서 살게 되는 착각에 젖을 것도 같다. 어쩌면 하나같이 잊혀져가고 있는 우리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착각에 들게 하는 물건들이 수집되어 전시되어 있다.

그 당시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노트며 연필이며 책가방들을 오랜 세월이 지나서 만나니 정겨운 이유가 무언가. 새 것, 좋은 것을 찾아 미련없이 버렸던 개인 유산들이 아닌가. 고무신이 떨어지지 않아서 몰래 한 짝을 버리고 잃어버렸다고 새 운동화를 사달라고 했던 그 고무신도 새롭게 보이고 잘 써지지 않던 연필이며 지운 자리가 시커멓게 남던 지우개에서 느껴지는 이 마음들은 뭔가.

너무도 달라지고 발전한 세상에서 우리가 버렸던 유산은 이제 색다른 풍경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생각한다. 새롭게 느껴지고 관심이 가고 추억들이 솔솔 살아나서 발길이 쉬 떨어지지 않고 쉬지 않고 옛일을 회상하게 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찾아 서울까지 갔는데 거기서 만난 것이 너무도 익숙하고 그립기까지 한 추억이라니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십수년 전에 함께 근무했던 마음 통하는 동료들과의 모임을 얼마 전에 가졌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 금세 옛 이야기로 돌아가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런 것인가 보다. 새로운 것에 밀려, 버리고 건너뛰고 바쁘게 살다가도 어느 순간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손때 묻은 시간들이란 게….

힘들 때 혈육을 찾게 되고 옛 친구가 떠오르고, 몸 아플 때면 쌀이 귀하던 시절 먹던 보리밥이며 칼국수 등이 생각나는 것도 잊은 것 같아도 어딘가 묻어 있다가 물씬물씬 풍겨오는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리라.

낯선 것을 찾아 여행을 하며 버릴 것들 버리고, 거기서 다른 모습의 자신과 만나고 나면 일상에 작은 변화를 느끼며 또 익숙해지고….우리들 삶은 이렇게 나름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일 게다. 분명한 건 낯선 것과 익숙한 것은 서로 닿아있고 그리움과 곁해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