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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숙

산남초 교감, 시인

智光 변택주는 '법정 스님 숨결'에서 법정 스님을 회상하며 스님의 일화를 숨결을 느끼듯이 적고 있다. 십 수년간 법회 진행을 맡으며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었던 저자는 법정 스님의 알려지지 않은 삶의 향기며 유쾌하고 해학 넘치는 면모를 알게 해 주고 있다.

법회를 마치고 스님이 머무는 행지실(行持室)로 향하는 법정 스님을 웬 거사 한 분이 쫓아가 가지고 온 책을 펼치며 '좋은 말씀'을 한마디 거기에 적어달라고 했다. 스님은 '나는 누구인가·'라고 써 주었는데 그 거사는 성에 차지 않았던지 어린아이가 보채듯이 다시 좋은 말씀을 써 달라고 우겨댔단다. 그때 스님은 그 책을 다시 받아들고 책 표지 안쪽 그득히 큰 글씨로 '좋·은·말·씀'이라고 써 주셨단다.

그 거사가 법정 스님께 듣고 싶었던 좋은 말씀은 무엇이었을까. 좋은 말씀을 들으면 금방 행복해질 것 같은 기대에 찬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어느 신규 교장 선생님이 교장 승진 발령을 받아 가서 일주일 정도 지나니 직원들로부터

"교장 선생님, 이제 교장 선생님의 학교 경영관을 발표하시지요·"

하는 주문이 들어왔었단다. 좋은 말씀을 듣고 싶은 거사처럼 직원들의 마음도 헤아려볼 만 하지만 교장의 경영관이야 학교 운영하는 사이 저절로 녹아나는 것이다. 교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강조하고 당부하는 것들이 경영관이지 굳이 직원들 앞에서 발표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가 하는 생각들로 모아지며 빙그레 웃음 머금게 했다.

직장 잡아 떠난 아들들과 너무 대화가 없다고 느껴져 대책으로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을 만들어 사소한 것도 서로 나누기로 약속했다. 무얼 먹었는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사소한 것도 서로 올려서 맘을 트는 재미가 있었다. 만났을 때도 카카오톡으로 주고받던 일들이 화젯거리가 되어 분위기가 자연스럽고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큰아들은 반응도 빠르고 글도 자주 올라오는데 작은아들은 띄엄띄엄 짤막한 한마디씩만 한다. 점심시간 지나고 어쩌다 올린 문구가 '힘듦'이라고 올라와서 걱정됐다.

"근무가 힘드냐·, 걱정거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참 후에 "졸려서 ㅋㅋ"라는 답이 왔다. 작은 녀석의 엉뚱함에 자주 놀라곤 하면서도 채팅방 만든 건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다. 채팅방을 만들어서 소통을 유도하는 것이 대화 좀 하라고 다그치는 것보단 소득이 있었다.

직장에서도 분위기 조성이 전제되어야 웃음도 있고 능력발휘도 된다. 선생님들을 만나는 자리를 수시로 만든다. 학년연구실에서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미처 못 한 개별 칭찬이며, 부탁도 하는 것으로 선생님들 마음 읽는 기회를 만든다. 전체 회의 때 못한 이야기도 학년끼리 편안한 분위기에선 마음을 내 보인다. 수학여행이나 야영, 여행 등 특별한 시간을 보낸 선생님들과는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걸 보면 사람 사이엔 마음 터놓는 시간이 중요함을 느낀다.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소통하라고 다그치기보다 내가 먼저 한 발 다가서고 공감대를 가지려고 마음을 여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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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