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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4.30 13:11:24
  • 최종수정2014.04.30 13:11:24

김호숙

이월초 교장·시인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꽃다운 학생들의 세월을 미리 다 가져가 버렸다. 아깝고 안타깝고 기막히다. 침몰 이전으로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어느 시점부터 거슬러올라가야할까. 선주가 제대로 된 경영을 했더라면… 선장다운 선장, 책임을 다하는 승무원이었다면...'대기하라'는 방송이 아닌 '대피, 긴급대피' 방송이 울려 퍼졌다면...해경이 도착하여 배 밖에서만 구조할 게 아니라 헬기에서 내려 선실에 투입되고 대피시키고 끌어내기만 했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의 무능함으로 발 동동 구를 때 현장을 아는 실무자가 힘 있는 리더가 되어 구조를 지휘했더라면...안타까움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급박한 상황 근처에서 오가다가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린다. 이젠 돌이킬 수 없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방향에서 논의되어야 할 만큼 시간이 흘러버렸다.

나희덕 시인의 시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가 아프게 가슴을 쓸어내린다.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꽃 지기 전에 놀러 와/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해 저문 겨울날/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나 왔어/문을 열고 들어서면/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이봐. 어서 나와/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짐짓 큰 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조등(弔燈) 하나/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너무 늦게 놀러 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중략)'

구명조끼 입고 '살아서 만나자'며 절박하게 기다리는 그들에게 가지 못하고, 10시 17분 '더 이상 안내방송이 없다'는 기다림에 답을 주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 너무 늦어버렸다. 모든 것이 때를 놓치고, 놓치고… 놓치다가…. 다 잃어버렸다. 너무 늦게 온 사람들끼리 원망과 회환만 쓸어 담고 있는 것이다. 해경이며 민간 잠수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작업을 벌이긴 했어도 몰매를 맞는 것은, 너무 늦어서 다 되돌릴 수 없게 되어버려서이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 동영상 속에 우리 착한 학생들은 서로가 서로를 걱정한다.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에 "예"라고 대답하며 "절대 움직이지 말래"하고 서로 챙긴다. "갑판에 있는 애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선생님들도 다 괜찮은 건가"하는 이 음성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가슴을 울릴 것이다.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 바로 잡아야 할까. 이번 희생으로 하여 뿌리부터 거슬러 올라간 대책이 마련될 것인가.

누구도 그 슬픔을 덜어낼 순 없지만 너무 늦은 사람들끼리 그들의 치유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서로 공감해주고 동참하는 일일 것이다. 분노할 때 받아주고 미안해하고, 위로하고 함께 슬퍼하고, 마음을 함께 하는 것이리라. 세월호 침몰로 미리 가져간 저 착한 학생들의 세월을 바로세우는 것, 그것이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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