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릴레이/심층인터뷰 - 정구복 영동군수

"국악·포도 환상결합 대표 브랜드로 육성"

2008.11.13 13:29:39

군청 말단 기능직 공무원. 전기공사 업체를 운영하는 CEO. 군의회 의원과 군의회 의장을 거친 뒤 민선 자치단체장에 도전해 성공을 한 정구복 영동군수의 이색 경력이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때 한나라당 절대 우세지역으로 꼽히던 영동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 해 예상을 뒤엎고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갓 50세를 넘겨 당선 된 후 지역 일각에서 그의 군정 수행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낸 것도 사실이었으나 그 점을 기우로 만들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군청내에 깊은뿌리를 내리고 있던 학연의 얽힌 선배들의 벽을 뚫고 겸손함으로 화합을 이끌어 내며 고향 발전에 매진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모 방송국에서 실시한 충북도내 시장군수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고민이 없는 게 아니다. 영동은 한자로 永同이다. 길 永자에 같을 同. 즉 언제나 변함이 없다는 의미의 부정적 이미지로 발전 보다는 정체의 소도시로 쇄락하는 것을 막기위한 시책개발이 바로 그것이다. 한때 13만명이 넘던 인구는 지금 5만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정군수는 지난 2년의 군정 보고서를 통해 성과 일변도 홍보의 다른 지자체와 달리 말미에 '반성과 시사점'을 통해 늘머리랜드 조성 지연 등의 4가지 고백을 하는 솔직함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정구복 군수가 영동군 지도 앞에서 향후 개발 구상을 밝히고 있다.

-군청의 일개 말단 직원에서 군정 책임자로 변신한 지 2년이 지났는데 군수라는 자리가 어떻던가요.

하급직원이나 군의원 등은 그저 일만 하거나 집행부를 견제 하는 정도의 업무와 함께 책임 질 일이 별로 없지만 군수는 모든일에 책임을 져야 하고 그에 따라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자칫 하면 군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판단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총체적으로 어깨가 무거움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군정을 운용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적지 않았을텐데요.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 영동은 타 지역에 비해 보수적 성향이 강한 곳입니다. 의회에 있을때도 느낀 점이지만 군청내에 저 보다 선배들인 고참 간부들이 많았는데 후배인 제가 어떻게 그들을 통솔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을 많이 했고 또 그부분이 제일 신경 쓰였습니다. 하지만 나이는 적지만 그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군정을 협의하고 했더니 그런 우려는 사라져 버리더군요. 업무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것은 육군종합행정학교 유치 때 육참총장으로 부터 '포기해라' 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입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국 우리 지역으로 오게 만들었지요.지금 생각해도 기적에 가깝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한참 후배가 군수로 오게되니 전임 군수와의 인맥 고착화에 대한 불이익 우려 등 여러가지 이유로 청내 분위기가 술렁였을 텐데 융화를 위한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나요.

제가 당선 되자 처음엔 선배 공무원들이 저를 부담스러워 한 것은 사실입니다. 또 적응을 하는 데 힘들었겠지요.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생활철학인 먼저 인사하기를 시작했습니다. 하위직이건 간부이건 제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했더니 자연스레 장벽이 걷히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쇼를 한 게 아니고 지금도 진정성을 가지고 먼저 인사하기를 지키고 있으니 좋은 이야기들이 들리더라구요.마음을 여는데 그리 오랜 시간 안걸렸습니다.

-전임군수 시절 노조와 심한 갈등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제가 노조간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분이나 나 나 군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 만큼 대화로 모든 것을 풀자고 말이죠. 그 말에 동의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기 시작하니 갈등이 없어졌어요. 작년부터 우리 군은 지역현안을 주제로 노조간부와 토론하는 것을 비롯해 2백여명 이상이 참여하는 군민대토론회를 열고 있는데 지금까지 6번을 했는데 이런 방식을 통해 자연스레 함게 고민하고 목표를설정하는 공동의식을 함양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앞으로 가급적 소규모 행사는 참석을 자제하고 군단위 큰 행사만 참석하는 대신 그 시간을 군정 발전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지켜지고 있나요.

솔직히 말해 지키려고는 하는데 어려움이 많네요. 주민들의 표로 선출된 사람이 관내 부락 행사를 다니면서 어르신들을 뵙고 하는게 순리지만 그쪽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뺐기는 것 같아 좀 선별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 것인데 여기저기서 군수 얼굴 본지 오래됐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을 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또한 그로 인해 군정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는 소지도 다분한 것 같아 고민하고 있습니다.

- 역시 표를 생각한다면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제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군수 2-3년차가 가장 열심히 일을 해야할 시기인데 행사에 쫓기다 보면 군정이 후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인데 차기를 생각한다면 직접 접촉도 게을리 할 수 없고 …. 그래서 좀 더 시간을 쪼개 군정을 추진하는 한편 관내도 열심히 돌아다닐까 합니다. 소망스럽다면 군수가 일일히 행시장을 가지않아도 이해가 되는 그런 성숙한 의식이 조성됐으면 합니다.

-영동의 대표적 농산물 브랜드가 포도입니까 아니면 곶감입니까.

그것 참 딜레마인데요. 우리는 농업군이기에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는 없어요. 포도, 곶감 말고도 호두까지 명품화를 하고픈 의욕은 있으나 예산 등의 어려움이 있어 아무래도 포도를 주력브랜드로 키워야 되지 않나 합니다. 이에대해 다른 작물재배 농가가 불만을 가질 수 있겠지만 포도재배와 와인이 성장동력으로 유망한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영동에는 군이 출자한 와인코리아라는 와이너리(포도주제조공장) 가 있어 유럽이나 캐나다 같이 와이너리 체험 등의 상품을 개발하면 괜찮을 것입니다.그래서 20여 포도재배 농가를 미국 캘리포니아 에 선진지 견학을 시켜 포도와 와인의 메카로 조성하려 합니다.

-그것만 가지고 포도를 대표 상품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요. 다른 지역에서도 포도를 특화하는곳이 적지 않은데.

맞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거의 확정단계로 용화면 250만㎡에 3만두 정도를 수용하는 대규모 한우농장이 들어서게 되면 포도 재배농가와 연계하려 합니다. 방법론으로 예를 들어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포도를 깐 껍데기나 줄기를 한우사료화 하는 방법을 비롯, 3년 연속 전국최우수사업단으로 선정된 영동 포도클러스터 육성에 더 박차를 가하려 합니다.

-영동군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국악국악원 분원 유치는 어떻게 되가고 있습니까.

지금 대전, 정선,평창,천안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충주는 나중에 뛰어 들었는데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관련 인프라 구축이 우리가 가장 앞섰다고 봅니다. 타당성 검토가 끝나고 난계국악촌 옆에 이미 부지도 확보해놓고 있어요. 국악발전을위해 꼭 영동에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알리고 있는데 국악의 본향인 우리지역으로 오는게 맞습니다. 국악원이 들어서면 이웃 금산은 인삼, 무주는 태권도, 영동 국악 등 한국을 대표하는 3가지 상징을 묶어 관광벨트화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세 지역군수들이 만나 논의를 하고 합동용역을 발주해 놓은 상태이기도 합니다.

정구복 군수(가운데) 지난 달 미국 연주회 일정 중 메릴랜드 주지사에게 난계국악촌에서 제작한 해금을 전달하고 있다.

-국악원 유치위원회가 구성됐지만 활동이 변변치 않다고 하던데요.

지금까지 2번 정도 회의를 가졌습니다. 내년에는 예산을 지원해 민관공조를 더 강화할 생각이구요. 그리고 서울의 출향인사 및 국악계 인사로 별도 유치위원회를 만들어 전문성확보를 바탕으로 유치활동을 벌이려고 합니다.

-선거공약에 대기업 2곳을 유치한다고 했지만 아직 가시화 되질 않아 공수표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던데.

나름대로 성사를 위해 백방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걸림돌이 많습니다.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인데 경제상황의 여러 악재로 난관에 봉착했어요. 여기에다 엊그제 수도권 규제완화까지 되는 바람에 더 애를 먹을 것 같습니다. 사실 어느 대기업에서 250만㎡(약 80만평) 정도의 공장을 짓게다고 해 잘되가다 막판에 불발돼 아쉬운 적도 있었구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진 중입니다.
그래도 대기업은 아니지만 25개 기업이 이전하거나 투자유치를 했습니다. 지금 주곡리에 16만㎡ 면적의 협동화단지가 차질 없이 진행중이므로 소기의 성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군민들의 실망감을 무엇인가로 달래야 할 것 같은데요.

예. 그 대안이 바로 지난해 온 군민의 힘으로 이루어 낸 육군종합행정학교의 유치입니다. 만약 관선시대 같으면 절대 영동에 유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 공직내부에서도 대부분 다 반대를 했지만 끝내 해냈지요.그 과정은 소설로 써도 흥미진진 합니다. 재경 인사를 비롯한 모든 군민의 결집된 힘을 보여줬다는 데 대해 감사의 말씀과 큰 보람을 느낍니다.
현재 토지보상 중인데 건설기간 중 약 9천억 정도의 경제효과와 완공후에 연 7백억원 정도의 과실이 지역에 떨어지게 될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상주인구도 당연히 늘어나지요.

-전임군수때 부터 추진하던 늘머니랜드가 4년째 표류하고 있는데 어떻게 되가는가요.

군민들에게 죄송한데 아직 좀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투자 의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시기를 점치는 것 같아요. 이왕 기다린 것 여건의 성숙을 기다려야지요.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투자한다면 금상첨화이지만…. 어쨌든 여러 경로를 통해 지속적 연락을 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황간면 백화산 일대 관광단지를 조성하는데 현지 주민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는데 맞습니까.

아닌데요. 지금 25억 투입해 부지를 매입 해놓은 상태인데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조성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영동군은 임야가 전체 면적의 78%를 차지하는데 임산개발을 잘해야 될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군 조직 중 도내 유일하게 산림전담과가 있어요. 산림은 보존가치가 있으면 보존하는 것이고 그 외에는 개발을 해야 합니다. 과거 영동 표고가 알아줬는데 명성을 되찾는 작업과 함께 장뇌삼 재배 면적 확대, 목장이나 풍력발전소 건설 등의 경관산업을 육성하는데 촛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군이 지분을 투자한 와인코리아는 운영을 잘하면 수익증대 등 효과를 거둘 것 같은데 지난 증자때 왜 참여를 안했습니까

지금 자본금이 60억원인데 약 40% 정도의 지분을 군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10억원 증자를 한다고 해서 참여를 추진했는데 의회에서 승인을 안해주는 바람에 못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의 출향인사가 그 대신 15억 증자에 참여를 해 운영을 하고 있는데 작년에 적자를 보긴 했지만 실제는 적자가 아닙니다. 와인코리아는 제3섹터 사업으로 전망이 매우 밝은 사업으로 평가합니다. 반드시 성공시켜 3년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미동포 와인애호가 한명이 영동에 포도박물관 공간이 마련되면 개인소장 포도주 3천여병을 임대해 전시해도 좋다는 의사를 전달받고 와인코리아 활성화를위해 좋은 기회로 알고 진행을 하는 중 입니다. (와인코리아는 영동읍의 폐교를 이용해 공장을 짓고 샤토마니라는 상표로 수십종의 포도주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철도청과 협력해 와인트레인을 연간 1백회 이상 운행해 9천여명의 외지인이 공장을 방문해 7억원정도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들은 직접 포도 재배과정을 실습하고 포도도 구매하는 한편, 영동 국악기체험관 등을 들러 체험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인기를 끌고 있다.)

-와인코리아 공동대표에 정군수 선거때 핵심측근이 임용된 것을 두고 보은인사라는 이야기가 나돌던데.

그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구요 저는 전혀 개입 안했어요. 그 분은 이번 증자에 참여한 서울 출향인사가 영입한 것입니다.

-지난 도 간부 인사때 도내에서 처음으로 여성부군수가 부임했는데 무슨 이유가 있었나요.

제가 군수 취임 후 그동안 남자가 독점해오던 인사담당자에 여성공무원을 발령하는 인사실험을 했어요. 이러쿵 저러쿵 얘기도 나왔지만 당사자가 훌륭하게 업무를 처리해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금녀의 벽을 최초로 허문 의미도 있지만 섬세한 여성의 특성을 살렸다고도 볼 수 있지요. 이번 여성 부군수 영입때 는 요청을 받고 나서 지역의 여러 경로로 자문을 받았는데 한번 그래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이 많았습니다. 파격이라고들 하지만 도청내 여성간부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것 같고 해서 결정했는데 어머니처럼 부드럽게 청내 분위기를 만드는 한편, 대외 업무도 활발하게 처리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때 이용희의원을 따라 선진당으로 옮겼는데 비난을 무릅쓰고 그런 결정을 해야만 했나요.

그럴수 밖에 없었고 제가 앞장을 섰습니다. 정치인 이전에 지켜야 할 신의라는 게 있고 그 분의 결정에 동참을 하는 것이 정도라고 여겼기에 주저없이 실행에 옮겼습니다. 제가 볼때 단체장은 정당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이 아니라고 보며 따라서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선거에 나올 생각인지요.

예. 꼭 도전할 겁니다. 제가 구상했던 것 마무리 할 게 많고 아직 창창하니 더 해야지요.


인터뷰 : 이 정 논설실장

지난 10월 12일 미국 워싱턴 조지메이슨대학 예술의 전당에서 영동 난계국악단이 난계 박연선생 630주년 탄생을 기념하는 공연을 갖고 있다.


영동은 우리나라 3대 악성중의 한분인 난계 박연선생의 향리이다.

41회째 맞은 난계예술제는 문화관광부 축제로 자리매김 했고 91년에는 전국 처음 군립난계국악단을 창단해 지금까지 미국 공연을 비롯해 매년 70회 이상 총 1천2백여회의 공연을 통해 국악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영동을 국악의 본향으로 만들기 위한 정군수의 노력도 높이 평가해야 한다. 난계기념사업회이사장을 지낸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워낙 국악에 관심이 많다.

지금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는 난계국악박물관과 40여종의 국악기를 만들어 연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난계국악기제작촌, 그리고 일반인에게 개방돼 있는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이 건립돼 있는데 국비를 얻어오기 위해 관련 부처 담당공무원을 찾아 일일히 설명하고 애쓰는 모습에 동행한 군청공무원들이 감동을 받을 정도라는 것이다.

2011년 180억원이 투입되는 국악체험촌이 완공되면 전통문화 계승발전과 국악의 고장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난계국악단은 지난 10월 워싱턴한인회 초청을 받아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연주회를 가졌는데 3천여명의 미국인들로 부터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의 호평을 받았다. 또 워싱턴에 이어 뉴욕 한국대사관에서도 공연을 가져 일본과 중국에 국한되던 해외공연을 미주지역까지 확대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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