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가려내는 일

2014.05.28 13:31:04

김호숙

이월초 교장·시인

요즘 신록이 무한 생명력을 발산할 때인데 어찌된 일인지 깊은 시름에 잠겨 말을 잃고 기운도 빠져있다.

연일 대형 인명사고가 터지고 있다. 안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점검하고 대책을 세운다고 하지만 사고가 불쑥불쑥 터지니 아침에 눈뜨면 '오늘은 별일 없는가'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장성 요양병원 화재'로 21명 사망에 8명 부상 뉴스가 흘러나오는데 시내 곳곳에 선거 피켓이 보이고 출근차량을 향해 인사하는 행렬들이 즐비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인사를 받는다. 90도 숙인 공손한 인사다. 아직은 유권자와 출마자로 나뉘었으니 유권자가 최상의 대접을 받을 때이다. 그렇게 많이 인사를 받아도 마음은 멀게만 느껴진다.

며칠만 지나면 당선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구분이 될 것이다. 얼굴알리느라 높이 내걸린 저 많은 현수막들도 제 임무를 마칠 날이 멀지않았다.

출마자들은 누구나 자신만만하고 대단하고 자신만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외친다. 그들 말대로 다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요즘은 유권자도 힘든 시기다. 사람을 가려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는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을 금방 알아낸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기황후'에서 왕자의 몸을 학대한 흔적을 발견하고 '기승양'역의 '하지원'은 의심 가는 관련자들에게 왕자를 일일이 안겨보고 아이의 반응으로 범인을 잡아내는 장면이 있었다. 어린아이도 자신을 이롭게 하거나 해가 되게 하는 사람은 금방 알아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는 잘해주는 사람만 가려내서 되는 일이 아니기에 더욱 어렵다. 앞으로 잘 할 사람이 누구인가가 문제다. 이 사람이라고 선택했는데 지나고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경우를 겪어왔기에 쉬운 일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중요한 문제는 빼어나게 드러나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문제다. 비슷비슷하니 아무나 찍는다는 식으로 될 경우도 제대로 사람가려내기가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김영랑 시인은 '모란이 지고나면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라고 했는데 출마자들은 혹 '당선만 되고 나면 내 마음대로야'하는 마음인 사람도 가려내야 할 것이다. 당선될 때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에 그치고 마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사람을 가려내는 일에 쓸 중요한 한 표가 꼭 선택되어야 할 과녁을 명중시키도록 활시위를 당겨야 할 텐데 그것을 가려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나무랄 데가 없는 5월도 이렇게 가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선거 홍보물이 깔끔히 철거되듯 우리들 마음도 좀 말끔해 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틀어 짜면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신록에 마음을 푸근히 던져 힐링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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