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풍경을 찾아

2014.06.11 15:28:44

김호숙

이월초 교장·시인

서울 가서 뮤직 컬 보는 것으로 직원 연수를 정했었다. 평소에 접하지 못한 낯선 풍경에 젖어보는 것에 대해 모두들 표를 던졌다. 뮤직 컬 보기 전에 버스가 우리를 쏟아 놓은 곳은 인사동 거리다. 삼삼오오 나뉘어서 쇼핑도 하고 그림도 기웃거리고 표정들이 활기차다. 낯선 거리에서 어디부터 가야할지 모르면서 발길을 옮기다 보니 '또또의 추억이야기'라는 곳을 만났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7080세대 우리의 생활상을 상기하게 하는 '그 때를 아십니까?' 풍경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시대의 선거 벽보, 연예인 그림이 있는 달력, 대통령 가족사진이며 장난감, 쫀득이 같은 먹거리를 비롯해 교복, 주번 완장, 교과서 등 숱한 물건들이 우리를 추억 속으로 끌고 다녔다. 젊은 선생님들은 잘 모를 텐데도 공감하는 부분이 꽤 있어서 보는 것마다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는 중년의 주인아저씨는 이야기 속에 충분히 들어 있을 나이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시대에서 살게 되는 착각에 젖을 것도 같다. 어쩌면 하나같이 잊혀져가고 있는 우리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착각에 들게 하는 물건들이 수집되어 전시되어 있다.

그 당시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노트며 연필이며 책가방들을 오랜 세월이 지나서 만나니 정겨운 이유가 무언가. 새 것, 좋은 것을 찾아 미련없이 버렸던 개인 유산들이 아닌가. 고무신이 떨어지지 않아서 몰래 한 짝을 버리고 잃어버렸다고 새 운동화를 사달라고 했던 그 고무신도 새롭게 보이고 잘 써지지 않던 연필이며 지운 자리가 시커멓게 남던 지우개에서 느껴지는 이 마음들은 뭔가.

너무도 달라지고 발전한 세상에서 우리가 버렸던 유산은 이제 색다른 풍경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생각한다. 새롭게 느껴지고 관심이 가고 추억들이 솔솔 살아나서 발길이 쉬 떨어지지 않고 쉬지 않고 옛일을 회상하게 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찾아 서울까지 갔는데 거기서 만난 것이 너무도 익숙하고 그립기까지 한 추억이라니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십수년 전에 함께 근무했던 마음 통하는 동료들과의 모임을 얼마 전에 가졌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 금세 옛 이야기로 돌아가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런 것인가 보다. 새로운 것에 밀려, 버리고 건너뛰고 바쁘게 살다가도 어느 순간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손때 묻은 시간들이란 게….

힘들 때 혈육을 찾게 되고 옛 친구가 떠오르고, 몸 아플 때면 쌀이 귀하던 시절 먹던 보리밥이며 칼국수 등이 생각나는 것도 잊은 것 같아도 어딘가 묻어 있다가 물씬물씬 풍겨오는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리라.

낯선 것을 찾아 여행을 하며 버릴 것들 버리고, 거기서 다른 모습의 자신과 만나고 나면 일상에 작은 변화를 느끼며 또 익숙해지고….우리들 삶은 이렇게 나름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일 게다. 분명한 건 낯선 것과 익숙한 것은 서로 닿아있고 그리움과 곁해 있다는 것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