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행복 - 필리핀 출신 라셀디오네스의 소원

"우리 아들들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큰아들 자폐증·둘째아들 틱 장애
본인도 하복부 물혹…치료 시급

2011.11.06 19:19:57

라셀디오네스(가운데·43)씨가 큰아들(오른쪽·11) 손가락에 V자를 만들어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작은아들(왼쪽·10)은 앙증맞게 머리를 묶고 형의 손을 바라보고 있다.

"같이 살아볼래요? 행복하게 해줄게요."

13년 전 필리핀에서 만난 한국인 김상덕(가명·44)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라셀디오네스(43·청원군 가덕면)는 이듬해 2월 한국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남편만 믿고 따라온 한국 땅이 낯설고 두려웠다. 그러던 그녀가 32살이 되던 해, 첫째아들인 현우(가명·11)를 낳았다. 큰 눈망울에 까무잡잡한 피부까지. 자신을 쏙 빼닮은 아들을 본 순간 그녀는 두려울 것 없는 강한 엄마가 됐다.

현우가 5살일 때 어린이집 교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현우가 조금 이상해요. 소리 지르고 이상행동도 보이고, 병원에 좀 가봐야겠어요"

검사 결과를 들은 그녀는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땅한 한국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현우가 '자폐증' 진단을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시간당 4만원의 치료비가 든다고 했다. 남편이 짓는 벼농사와 일용직 수당으로는 어림없었다. 술만 마시러 다니는 남편 때문에 벼농사로 나오는 쌀은 가족이 먹기에도 부족했다. 그녀는 식당에서 시간당 5천원을 받고 일했지만 고정적이지 않았다.

남편 명의로 된 집 탓에 기초수급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숨지면 그 집은 고스란히 남편의 큰형에게 돌아가기로 돼있는 상태다.

한 달 8천원짜리 약물복용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꾸준히 현우를 보살폈다. 글을 가르치고 그림도 함께 그리며 사랑을 듬뿍 줬다.

엄마의 정성이 통해서였을까. 현우가 청주성신학교(유·초·중·고등과정 정서장애아 특수교육기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등록금을 내지 않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둘째 아들인 현석(가명·10)에게 문제가 생겼다. 어려서부터 형의 이상행동을 보며 받았던 스트레스가 1년 전 한꺼번에 표출된 것. '틱 장애'(자신도 모르게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현상)진단을 받았다.

바우처의 심리치료를 내년 4월까지 무상으로 제공받기로 했다. 내년 4월이 지나고 나면 월 심리치료 3만2천원에 약물 치료비 5만원까지 감당해야 한다. 한 달 공공요금도 내지 못하는 그녀에겐 여간 버거운 액수가 아니다.

아이들을 신경 쓰는 사이 자신의 병은 점점 더 악화됐다. 왼쪽 하복부에 물혹이 생겨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자신의 병은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서툰 한국어로 말을 이었다. "나는 한국 온 거 후회하지 않아요. 우리 아들 준 남편 고마워요. 우리 아들 건강해지면 좋겠어요."

/ 김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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