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마스크 뒤에 숨은 아픔

2014.04.15 14:18:55

박창진

자산관리공사 충북지역본부장

육체노동, 지식노동에 이어 감정노동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부상하고 있다. 상담원, 판매원과 같은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일컫는 말이다. 감정노동의 개념은 사실 신조어의 개념이 아닌 그 예전부터 있던 노동의 종류 중 하나였다. 1983년 미국의 사회학자인 알리 호흐실드는 '관리된 심장'에서 업무상 요구되는 특정한 감정상태를 연출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일체의 감정관리 활동을 감정노동의 정의로 규정했다. 또한 이 감정노동의 파급효과로 조직이 근로자에게 강요하는 가치관과 근로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가치관이 다를 경우의 정신적 질환의 발병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한 바가 있다.

최근 감정노동자 관련기사에 따르면 일반인에 비해 자살 및 우울증에 대한 비율이 무려 3~4배가 높다고 한다. 이렇게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며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정신질환을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라고 한다. 특징은 소화불량, 식욕 및 성욕 저하와 동반된 우울증 증세가 심각해지면 자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매우 위험한 정신질환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감정노동자의 권리보호가 잘 이뤄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과 감정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대처가 다른 나라보다 뒤늦은 편인데, 그 이유는 '손님은 왕'이라는 구호를 최고의 서비스마인드로 내세워 종업원에게 무조건적 헌신을 요구하는 근로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이 종업원의 권리보호보다 이윤추구와 고객유치를 최우선으로 강조하면서 발생하였다. 기업과 개인과의 입장 차이에 따른 갈등은 자연스레 감정노동자들이 감당해야할 부분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신의 감정과 다른 감정을 억지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들을 묵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부작용이 궁극적으로 기업에도 큰 손실을 끼친다는 인식이 퍼져 현대의 인사관리 이론에서 고객만족보다 종업원만족이 우선시 되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종업원에게 강요된 스마일 마스크가 아닌 직원 자신이 진심으로 만족하고 이해하는데서 나오는 서비스가 고객과 기업, 그리고 감정노동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 다산콜센터 상담원들과 서울시가 총파업 시작 전 극적으로 합의한 일이 있었다. 주요 개선사항은 감정노동자들의 인권보장 및 치료에 대한 계획적인 방안을 수립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전문상담사를 통한 치료방법까지 구상하고 있다는 발표를 했다. 감정노동자들이 세상을 향해 내는 첫 소리였다. 이를 계기로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애환이 결국에는 자신의 가족,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더 나은 근로조건을 통해 노동 선진국으로 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데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해갈수록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산업 발전의 폭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개선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사회가 점차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늘리고 제도적 개선노력을 해나간다면 감정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배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인권에 대한 폭 넓은 이해의 깊이를 가진 선진국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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