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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자산관리공사 충북지역본부장

'하루 종일 짐을 싸면서 보냈습니다. 구석에서 찾아낸 파란색 폴라로이드로 사진도 찍도 음악도 듣고 안 입던 옛 옷도 다시 걸쳐보고 베를린 거리에서 걷고 있는 나를 상상하며 옷가지들을 접어 넣었습니다. 새로운 집에서 과연 나는 어떤 인생을 꾸려가게 될까요·' 양진석 저서 '이사하는 날'의 한 대목이다.

사실 이사는 어느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짐을 싸는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멍해지고, 그 동안 정들었던 곳을 떠난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서글프다. 이사를 앞두고 하루 종일 짐을 싸다보면 옛 추억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아내와 신혼시절 즐겨 사용하던 찻잔, 어린 시절 아이들의 성장과정이 담긴 사진 등을 싸며 그 때 그 시절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행복했던 그 때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기도 하고, 때로는 철없던 순간을 반성하며 내일을 다짐한다. 이사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닌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살면서 그리 자주 오지 않는 이사라는 기회를 남의 손에 맡기거나 그냥 빨리 해치워버려야 할 일로 단정 짓기엔 너무 안타깝다.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여유를 부릴 수 있다면 이사를 기회 삼아 모든 게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는 요즘 사회에 소심한 저항을 해보는 게 어떨까· 숨을 고르고 느리게 걷다보면 뛸 때에는 미쳐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듯이 말이다.

이사는 단순히 과거를 되짚어보는 시간만은 아니다. 이사는 새로운 보금자리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공간에서 펼쳐지는 미래에 대한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자녀를 위해 교육이 발전된 도시로 이사를 간다던가, 노부부의 여유로운 여생을 위해 공기 좋은 시골로 귀농을 한다던가. 이처럼 이사라는 것은 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목적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이사하는 날은 기대되고 설렌다.

최근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충북지역본부도 16년 만에 사직동 생활을 마감하고 사옥을 이전했다. 강서동에 위치하고 있는 사옥은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지역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신 주거 타운으로 떠오르는 만큼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이전은 사옥 1층 일부 공간을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사회 기여공간으로 청주시에 무상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히 사옥을 방문하는 고객들만의 편의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고 나아가 함께 소통하며 어우러져 살아가고자 결심한 일이다. 이사를 하긴 전엔 늘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일들이 실제 이사를 하면서 실천 가능해졌다. 이사란 그렇게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을 실천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젊은 시절 동창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이고 고래고래 노래 부르던 그 때를 추억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활력을 잃은 현재를 반성하고, 새로운 터전에서 일어날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것. '이사'를 통해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사옥 이전을 갓 마친 지금. 여전히 출근길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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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