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기후인의 자세로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

2014.04.29 14:21:57

박창진

자산관리공사 충북지역본부장

최근 식당에 가도, 일터에 가도, 오랜 벗들을 만나도 내 귀로 들려오고 내 눈으로 보고, 내 입 밖으로 나가는 이야기 거리는 하나다. 바로 세월호 침몰 사고이다. 글쓰기에 앞서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 및 유가족에게 가슴깊이 애도를 표한다.

필자는 이 처참하고 비통한 사고를 보면서, 문득 "근본에 힘쓰자"는 옛 성현 유자(有子)의 말씀이 떠올랐다. 유자는 논어 학이편에서 "군자(君子)는 근본(根本)에 힘쓰며, 근본이 올바르게 확립되어야 도(道)가 생겨난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기본에 충실한다는 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기본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로 인해 이 같은 참사가 발생했기에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만약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해운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배의 운항여부를 결정하고, 화물은 정해진 대로 싣고, 사고발생시 선원들은 정해진 매뉴얼대로 대처하고, 감독기관은 규정에 따라 감독하는 등 기본을 철저히 지켰다면 어땠을까.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선체구조 변경에서 허술한 화물 결박과 선장 이하 선원들의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행동, 관계기관의 감독 소홀 등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점을 찾기보다 어느 하나 기본이 지켜진 점을 찾기가 더 어려워 보인다.

또한, 세월호 전 선장에 의하면 이미 세월호는 무리한 선체구조 변경으로 운항에 불안을 느껴 회사에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밖에도 세월호 운항과 관련한 위험성에 대해 여러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과거 대형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하인리히법칙이 들어맞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인리히법칙이란 300번의 작은 실수는 29번의 큰 실수를 가져 오고, 그러한 실수들을 방치했을 때 1번의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으로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여러 번의 징후와 전조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방치했을 때 치명적인 큰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의 각 구성원들이 맡은 직무의 기본에 충실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무심코 넘어가는 작은 실수들이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지에 대해 뼈저린 교훈을 주고 있다. 이번 사고는 비단 여객선 운항과 관련된 문제만은 아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며, 남의 허물을 들춰내기에 앞서 나 자신부터 기본에 충실해 왔는지 되돌아 보야 한다. 다시 말해 이제는 선기후인(先己後人, 다른 사람의 일보다 자기(自己)의 일에 우선(于先) 성실(誠實)해야 한다는 말)의 자세가 필요한 때인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번 참사의 피해자 및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를 전하며, 故 박지영씨, 남윤철·최혜정 선생님, 정차웅 군 등 죽음 앞에서 살신성인을 실천하여 많은 생명을 구하신 고귀한 희생 앞에 머리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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