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행복 - 우희섭 할머니의 소원

"혼자 남을 우울증 손자 걱정"
폐지 주워 빠듯한 생활…폐 종양 수술 엄두못내

2011.09.04 19:05:42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무더운 오후다. 우희섭(75·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할머니는 낡은 유모차에 의지해 동네 한 바퀴를 돈다.

답답했다. TV도 없는 집 안에 가만히 누워있자니 가슴이 먹먹하고 짜증부터 났다. 오늘도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

우 할머니는 손자(19)와 단둘이 살고 있다.

손자가 학교도 다니지 않고 3년째 우울증 치료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에 할머니는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운다. 자신에게 그토록 다정했던 손자가 이렇게 사회를 등지게 된 이유는 자식 내외, 그러니깐 손자의 부모에 있었다.

"손자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쯤 아들내외가 이혼했어. 이혼하자마자 아들은 집을 나가버리고 며느리도 손자를 데리고 나갔지…."

한순간 혼자가 된 할머니는 자나 깨나 손자 걱정뿐이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며느리에게 전화가 왔다. "손자를 다시 데리고 가라"고 했다.

아파트에 버려진 손자 꼴이 말이 아니었다. 온몸이 피멍 투성이었다.

할머니는 손자를 품에 안고 동네가 떠나가라 울었다. 세상 어떤 험한 말도 성에 차지 않을 만큼 며느리가 괘씸하고 미웠다.

그렇게 할머니는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은 손자를 보살피게 됐다. 고물과 폐지를 주워 간신히 중학교 등록금까지 마련해 학교에 보냈지만 학교생활도 적응하지 못했다.

손자의 자립이 시급했다. 다행히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여자선생님을 구해줬다. 선생님은 손자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동물원 구경에 예쁜 옷도 사주고 좋은 음악도 들려주며 친자식보다 더 극진히 대했다.

어느 날 손자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할머니, 선생님이 우리 엄마보다 낫다. 우리 엄마가 이렇게 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세상이 원망스러운 손자를 위해 할머니는 모든 걸 해주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마음이 아프다.

국민기초수급비, 노령연금비와 고물을 주워 버는 수입만으로는 월세, 부가세, 손자 식비를 감당하기도 빠듯하다.

설상가상 우 할머니의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폐에 종양이 생겨 큰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병원비와 혼자 남을 손자 걱정에 몇 년째 미뤄두고 있다.

우 할머니의 소원은 단 하나다. 손자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것이다.

손자가 자기 인생을 되찾고 결혼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할머니는 갈수록 악화돼 가는 자신의 건강이 너무나 원망스럽다.

/ 김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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