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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산세...절경의 파노라마 펼쳐져

충북의 구곡(下)-그 뿌리와 활용방안을 찾아

  • 웹출고시간2007.04.30 02:15:1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옥천, 청원, 제천을 찾았다.
충북도내 22곳의 구곡은 괴산 7곳을 비롯해 제천 5곳, 청원 3곳, 단양 2곳, 영동 2곳, 보은 1곳, 옥천 1곳, 청주 1곳이다. 지난주엔 괴산지역의 대표적 구곡인 갈은·화양·쌍곡(계)구곡을 짚어봤고, 이번주엔 옥천과 청원, 제천지역의 대표적 구곡을 소개한다. / 편집자주

무척이나 더웠다.
지지난 토요일. 봄 향기 가득한 4월에 웬 초여름 날씬가.
늦은 점심, 순대국밥 한 그릇을 비우느라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의 시 ‘향수’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는 옥천. 중봉 조헌(1544~1592)의 발자취가 곳곳에 서려 있는 곳이다.

옥천향토사연구회 류제구(72) 회장의 동행 안내로 20여㎞ 구간에 펼쳐진 율원구곡을 답사했다.

옥천군 군서면 금산리 장용산자연휴양림 내 금천계곡에서 시작된 율원구곡은 옥천읍 서북쪽을 스쳐 지나 군북면 용호리에 이른다.

앞서 갈은구곡을 비롯해 화양구곡, 쌍곡(계)구곡, 옥화구곡, 중국 무이구곡 등의 물줄기가 9곡에서 출발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1곡에서 9곡으로 흐른다.

구곡문화전문가 이상주 박사는 ‘중봉집’의 내용(유율원차무이도가운-遊栗原次武夷棹歌韻)을 토대로 금기 전 농협대 교수, 류제구 옥천향토사연구회장 등 옥천지역 향토사가들과 8차에 걸친 현지답사를 통해 구곡의 명칭과 위치를 설정했다.

1곡 창강(滄江)은 지금의 금천계곡이다. 창강에 띄운 쪽배는 우뚝 솟은 장현봉(奬峴峰·2곡·장용산)을 지나 임정(林亭·3곡·이지당)의 운치에 잠시 머문다.

중봉이 후학을 양성한 이지당(二止堂)에 들렀다. 높다란 마루 위에 걸터 앉아 서화천의 흐르는 물줄기에 잠시나마 상념을 떨치고 싶지만, 이내 4곡을 향해 총총걸음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목의 바위에는 ‘二止堂 重峰先生遊賞之所 尤齋先生 書(이지당 중봉선생유상지소 우재선생 서)’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고장 출신인 우암 송시열의 글이다.

군북면 추소리. 류제구 회장의 고향이다.

수직 암벽인 창병(蒼屛·4곡), 굽이 도는 물가가 아늑한 동남곡(東南谷·5곡), 서당골 강기슭의 문암(門巖·6곡), 숨어 있는 병풍 같은 풍광의 은병(隱屛·7곡), 환산성(環山城·8곡)을 지나 중봉이 속세의 별천지(別天地)라 여긴 삼봉(三峰·9곡)에 닿았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중국 무이구곡과는 다른 한국의 완만한 산세 그대로를 보여주는 율원구곡이다.

낚싯대를 드리웠다. 청주에서 온 ‘강태공’들이다.
청주에서 보은 방면으로 가다 청원군 미원면 운암리에서 옥화리로 넘어가는 도로 옆 개울에 있는 옥화구곡의 7곡 어담(漁潭). 지금은 옥화9경(九景)의 용소(龍沼)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 아래엔 푸르스름한 물이 감돈다.

“낚은 물고기가 제법 되는 것 같으네요”라고 말을 건네자 한 낚시꾼이 “여기엔 중태기, 갈겨니, 모래무지, 참마주, 피라미, 빠가사리, 메기, 붕어 등 어종이 많다”고 자랑한다.

낚싯대를 드리고 입질에 손맛을 느끼는 낚시꾼에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하니 멎쩍은 듯 얼굴은 보이지 않게 해달란다.

이곳에 살던 용이 신비한 날에 승천을 하는 모습을 지나가던 한 여자가 보게 됐는데, 영험에 부정을 타는 바람에 승천하던 용이 그대로 떨어져 이무기가 됐다는 설화가 전해오는 용소. 그래선가 깎아지른 암벽에는 용틀임 모양이 선명하다.

어담(용소)에서 조금 내려가니 수직의 기암절벽이 달빛과 함께 맑은 물에 투영돼 마치 하늘을 비추는 거울 같은 천경대(天鏡臺.6곡)에 닿았다.

그 바로 맞은편에 옥화구곡의 절경인 옥화대(玉華臺·5곡)가 있다.

옥화구곡을 설정한 서계 이득윤(1553~1630)이 춘풍정(春風亭)과 추월헌(秋月軒)을 세우고 강학을 하며 시문을 창작했던 곳이다.

이에 대해 이상주 박사는 “주자가 무이구곡 5곡에 무이정사를 세운 것을 모방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추월정에서 100여m 떨어져 있는 세심정(洗心亭)에 걸터 앉았다.

한낮 시각이지만 인적이 전혀 없는 옥화대. 옛 선비들의 풍류를 흉내 내고자 시 한 수를 읊으려 했건만, 나의 무재(無才)에 이내 뜻을 접고 자리를 떴다.

이득윤의 9세손 이필영과 그의 장남 이규익이 그랬던가. ‘영구(靈區)’요, ‘영경(靈境)’이 바로 옥화구곡이라고.

제천 송계계곡을 지나 용하구곡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디서부터인지 알 수가 없다.

한 민박집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이곳에서부터 계곡이 시작된다”며 “조금 더 올라가면 다리 공사 때문에 차는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송계계곡 입구의 월악산국립공원 관광안내판에 ‘용하구곡’이라 적혀 있어 내심 기대했건만, 정작 용하구곡엔 용하구곡이 없다(?). 그저 걸었다.

구곡을 따라 걷다보니 제법 풍광이 좋은 곳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곳으로 향했다. 일단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하얗게 닦인 물가의 바위가 들마루처럼 널려 있는데, 언뜻 한 바위에 암각 글씨가 희미하게 보인다. 세 글자 중 첫 글자는 ‘觀(관)’인 것 같은데 다른 두 자는 분명치 않다.

길을 재촉하느라 샛길로 올라서니 안내판이 하나 보인다. ‘관폭대(觀暴臺)’라 쓰여 있다. 지금 용하구곡 3곡이라 불리고 있으나, 옛 문헌에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잠시 거슬러 올라가니 ‘대판계곡 교량설치공사’란 공사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용하휴게소를 지나자마자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판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이곳 사람들은 용하구곡을 ‘여름에 쓸 만한(用夏) 구곡’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이상주 박사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이 박사는 “중국 하(夏)나라의 문물을 응용·활용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설정한 것으로, ‘존화양이(尊華洋夷)하자는 생각과 의병활동(오랑캐 척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 그는 나라가 일본에 점령되자 분연히 단식 투쟁을 벌이다 순국한 의당 박세화(1834~1910)의 문집인 ‘의당집(毅堂集)’에 ‘용하구곡각자사실(用夏九曲刻字事實)’이라 했기에 분명히 구곡 명칭을 바위에 새겨놨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물길에 쓸려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마모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용하구곡은 백석(白石)과 흑석(黑石)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원초적 색인 이 두 색은 동양문화의 정수다.

용하구곡에서는 어느 누구도 마음을 깨끗이 씻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 기획취재팀
▷자료제공 : 이상주 극동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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