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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열풍‘ 어디까지…

지방학생‘논술 원정’광풍… 초·중생 2/3도 준비 중

  • 웹출고시간2007.02.02 08:37:0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커지면서 ‘논술교육’ 열풍이 유치원부터 불고 있다.

교육계의 새로운 치맛바람으로 불리우고 있는 ‘논술 조기교육 열풍’은 한국교육의 병폐를 한 단어로 대신해 주고 있다.

대학입시 제도가 변경될때마다 그 여파는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를 거쳐 유치원까지 미치고 있다.

논술에 대한 압박감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입수험생들이 작성한 논술은 유명강사가 작성한 것보다 더 화려한 필체와 전문가보다 더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 종종있다.

논술열풍으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와 학부모들의 지극한 자녀사랑에 따라 빚어진 ‘치맛바람’은 지금도 전국 곳곳의 논술 학원을 노크하고 있다.

고교에서는 논술을 지도 할 수 있는 교사가 부족하자 일부 고교에서는 소위 ‘유명강사’를 초빙해 한번에 200만원씩 지급하며 논술특강을 듣고 있다. 특강은 철저한 ‘수익자부담원칙’을 고수하면서 일반 학생들은 접근조차 어렵다는 것이 일선고교의 진학지도담당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 김모(46)씨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위해 월 급여의 70%를 개인과외에 투자하고 있다”며 “혼자 벌어서는 애들 과외비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자녀가 논술을 실시하는 수도권의 대학에 지원을 원하고 있어 논술개인과외를 실시하고 있으나 수강료(100만원)가 너무 비싸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어 고민을 하고 있다. 김씨는 “전문 개인과외교사에게 교육을 맡기려면 청주보다는 서울의 학원에 월 한 과목당 70만원의 비용을 주고 수강하고 있다”며 “보통 영어와 수학 논술 과목을 시키는 것을 감안하면 매달 200만원의 과외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2003년 개인과외 부활 이후 지난해까지 도내에서 신고된 과외강사는 1천698명으로 대부분 한달 20시간 기준으로 최고 과목당 50만원 이하로 신고됐다.

그러나 입시학원 관계자와 개인과외 교사, 학부모 등에 따르면 실제 과외강사와 금액은 이를 훨씬 초과한다고 밝혔다.

실제 형성되는 과외비는 전문개인과외강사의 경우 한달 20시간 기준 1과목당 적게는 50만원부터 최대 100만원에 이르고 있고, 일반적으로 청주 지역의 경우 70만원이 평균이라는 것이다.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비밀리에 그룹별로 월 250∼300만원의 돈을 주고 서울 입시학원의 유명강사를 섭외해 주말마다 3∼4시간 교습을 받는 고액과외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주에서 개인과외를 실시하는 김모(42·청주시 분평동)씨는 논술 한과목에 매월 100만원을 과외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처럼 미신고 고액과외가 성행하면서 사교육비 부담을 부추기는 병폐가 나타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불법고액과외는 강사가 학생의 집을 방문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단속은 신고된 과외교사 주택 위주로 이뤄지면서 ‘눈가리고 아웅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사 김모(40)씨는 “일부에서 과목당 월 70만원 이상씩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논술과 수학, 영어, 제2외국어 등을 개인과외로 받을 경우 300만원을 훨씬 넘어선다”고 말했다.

대부분 고교의 수능이후 기말고사가 끝나면서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이 정시모집 논술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의 논술 학원가로 몰리고 있다.

일부 학원의 경우 주당 3회씩 매일 4시간을 가르치고 받은 코스별 수강료는 80만~100만원의 고액이지만 학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각 학교도 나름대로 논술 교육을 하고 있지만 학원으로 몰리는 학생들을 붙잡기엔 역부족이다.

청주시내 일부 고교도 사회탐구 과목과 국어 교사를 중심으로 방과 후 논술 수업을 마련, 기출문제 풀이와 첨삭지도를 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나 학생들의 참여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지방에서는 현실적 여건을 들어 교육 당국과 일선 고교에서 학교를 결석하고 논술 원정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편법으로 장기 결석을 허용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수능이 끝난 이후 일부 학교에서는 서울의 학원수강 확인서를 제출하면 `체험학습’ 형태로 출석을 인정하고 서울로 간 학생에게 현장 학습에 한해 허용되는 `기타 결석’ 처리를 해주기도 한다는 것.

“오랜 기간 학교를 비우고 논술 원정을 떠나는 것을 허용해선 안되는 게 원칙이지만 더 잘 배우겠다고 서울로 가는 것을 어떻게 막겠느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논술을 실시하지 않던 충북대도 최근 대학입시에서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논술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대 한 관계자는 “논술고사를 치르는 것을 일부 대학교수들과 고교진학담당 교사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충분한 검토를 한 후 실시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이 섣불리 논술을 실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논술고사를 치른후 채점기간이 최고 15일까지 걸리는 데다 채점을 위한 비용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 비용은 결국 수험생들에게 돌아가 전형료 인상까지 불러오게 된다.

이처럼 논술 사교육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논술 관련 전문지식이나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사이비’ 강사들이 논술시장에서 활개 치고 있다. 대졸 미취업자는 물론 고시준비생과 대학원생도 논술학원으로 향하고, 일반 과목 강사들도 유행처럼 논술로 갈아타면서 수준이하 논술교사들이 늘고 있다.

또 이로 인해 논술교육의 부실화가 크게 우려되면서 학원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와 학원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중인 논술전문학원은 5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3년(63개)과 비교하면 4년 동안 8배 이상 늘어났다. 또 논술을 가르치는 일반보습학원도 3천여개로 같은 기간 3배 가량 증가했다. 충북도 현재 논술을 가르치는 학원이 100여 정도나 된다. 이처럼 논술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논술강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일자리를 찾지 못한 대학졸업생을 비롯한 논술 문외한들이 경력을 포장해 논술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

논술강사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사회·과학·수학 등 타 교과 강사들도 논술로 전공을 바꾸고 있다.

논술교육은 특성상 글쓰기와 토론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일부 학원들은 수강생을 상대로 강의를 하면 수강생은 강사 설명을 받아적거나 배경지식 외우기에 여념이 없다. 글쓰기도 각 주제에 따라 개요 만 외워 쓰는 암기식 교육이 또다시 재연된다.

논술 첨삭지도는 대부분 시간당 1만원 가량을 받는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이 맡고 있다. 첨삭시간은 길어야 10분. 첨삭 아르바이트생 김모(22)씨는 “5~6명의 알바생들이 알아서 첨삭하고 있다 ”고 말했다.

논술시장이 팽창하자 전국 67개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자체적으로 논술지도사 자격증을 주고 있다. 시험을 치르는 곳도 있지만 합격률은 80~9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자격증은 곧 수업료 영수증으로 통한다. 한 대학의 평생교육원 관계자는 “공인 자격증이 아니기 때문에 취업으로 직접 연결되진 않는다”며 “현직 강사로 가는 경우는 20~3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직 강사들조차 ‘논술거품 ’을 비판하고 나섰다.

초ㆍ중학생의 3분의2 이상이 이미 대입논술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논술 준비를 위해 사교육에 의존한다. 학습지 전문업체 ㈜노벨과개미와 ㈜교수닷컴이 초등학생과 중학생 회원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논술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39명 가운데 67%인 426명이 `현재 논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논술 준비를 하는 초ㆍ중생 426명 중 48%(206명)가 `학습지와 논술책 등을 이용한다‘고 답했고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준비한다‘는 응답도 20%(84명)에 달해 논술 사교육 열풍이 고교생 못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논술 열풍이 불고 있으나 교육청의 대처 방안은 미비하기 그지없다. 각종 교육을 통해 논술교사를 양성하고 있으나 교육현장에서는 큰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논술이 대학입시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교육당국은 수험생을 위한 대책까지 수립해야한다. 일선고교에서 가르치는 논술로는 대학측이 요구하는 실력(?)을 따라잡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사교육을 찾게 되고 학부모의 지출은 더욱 늘어만 간다. 논술 망국병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 김병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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