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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1천만원 만든 농부

보은 유제덕씨, 1년에 100만원씩 10년간

  • 웹출고시간2008.01.12 14:32:0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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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장학금 만든 보은 유제덕씨

보은에서 한 60대 농부가 해마다 100만원씩을 면사무소에 맡기는 방식으로 10년간 1천만원의 장학금을 조성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보은군 탄부면 매화리서 벼와 고추농사를 짓는 유제덕(62)씨.

유씨는 지난 11일 탄부면사무소를 찾아 100만원짜리 수표 1장을 내놓는 것으로 자신과 약속했던 10년짜리 장학사업을 마무리했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동갑내기 부인과 함께 속리산 기슭에서 땅을 일구며 슬하의 2남1녀를 키워낸 유 씨는 1999년 막내 딸이 학업을 마치고 취직해 큰 돈 들어갈 일이 없게 되자 100만원을 들고 면사무소를 찾았다.

'넷째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1천만원이 될 때까지 매년 100만원씩 장학금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그는 그 뒤 10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면사무소를 찾아 약속을 이행했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중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한 그는 '학비가 없어 배움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망 하나로 선행을 이어갔다.

농협통장을 개설해 유씨 돈을 꼬박꼬박 모으던 면사무소는 몇 년 뒤 출향 사업가 계환영(60·서울 거주)씨가 고향의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2천만원의 몫 돈을 내놓자 이장회의를 소집해 두 사람의 숭고한 뜻을 전달했고 그 자리서 장학사업을 위한 '탄부 사랑회'가 결성됐다.

참석했던 이장과 지역 기관. 단체장 등이 즉석에서 호주머니를 털어 5만~10만원씩을 내놓으며 유씨가 종자돈을 댄 장학기금은 어느새 4천만원대로 불어났고 다음달 설 무렵에는 형편이 어려운 초중고생 8명을 뽑아 10만~20만원의 첫 장학급을 지급할 계획을 세웠다.

박주연 탄부사랑회 총무는 '유 씨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힘과 희망을 주는 사업을 펼 계획'이라며 '기금 규모가 좀 더 커지면 유 씨 이름을 넣어 정식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씨는 '한꺼번에 1천만원을 내놓기 힘든 빠듯한 형편이어서 10년간 장학금을 분납했다?며 ?비록 적은 돈이지만 고학생들을 위해 값지게 쓰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년의 약속기간은 끝났지만 당장 밥 굶을 상황은 아니니 농사지을 힘이 있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장학사업을 이어가도록 힘쓰겠다'며 '아내와 상의해 다섯째 아이를 키워볼까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 같은 선행으로 작년 5월 어버이날 장한어버이로 선정돼 보은군으로부터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여받았다.


보은 / 손근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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