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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산 집단학살 증언, 62년만에 나왔다

당시 학생간부 류난순 할머니
스승이 이념 이름으로 제자인 나까지 체포했다
총살 장소, 당이산 뒷쪽이 아닌 현 명장사 경내
청주 현대사의 비극에 좌우익 보도균형 맞춰야

  • 웹출고시간2012.10.21 20:20:3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스승은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제자인 나를 죽이려 했고, 집단학살이 이뤄진 곳은 명장사 뒷산이 아니라 현 명장사 경내이다.'

지난 1950년에 일어난 청주 당이산(명장사 뒷산·속칭 당산) 우익인사 집단학살 사건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62년만에 80대 한 할머니의 입을 통해 나왔다.

당이산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위령제가 20일 청주 명장사에서 열렸다.

당이산 집단학살 사건은 지난 1950년 청주에 들어온 북한 인민군이 이른바 '청주의 우익 반동분자들'을 색출, 그해 9월 24일 당이산으로 끌고가 집단 총살한 행위를 말한다.

청주 명장사(주지 김용암스님)는 20일 오전 경내에서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추모하는 '당이산하 반공희생 고혼위령 영산재'를 6.25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봉행했다.

증언을 한 류난순 할머니.

특히 이날 행사에는 62년전 총살장에 끌려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청주 류난순(柳蘭順·81) 할머니가 등단, △여학생이었던 자신이 끌려가게 된 경위 △그날의 총상현장 모습 등 당시 흐름과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류 할머니는 "나는 그때 청주여중(현 청주여고 전신) 5학년으로 학도호국단장을 맡고 있었다"며 "이때 교사 오모씨가 내친구를 통해 '나를 보자'고 해서 나갔다가 체포돼 청주내무서(현 경찰서) 유치장에 갖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교사 오모씨에 대해 "한때 나의 담임교사였으나 1948년 자진 월북했다"며 "6.25가 일어나자 다시 고향 청주를 찾아온 후 학도호국단을 우익단체로 지목, 간부였던 나를 체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6.25 전사를 보면 청주를 2개월 가량 점령하고 있던 인민군은 그해 9월 15일 맥아더장군이 인천에 성공적으로 상륙함에 따라 퇴각을 서두른다. 흐름상 청주 우익인사들에 대한 처형작업은 이 직후에 대대적으로 진행된 것을 보인다.

당이산 집단학살 직후인 1950년 9월 25일(추정) 유족들이 가족의 시신을 찾고 있다. 류난순 할머니는 이 시체더미 속에서 운좋게 살아남았다.

류 할머니는 "9월 24일 저녁 청주내무서 유치장에 50일 가량 구금돼 있다가 이날 당이산 비탈 아래(현 명장사 경내)로 끌려나갔다"며 "집단처형은 오랏줄에 묶인 우익인사를 무차별 난사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당시 인민군들은 시간에 쫓기는 듯 배낭을 멘 채 방아쇠를 마구 당겼다"며 "자신은 운좋게 총탄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시체더미에 묻혀있다가 도망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청주 우익인사 집단학살 사건에 대해서는 학살 직후 찍은 사진이 얼마전 공개(사진참조·충청리뷰) 되고 또 당이산 뒷산에서 학살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날 류할머니 증언으로 일부가 수정되게 됐다.

그러나 당시 총살형을 당한 우익인사 규모에 대해서는 최대 5백명에서 최소 2백명까지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류할머니는 이에대해 "62년 동안 어느 누구도 그날의 일을 묻거나 조사하지 않았다"며 "종교기관을 통해 그날의 원혼을 달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무척 서글프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보도연맹사건' 등 우익이 좌익을 살상한 사건은 크게 취급되고, 반면 좌익이 우익을 살상한 사건은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으로 비춰졌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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