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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맛, 스토리텔링 식탁에 오르다 - 제천 '약채락'

땅이 준 '五味', '약선'으로 지역적 특화
약과 식은 뿌리가 같다는 '藥食同源'에서 출발
'제천=약초고장' 이용해 상업적 대중화에 성공
밥+약초+부재료 조화, '컬러푸드' 면도 보여줘

  • 웹출고시간2013.08.12 17:51:20
  • 최종수정2013.08.12 17:51:20
주역은 음양오행설을 낳았고, 그 음양오행설은 우리나라 전통의학의 이론적인 바탕이 됐다.

주역에서는 사람의 머리는 둥근 하늘을 닮았기 때문에 둥글고, 발(足)은 각진 땅을 닮았기 때문에 각져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때 하늘은 양(陽), 땅은 (陰)이 된다.

때문에 조선시대 양반가의 남성들은 하늘의 양기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갓(笠)을 썼고, 여성들은 땅의 음기를 더 흡수하기 위해 치마입기를 선호했다.

이처럼 조선시대 사유체계는 철저하게 하늘(天)과 땅(地)을 향했고, 그 중간에 사람(人)이 위치했다.

약선에 들어가는 약재와 이를 이용해 완성한 음식들이다. 순서대로 오미자열매, 마가목 열매, 약초순대, 연근물김치.

ⓒ 사진= 제천시 농업기술센터 제공.
천지인 사상은 음식문화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하늘은 사람에게 '오기'(五氣)를, 땅은 '오미'(五味)를 준 것으로 봤다.

'오기'는 덥고(熱), 따스하고(溫), 서늘하고(凉), 춥고(寒), 보통의 기운(平)을 일컫고 있다. 이에 비해 '오미'는 단맛(甘), 짠맛(鹽, 신맛(酸), 쓴맛(苦), 매운맛(辛)을 의미하고 있다.

이중 '오미'는 입으로 들어가서 소화기관에 갈무리 되며 그중 영양물질은 '오장'의 기운을 만들어 준다고 한의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다섯가지 맛을 골고루 지닌 식물이 바로 이름 그대로인 오미자(五味子)다. 갑자사화를 당해 우리고장 충주 달천에 유배된 인물로 이행(李荇·1478∼1534)이 있다. 그는 '오미자'를 이렇게 읊었다.

'덩굴로 바위 구멍에 붙어 자라는데 / 색깔 향기 맛 세 가지가 훌륭하여라 / 색깔은 청색 황색 자색으로 바뀌고 / 맛은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추었구나 / 바람이 지나가면 은은한 향기 이니 / 이런 까닭에 이것이 귀중한 것이지.'-<용재집>

오행, 오미론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약과 음식은 그 뿌리가 같다'는 논리를 낳았다. 이른바 '약식동원'(藥食同源)으로,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잘 설명돼 있다.

'음식이 바로 약이고 음식을 바르게 먹는 것이 바로 醫행위임으로 병이 나면 먼저 음식으로 다스리고 다음에 약을 써야 한다.'

'음식이 곧 약'이라는 의식이 음식화한 것이 바로 '약선'(藥膳)이다. 우리고장 제천은 전통시대부터 약초가 많이 나기로 유명했다.

구한말 왕명에 의해 편찬된 '증보문헌비고'는 '금수산(錦繡山)은 뭇 봉우리가 수려함을 다투고 10여 리를 반거한 그 속에는 약초가 많다'라고 쓰기도 했다.

금수산은 제천지역 제일의 명산이고, 인용문 중 반거는 '뿌리가 넓고 굳게 박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제천시가 지난 2010넌 국제 한방 바이오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약선음식 대중화에 나섰다.

브랜드명은 '약이 되는 채소를 먹으면 몸과 마음이 즐거워진다'는 뜻의 '약채락'(藥菜樂)이다. 약채락은 일반 비빔밥과 차별화된 음식으로 황기, 오가피, 뽕잎 등 3가지 약초 나물을 기본적으로 사용한다.

부재료로는 표고버섯, 콩나물, 도토리묵 등이 들어간다. 이밖에 고명으로 대추와 잣 등 견과류가 들어가 약초의 쓴맛을 중화하고 감칠맛을 내게 한다. 색깔로도 밥, 약초, 부재료가 조화를 이뤄면서 이른바 '컬러푸드'의 면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황기는 제천 최다 생산약초로 단너삼이라고 한다. 우리 몸의 기를 보충하는 약재로 '황'은 노란색, '기'는 스승의 의미로 보약의 우두머리를 뜻하고 있다.

뽕잎은 '상엽'이라 하며 식물 중에는 콩 다음으로 단백질 함량이 많은 이파리 채소다.

오가피는 뿌리, 가지, 잎, 꽃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약나무이며 해독작용이 뛰어나 제 2의 산삼으로 불리고 있다.

일반인들은 오가피와 서두의 오미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홍만선(洪萬選·1643~1715)은 조선후기 실학서인 산림경제에서 오가피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오가피는 위로 오거성(五車星)의 정기를 받아 난 것이기 때문에 잎사귀가 다섯 개씩 난 것이 좋다. 5월과 10월에는 나무 줄기를 채취하고 10월에는 뿌리를 채취하여 음건(陰乾) 한다.'-<산림경제>

시로 접하면 이해가 더욱 빠르다. 조선전기 우리고장 충주 소태지역으로 유배온 인물 중에 양촌 권근(權近·1352~1409)이 있다. 그가 오가피의 효능을 격찬했다.

'오가피에 오성 정기 있다 하여서 / 시월에는 뿌리, 오월에는 줄기를 거두네 / 어찌 마실 때 목구멍만 부드러울 뿐이랴 / 늙은이의 눈 어두움 도로 밝아진다네 / 차 솥에 삶은 맛 하 그리도 쓰더니 / 한 방울 술잔에 들면 향기 더욱 맑은 것을 / 아무튼 이 선약 참 효험 있나니 / 늙은이 치아와 모발 어린아이 되겠네.'

이처럼 제천의 약선음식은 약리적인 면은 물론 인문학적 스토리텔링적인 요소도 풍부히 지니고 있다.

/ 조혁연 대기자

도움말: 충북도 농업기술원, 충북도 문화재계, 제천문화원, 젠한국식문화연구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순대, 한약재로 처리하니 뒷맛 고소"

제천 '개미식당' 김옥희씨

순대는 우리나라 전통음식으로 지역에 따라 만드는 방법과 맛이 크게 차이난다.

제천시 남천동 '개미식당'은 그리 크지 않은 식당이나 맛이 있으면서 독특한 순대집으로 유명하다.

바로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약선의 일종인 '약초순대'를 내놓기 때문이다. 다음은 개미식당 주인 김옥희(57) 씨와의 대화다.

- 처음부터 약초순대로 식당을 시작했나.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보리밥집을 하다 얼마 안가 순대식당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지난 2001년 제천이 약초가 많이 나는 지역임을 감안해 약초순대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 먹어본 사람들은 다들 개미식당에서는 순대 특유의 잡내가 나지 않고 대신 뒷맛이 고소하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비법이라도 있나.

"비법까지는 아니지만 황기, 천궁, 당귀 등 20여가지의 한방약재 추출액과 선지, 그리고 채소를 혼합해 순대소를 만들고 있다. 다만 무작정 삶는 것이 아니라 익히는 중간에 대침으로 점검한 후 불의 세기를 조절한다."

- 약초순대 말고 다른 메뉴는 없나

"손님들의 입맛이 다양하기 때문에 약초순대 한 가지 맛만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순대국밥, 찹쌀순대도 함께 내놓고 있다. 순대국밥은 약초순대전골과 함께 애주가들이 즐겨찾고, 찹쌀순대는 어린이와 여성고객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

- 순대소도 지역마다 다르고 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지와 당근은 어떤 채소들로 버무려지나.

"우거지·부추·양배추·양파 등이 함께 들어간다. 여기에는 양념으로는 파·마늘·참기름·깨소금·후추 등이 들어간다. 이것들은 다른 지역에서도 쓰는 것들이다. 역시 우리집의 맛은 한약재 20여가지를 달인 물(추출액)이 결정하고 있다."

김씨는 23년간 개미식당을 함께 지킨 남편 이종흥(61) 씨가 자신의 최고 후원자이자 지지자라고 말했다.

약선음식의 어원은?

도라지: 돌밭에서 잘 자라는 작은 풀

옻나무: 검은 칠을 하는 나무라는 뜻

민들레: 사실은 덜 아름답은 꽃 의미


순우리말 '모가지'는 '목+아지'가 결합된 말로 목의 작은 부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본래는 '목아지'였으나 발음 과정에서 '모가지'로 변했다.

송아지는 '소'에 '아지'가, 강아지는 '개'에 역시 '아지'가 붙은 말로, 각각 소의 새끼, 개의 새끼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망아지도 같은 어원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의외지만 '도라지'도 이같은 구조를 지닌 말로 '도라지' 할 때의 '라지'도 '아지'가 변한 말이다. 앞말 '도'의 정체는 쉽지 않다. 도라지는 잘 살펴보면 진흙이 아닌 돌밭에서 잘 자라는 경향이 있다.

바로 도라지는 '돌밭에서 잘 자라는 작은 풀'이라는 뜻으로 처음에는 '돌가지'로 불렸다. 이후 언어 유통과정에서 중간초성 ㄱ음이 떨어져 나가면서 '돌아지'-'도라지' 순으로 변했다. 참고로 '도라지'의 한자는 '佶梗'(길경)이다.

'옻나무'는 언뜻봐도 '옻'과 '나무'가 결합된 말이다. 그러나 '옻'이라는 말이 어디서 왔는지 쉽지 않다. '옻'은 옻나무 껍질에서 나오는 진으로, 도료와 한약재로 쓰인다.

이 '옻'의 백과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옻이 살에 닿으면 부르터 오르면서 몹시 가렵고 주위가 부어오르게 된다. 그리고 이 옻을 도료로 사용하면 검은 색을 띄게 된다. 이 부분에 정답이 들어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지만 '옻'은 한자에서 출발한 어휘다. 과거 중국어는 옻을 '까마귀 烏'(오) 자와 '옻나무 漆'(칠) 자를 합쳐 '오칠'이라고 불렀다. 나무 표면 등에 바르면 검은 색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어문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칠' >'옻칠'을 거쳐 지금의 '옻'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지금도 충북도내 촌로들은 '오칠한다'라는 말을 더러 사용한다.

근래들어 민들레는 식용으로 부쩍 많이 사용된다. 우리말 '민'은 화려하지 않은 것을 표현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언뜻 생각해도 민머리, 민낯 등의 단어가 떠오르고 있다. 민들레 할 때의 '민' 자도 그런 용도로 온 말이다.

어문학자들은 뒷말 '들레'는 '달래'가 변한 말로 보고 있다. 지금은 백합과 식물의 한 종류를 '달래'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단어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꽃이 피는 식물에는 '달래'라는 이름이 많이 붙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진달래'로, 백합과 식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짜 달래'라는 뜻으로 '진달래'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언뜻봐도 민들레는 그리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게다가 민들레는 땅에 달라붙어 자란다. 이쯤되면 민들레는 '달래는 달래이나 그리 아름답지 않은 달래'라는 뜻이 된다.처음에는 '민달래'로 불리다가 발음하기 좋게 '민들레'로 변했다. 앞서 '민'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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