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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띠해에 본 충북의 馬지명

속리산 말티고개의 '말', '馬'인가 '大'라는 뜻일까
여러 유형중 '말바위' 혹은 '말바우' 지명 가장 많아
馬가 물을 마시는 지세인 '갈마음수형' 명당도 3곳
영동 가곡리 '말무덤이'에는 임란 이의정장군 전설
가장 재미있는 지명은 馬가 굴렀다는 '말구리형'

  • 웹출고시간2013.12.31 18:15:43
  • 최종수정2013.12.31 21:37:52

엽기적인 행동을 많이 했던 폭군 연산군은 말(馬) 중에도 백마를 좋아했다. 백마육이 양기(陽氣)에 좋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전교하기를, "백마(白馬) 가운데 늙고 병들지 않은 것을 찾아서 내수사(內需司)로 보내라" 하였으니, 흰 말의 고기는 양기(陽氣)를 돕기 때문이었다.'-<연산군일기 9년 2월 8일자>

2014년은 말띠해, 그중에도 '청마'(靑馬)의 해에 해당된다. 2014년은 60갑자 중 31번 째인 '갑오년'이다. '갑오'(甲午) 중 '오'(午)는 십이지 중 말(馬)에 해당한다. 그래서 2014년은 '말띠해'다.

그리고 말띠 중에서도 '청마'라고 하는 것은 '甲午' 중 '甲'에서 나왔다. 십간에 속하는 '甲'을 오행에 대입하면 '木'이 된다. 이 목은 생명력이 강해 연약해 보이는 풀이 땅 위로 솟아오르도록 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木'은 색깔은 청색, 사계절로는 봄, 방위로는 동쪽, 하루 중에 11~13시, 맛은 신맛, 오장 중에는 간(肝)과 관련이 있다.

말과 관련된 충북도내의 지명들은 이런 시공간성을 간접적인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표1>충북도내 시군별 말(馬)지명 분포도

한글학회에서 지난 1970년에 발간한 '한국지명총람 충북편'(이하 총람)을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도내에는 말과 관련된 지명이 총 95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군별로 살펴보면 음성 16, 영동 16, 충주 9, 청원 9, 괴산 7, 진천 7, 제천·단양·옥천 각각 5개, 청주 1개 등으로, 음성과 영동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다.<표1>
이중 가장 많은 유형의 지명은 바위가 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말바우' '또는 말바위' 형으로, 총 9개가 존재하고 있다.

<표2> 충북도내 '말바위' 또는 '말바우형' 지명

<표2>에서 보듯 9개의 유형은 대체로 '말처럼 생겼다', '말 발자국같은 것이 있다'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지형에서 풍수적인 것을 읽었고, 이를 지명으로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풍수상 돌출된 지형이 있고 앞으로 시냇물이 흘르는 지세를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이라고 한다.

총람은 이런 도내 지명으로 영동군 양강면 묘동리 마포마을, 옥천군 군서면 사양리 마랑골 마을, 충주 수안보면 중산리 갈마고개 등 3곳을 꼽았다.<표3>

<표3> 충북도내 '갈마음수형' 지형

이중 '마포마을'에 대해 '양강면 묘동리 묵정 동남쪽에 있는 마을. 앞으로 강이 흐르며 뒷산형이 '갈마음수형'이라고 함'이라고 적었다.

'말발굽형' 지세도 풍수인 해석으로 볼 수 있다. 총람은 '말발굽'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으로 옥천군 군북면 '마작골'과 충주 신니면 '마제' 등을 꼽았다.

총람은 옥천 마작골에 대해 '군북면 지오리 양지마을 서북쪽에 있는 마을. 지형이 말발굽처럼 생겼음. 달리 마작곡이라 함'이라고 서술했다.

충주 '마제'에 대해서는 '신니면 마수리의 음뜸되는 마을로 뒷산이 말발굽처럼 생겼다 함'이라고 적었다.

'말목형' 지명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지명으로, 한자로는 '마항'(馬項)으로 표기되는 것이 보통이다.<표4>

<표4> 충북도내 '말목형' 지명

이같은 유형의 지명으로는 영동읍 말목이, 청천면 신월리 말목골, 단양 적성면 말목산, 보은 마로면 말목재, 옥천읍 마항 등이 있다.

지면상 이중 괴산 말목골을 소개하면, '청천면 신월리 오얏말 동북쪽에 있는 마을. 뒷산이 말의 목처럼 생김. 달리 '마항리'라 하는데 과거 그릇점이 존재했음'이라고 총람은 적었다.

이밖에 말과 관련된 지명 중 빈도가 높은 지명으로는 말무덤거리, 말무덤이, 말무덤, 말무덤보 등의 이른바 '말무덤형'이 있다.<표5>

<표5> 충북도내 '말무덤형' 지명

조사 결과, 보은 2, 충주·음성·영동·진천·청원에 각 1개씩 등 총 7개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영동군 양강면 가곡리의 '말무덤이'에는 구체적인 전설이 남아 있다.

총람은 '임진왜란 때 이의정 장군이 진주성 싸움에서 전사하자, 말이 주인의 옷을 물고 와서 죽은 자리에 그 말의 무덤을 썼다 함'이라고 서술했다.

키득키득! 웃음이 나올 정도의 재미있는 도내 말지명으로는 '말이 굴렀다'는 뜻인 '말구리형' 지명이 있고, 도내 6개 곳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6>

<표6> 충북도내 '말구리형' 지명

음성 감곡의 말구리재, 금왕읍의 말구리고개, 음성 원남의 말둥구리, 충주 수안보·진천 백곡·청주 월오동의 같은 지명인 말구리재 등이 이에 대당하고 있다.

총람은 이중 음성 '말구리고개'에 대해 '금왕읍 기령리에서 무주리로 넘어가는 고개. 옛날에 말을 몰고 가다가 이 고개에서 굴러 떨어졌다고 함. 달리 말부리고개라고 함'이라고 적었다.

영동 양강면의 '마이곡'과 청원 현도의 '말둥범' 지명도 구체성과 재미를 동반하고 있다.

총람은 마이곡에 대해 '양강면 내만 서북쪽에 있는 마을. 말귀처럼 긴 골짜기 위치하여 임진왜란때 만명이 숨어 피란했다고 함. 따라서 만은실로도 불림'이라고 서술했다.

그리고 말둠벙에 대해서는 '현도면 시동리에 있는 둠벙으로 말이 빠져 죽었다 함'이라고 적었다.

1750년대 그려진 '해동지도'는 보은 속리산 말티고개를 '말'과 관련이 있다는 의미로 '馬峙'(마치·원)로 표기했으나, 일부 어문학자들은 말티고개의 '말'을 '크다'라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팔상전을 '오층각'이라고 표기한 것도 보인다.

'말' 자가 들어간 도내 지명 중 학문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것도 있다. 속리산 법주사의 산중 입구로 상징되는 '말티고개'는 고문헌이나 지도에 '馬峙'(마치)로 기록돼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견 '말티'의 '말'이 '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일부 어문학자들의 견해는 다소 다르다.

순우리말 '말'은 '크다'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언중들은 지금도 큰 벌을 '말벌', 큰 조개를 '말조개'라고 부르고 있다.

'말'의 반대는 '갈'이나 '쇠'로 '갈대'(작은 대나무), '갈가마귀'(작은 가마귀), '쇠백로'(작은 백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설이 맞다면 충북 고개의 상징은 말티고개는 말과 관련된 고개가 아닌 '큰 고개'라는 뜻을 지닌 것이 된다.

이밖에 한자 '馬' 자가 들어간 고개로는 음성 백마령(白馬嶺), 영동 도마령(蹈馬嶺) 등이 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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