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확률상 던지면 '개', 굴리면 '걸'이 많이 나온다"

윷놀이의 윷은 한자 '柶'…4개 나뭇가락 놀이란 뜻
이순신 난중일기에 17번 점,…그중 14번은 윷점
안 좋은 점괘 나오자 수군의 진 다른 섬으로 옮겨
이색 "전략전술 무궁하니 턱이 빠지도록 웃는다"

  • 웹출고시간2014.01.28 19:42:07
  • 최종수정2014.01.28 19:42:07

윷놀이는 단순한 민속놀이 같으나 팔힘에 의한 운동에너지, 윷가락 자체가 갖는 무게, 바닥면에서 생기는 마찰력이 연동적으로 작용한다.

윷은 우리 민족이 정월에 즐겼던 고유의 민속놀이로, 다소 줄기는 했지만 지금도 촌로들은 이를 즐기고 있다. 윷놀이가 어느 때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하여서는 정확한 정설이 없다.

다만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李瀷)은 성호사설 사희조(柶戱條)에서 '윷놀이를 고려의 유속(遺俗)으로 본다'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 당나라 이연수가 지은 북사( 北史)의 열전 백제조는 약간 다르게 기술했다.

'투호·저포·배주·악삭 등의 여러 가지 오락이 있었는데, 특히 바둑을 좋아한다.(投壺 저(노름저)蒲 弄珠 握삭(쌍륙삭) 等雜 尤尙奕기(바둑기).'-<北史 백제조 일부>

민속학자들은 이중 '저포'가 오늘날의 윷놀이와 유사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 윷놀이의 기원은 적어도 삼국시대로 올라간다.

국어학자들이 만든 한국언어지도를 보면 윷에는 사투리가 존재한다. 우리고장 충북에서는 윷을 'ㅊ'받침의 윷으로 발음하고 있다. 이것이 표준말로 충청, 경기, 강원, 경상도 등 대부분의 지방에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전라도와 제주도 그리고 거창, 산청 등 경남 일부 지방에서는 윷의 고어인 '숫'이나 '숯'으로 발음하고 있다. 이는 '무수'가 '무우'를 거쳐 '무'로, '가새'가 가위로 변한 것과 같은 모습이다.


윷가락을 던졌을 때 나오는 말의 호칭은 도·개·걸·윷·모로, 동물의 명칭를 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도'의 원말은 '돝'으로, 돼지(豚)를 의미한다. 아직도 도내 일부 촌로들은 종돈(種豚)을 '씨돝'이라 부르는 경우가 있다.

또 도토리는 '돝애밤'이 변한말로, 돼지(멧돼지)가 먹는 밤, 그리고 돌고래의 어원은 '돝고래'로 돼지고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개'는 집에서 키우는 개(犬)로 볼 수 있으나 '걸'은 바로 와닿지 않는다. 어문학자들에 따르면 지금의 양(羊)을 옛날에는 '걸'이라고 불렀다. 자전을 펴면 '숫놈양 결' 또는 '거세한 흑양 갈(羊+曷)' 자를 만날 수 있다. '걸'은 '양'을 의미하고 있다.

'윷'은 다소 복잡하다. 앞서 윷의 한국언어지도를 언급할 때 전라도와 제주도 그리고 거창, 산청 등 경남 일부 지방에서는 윷의 방언으로 '숫'이나 '숯'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점이 힌트가 되고 있다. 어문학자들에 따르면 소(牛)은 방언은 슈·슛·슝·쇼 등이다. 어문학자들은 'ㅅ'이 'ㅇ'으로 변하면서 지금의 '윷'으로 고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윷'은 소를 의미한다.

'모'도 바로 와닿지 않는다. 달리는 말(馬)의 사투리로는 '몰', '모' 등이 있다. 지금도 제주도에서는 말을 아래아(·)의 모음으로 발음하고 있다.

어문학자들은 '멀'에 가깝게 발음되는 아래아 모음의 '말'이 후대로 내려오며 'ㅗ'음으로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는 달리는 말을 의미하고 있고, 실제 말은 돼지, 개, 양, 소 등과 비교해 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러나 우리는 '모놀이'가 아닌 '윷놀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도·개·걸·윷·모 할 때의 '윷'과 윷놀이 할 때의 '윷'은 그 뜻이 다르다. 앞서 설명했듯이 도개걸윷모 할 때의 윷은 가축인 소(牛)를 의미한다.

그러나 윷놀이 할 때의 윷은 4개의 나뭇가락을 의미한다. 자전을 보면 윷의 한자인 '윷 사' 자는 '柶'으로, 나무목(木)과 넉사(四) 자의 결합으로 돼 있다. 바로 윷놀이는 4개의 가뭇가락으로 노는 놀이라는 뜻이다.

우리말 가락은 가늘면서 긴 것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손가락, 엿가락, 젓가락 등이 이에 해당하고 설날을 대표하는 음식인 가래떡의 '가래'도 '가락'이 변한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윷놀이 외에 윷으로 점을 많이 봤다. 성웅 이순신이 쓴 난중일기에 윷점을 치는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난중일기에는 모두 총 17번의 점치는 내용이 등장하고, 이중 14번은 윷점이다. 이순신은 1594년 7월 13일자 일기를 이렇게 적었다.

"저녁내내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릴지 개일지를 (윷)점쳤더니 뱀이 독을 토하는 것과 같다는 괘(如蛇吐毒之卦)가 나왔다. 앞으로 큰 비가 내릴 듯하니 농사일이 매우 걱정된다. 밤에 비가 퍼붓는 듯이 내렸다"라고 썼다.

이순신 장군은 군사적인 결정을 할 때도 윷점을 보곤 했다. 또 이순신은 1594년 9월 28일자 난중일기를 이렇게 썼다.

"새벽에 촛불을 밝히고 홀로 앉아 적을 치는 일로 길흉을 점쳤더니 처음에는 활이 화살을 얻은 것과 같다(如弓得箭)는 괘가 나오고 다시 점을 쳤더니 산이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다(如山不動)는 괘가 나왔다. 바람이 불순해서 진을 흉도 안쪽 바다로 옮겨서 머물렀다."

윷점은 세번을 던져 이때 얻은 경우의 수를 64괘에 대입했다. 가령 걸·모·걸은 '건괘'로 '行人得路, 즉 '행인이 길을 얻었다'라고 길하게 해석했다. 반면 '개·도·도'는 '대유괘'로 '日入雲中', 즉 '해가 구름 속에 들었다'라고 흉하게 풀이했다.

윷놀이는 단순한 민속놀이 같으나 과학적인 접근과 해석도 가능하다. 먼저 일반적인 윷가락은 위는 곡면. 아래는 약간 깎아낸 평면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윷가락에는 사람의 팔힘에 의한 운동에너지, 그리고 윷가락 자체가 갖는 무게, 여기에 바닥면에서 생기는 마찰력이 연동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태에서 윷가락을 굴리면 이론상 곡면대 평면 출현 확률이 0.564대 0.436이 된다고 한다. '걸'이 가장 많이 나온다는 뜻이다.

윷가락은 동력이 떨어지면 앞으로나 뒤로 넘어지려 한다. 이때 윷가락이 굴려진 상황에서는 곡면이 있는 쪽(X자 표시), 즉 '개'보다는 '걸'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윷가락은 굴릴 수도 있지만, 던지는 경우도 많다. 이때는 확률이 달라지게 된다. 윷가락을 던지면 굴러가는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 즉 평면 마찰력이 상대적으로 적게 작용하게 된다.

이때의 곡면대 평면 출현 확률은 0.372대 0.627로, X자가 표시되지 않은 평면출현 확률이 높아진다. 즉 걸보다는 '개'가 더 많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이는 통계학적인 이론으로, 평면과 모서리를 어느 정도 깎아느냐, 또 3개를 먼저 던지고 하나를 나중에 놓는 방법 등 확률적으로 무수한 변수가 발생한다.

고려시대 이색이 윷과 관련된 멋진 시를 남겼다.

'동방의 풍속이 예로부터 세시를 중히 여겨 / 흰머리 할범 할멈들이 아이처럼 신이 났네 / 둥글고 모난 윷판에 동그란 이십팔 개의 점 / 정과 기의 전략 전술에 변화가 무궁무진하니 /…/ 노부가 머리를 써서 부려 볼 꾀를 다 부리고 / 가끔씩 다시 흘려 보다 턱이 빠지게 웃노매라.'

/ 조혁연 대기자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