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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인정하는 '사랑' 뜻 풀이 1년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가

표준국어대사전,좋아하는 주체 '남녀→상대→남녀'로 바뀌어
"성적 소수자 권리 무시론" "동성애 옹호 비판론" 간 오락가락
애인,애정,연애,연인 등 4가지 관련 단어도 덩달아 뜻 풀이 변경
옥스퍼드,웹스터 등 영어사전에는 남녀 구별 없어 우리말과 대조

  • 웹출고시간2014.04.11 09:05:04
  • 최종수정2014.04.11 16:18:02
국내에서 가장 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국어사전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받는 자료를 방문객들에게 제공한다. 기자는 10일 오후 이곳에서 '사랑(Love)'이란 단어를 입력했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3가지 뜻이 나왔다.

1 .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2 . 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
3 .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4 . 열렬히 좋아하는 상대.

이번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자료를 제공받는 또 다른 포털사이트 '다음'의 국어사전에서 '사랑'을 입력했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답이 나왔다.

(1)어떤 상대를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관계나 사람.
(2)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마음을 베푸는 일.
(3)어떤 대상을 매우 좋아해서 아끼고 즐기는 마음.
(4)[기독][천주] 하느님이 사람을 불쌍히 여겨 구원과 행복을 베푸는 일.

하지만 정부기관인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누리집)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날 현재 사랑의 뜻 풀이가 이렇게 돼 있다.

「1」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3」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4」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또는 그런 일.

◇'사랑' 뜻 1년만에 원점으로
2개의 포털사이트 사전에는 전혀 없는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란 뜻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된 배경은 뭘까.

당초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사랑의 뜻풀이가 6가지로 돼 있었다. 현재와 같은 4가지 외에 '「5」성적인 매력에 이끌리는 마음,또는 그런 일' '「6」열렬히 좋아하는 대상' 등 2가지가 더 있었다. 그러자 지난 2012년 6월 권예하 씨(23·여·경희대 언론정보학과) 등 대학생 5명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를 통해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사랑' 등 단어의 정의가 남녀 관계에만 한정돼 있어 성적 소수자의 권리가 무시되고 있다"고 주장,사전적 정의를 고쳐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그해 11월 '사랑'의 뜻풀이를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꿨다. '남녀'라는 표현을 없앤 것이다.
당시 국립국어원은 연인, 연애, 애인, 애정 등 사랑과 관련된 4개 단어도 함께 뜻 풀이를 수정했다. 국립국어원은 "과거와 달리 성적 소수자들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으나,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정식으로 공표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동성애 옹호가 아니냐"라고 주장하며 기독교 보수단체들이 반발했다. 한국교회연합은 지난해 10월 국립국어원에 보낸 공문을 통해 "사랑 등 5개 단어를 정의하면서 '남녀' 또는 '이성'이란 표현을 모두 삭제함으로써 의미를 모호하게 하는 것은 물론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수정을 요구했다. 결국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11월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5가지 단어(사랑,애인,애정,연애,연인)의 정의를 '남녀'가 포함된 당초대로 환원시켰다.

국립국어원은 "사랑과 관련된 단어들의 뜻 풀이가 포괄적 방향으로 수정됐으나, 2013년 10월 수정된 뜻 풀이가 동성애를 조장·방조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언어학,사전학적 관점에서 재점검했다"라며 "일반적 사랑을 1번 뜻풀이로 하고,전형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남녀 간 사랑을 4번으로 뒀다"라고 1년만에 재개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동성애자단체 등 반발
하지만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최근 성명을 내고 "사랑의 뜻풀이를 '남녀'간으로 한정한 국립국어원의 재개정은 명백한 성소수자 차별"이라며 " 동성 간 사랑은 '사랑'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무지개행동에는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망할 세상을 횡단하는 LGBTAIQ 완전변태, 30대 이상 레즈비언 친목모임 그루터기,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연분홍치마,언니네트워크, 이화 레즈비언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등 20여개 단체가 가입돼 있다.

2012년 '사랑'의 사전적 정의를 고쳐 달라고 요구했던 경희대생 권예하 씨 등도 반발하고 나섰다. 권 씨는 "1년만에 원점으로 돌아가다니 굉장히 실망스럽다"라며 "온라인 서명운동이나 피켓 시위 등을 벌여 재개정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영어에는 남녀 구분 없어
영국 옥스퍼드(Oxford) 영어 사전에는 사랑(Love)에 대한 뜻 풀이가 6가지 나열돼 있다. 하지만 남녀를 구분해 명시한 내용은 없다. 미국 웹스터(Webster)에도 7가지 뜻 풀이 가운데 첫 번째로 'a feeling of strong or constant affection for a person(어떤 사람에 대한 강하거나 영원한 애정)'이 있으나,남녀에 관한 것은 없다.

한편 미국 연방의회가 1996년 통과시킨 결혼보호법(The Defense of Marriage Act·DOMA)에는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고 명시돼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남성과 여성이 결합한 것만 결혼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세종 / 최준호기자 choijh5959@hanmail.net

충남 보령시 외연도 상록수림에 있던 '사랑나무'. 하지만 이 나무는 안타깝게도 2011년 서해안에 불어닥친 태풍으로 죽었다.

2011년 태풍 피해로 죽은 보령시 외연도 상록수림 '사랑나무.

ⓒ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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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홈페이지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사랑'의 뜻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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