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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재능나눔 - 장홍원 前 청주시자원봉사센터장

"매일 청소하듯 봉사해야 참맛"

  • 웹출고시간2014.12.15 19:42:56
  • 최종수정2014.12.15 19:42:56

충북 광화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장홍원 센터장

ⓒ 윤기윤기자
"깨끗한데 뭘 청소해요?"

충북 광화원의 복도를 청소하는데 난데없이 한 아이가 묻는다.

복도 벽면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안내 봉을 잡고 걷던 아이가 멈춰선 채,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가 많거든. 잘 보이지 않는 먼지들을 청소하고 있는 중이야."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해 놓고, 바라보니 아차 싶었다.

아이는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아니던가.

순간,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지 못하는 아이에게 '넌 보지 못하니까, 먼지가 없다고 말하는 거야.'라고 마치 핀잔을 준 것 같아서 못내 마음이 아팠다.

그때 내 표정의 변화를 읽었던지, 함께 청소하던 장홍원(57·전 청주시자원봉사센터장)씨가 슬쩍 위로의 말을 건넨다.

"우리라고 다 보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가 보려고 하는 것만 보이는 겁니다. 봉사를 통해 보이지 않던 세상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행복한 일 아닐까요·"

통합청주시가 출범되면서 불과 1년 남짓 4대 청주시자원봉사센터장을 역임했던 장홍원(57)씨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봉사의 삶은 여전히 순항중이다.

현직에서는 물러났지만, 그는 다시 봉사현장에 백의종군했다.

지난 해, 중국자원봉사현장체험을 위해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함께 했던 봉사자들과 봉사모임도 결성했다. '상하이봉사단'이다.

각종 봉사단체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펼치는 단체회장들끼리 다시 한 달에 한번 모여 봉사활동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모임의 시작은 작은 감동으로부터 출발했다.

"중국에서 동료인 양부미자 봉사자가 갑자기 차안에서 구토를 하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때 끝까지 헌신적으로 그녀를 돌봐준 사람은 장홍원 센터장이다. 타지에서 누구나 자신의 시간과 일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같은 봉사자 입장에서 많은 감동을 줬다."

청나봉사회 원종연(58)회장의 전언처럼 작은 감동 하나가 또 다른 봉사회를 탄생시킨 것이다.

상하이 봉사회는 작년 12월에 결성해 매달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꽃동네를 비롯해 광화원 등 어려운 시설 단체를 찾아 수요자의 요구에 맞는 봉사활동을 펼친다.

현재 장홍원 前 센터장은 꾸준히 자신이 아는 수요처(어려운 이웃)와 공급처(봉사자)를 이어주는 교량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게 이어준 봉사단체와 함께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봉사는 연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한때 적선하듯 일회성으로 끝나면 봉사의 참맛은 알지 못합니다. 꾸준히 시간을 내서 규칙적으로 하다보면 보약을 먹은 것처럼 마음의 살이 올라옵니다."

자원봉사센터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애초에 그렇게 규정되었고 현재도 그 전통은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센터장이란 자리는 자신의 정치적 발판으로 삼기에 최적인 모양이다. 자신이 지원해서 센터장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 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더 좋은 조건의 자리가 보이면 미련 없이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지난 7월, 통합청주시가 출범되면서 자원봉사센터장직에서 물러났다. 달이 차면 기울듯, 물러나 자신이 알고 깨달은 봉사의 삶을 묵묵히 이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흰 눈처럼 정결해 보인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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