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청주읍성 깃발 어디로 갔나

시, 행사후 도난 우려 '비밀창고' 보관
제작 과정서 대나무 깃대 시민이 훔쳐가
충청도병마절도사 주둔 역사적 자존심 지켜야

  • 웹출고시간2013.12.12 19:52:29
  • 최종수정2013.12.12 19:52:29

지난 11일 준공식 때 깃발이 웅장하게 내걸린 청주읍성(위). 준공식 이튿날 깃발이 모두 사라진 모습.

102년 만에 되살아난 청주읍성. 지난 11일 역사적인 복원 준공식이 끝나자마자 읍성 꼭대기에 걸렸던 깃발 6개가 사라졌다. 누가 훔쳐가기라도 한 걸까.

다행히 그렇진 않다. 사실은 행사 주최 측인 청주시가 숨긴(?) 것이다. 도난을 우려해서다.

충분히 그럴만한 사연도 있다. 깃발을 걸기 위한 깃대를 대나무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도난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활과 활촉을 만드는 궁시장(弓矢匠) 양태현씨가 휘어있던 대나무를 길게 펴는 작업을 마친 뒤 고인쇄박물관 뜰에 보관했는데, 누가 9개 중 5개를 훔쳐가고 말았다.

이 사건 후 깃발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제작됐다.

충북대박물관과 논산군사박물관에 1쌍씩 보관돼 있는 강원지역 조선 후기 사명기와 영장기를 토대로 각종 기록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때 조각보를 제작한 김성심 침장(針匠)이 책임 제작을 했다. 글씨는 서예가 이희영씨가 썼다.

우여곡절 끝에 깃발 게시 행사를 마친 청주시는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비단으로 만들어져 재료비만 350만원이 들어가고 제작 기간만 한 달가량 소요된 깃발만큼은 보호해야겠다고 판단, '비밀창고'에 보관키로 했다. 대신 값싼 천으로 복제품을 만들어 상시 게시하고, 진품은 읍성축제 같은 큰 행사 때만 걸기로 했다.

청주시가 이 정도로 귀한 대접을 할 만큼 깃발은 역사적 가치가 높다.

첫 번째로 오른 충청도병마사명기(忠淸道兵馬司命旗)는 조선시대 충청지역의 방어를 책임졌던, 오늘의 육군 총사령관 격인 충청도병마절도사의 깃발이다. 크기만 가로 79㎝, 세로 2m62㎝에 달한다.

원래 충청도병마절도사 본영은 해미에 있었으나 효종 2년(1651년)에 청주로 옮겨졌다. 지금도 중앙공원에는 본영의 정문인 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이 남아 있다.

사명기 옆에 내걸린 영장기(營將旗) 5개는 지금의 사단장 깃발에 해당한다.

조선시대 충청도병마절도사 본영 산하에는 오늘날 사단급에 해당하는 5개 영(營)이 있었는데 중영은 청주 육거리 제일교회 터, 좌영은 해미, 우영은 공주, 전영은 홍주(홍성), 후영은 충주에 각각 주둔했다.

직사각형 형태의 사명기와 달리 정사각형(가로 1m76㎝, 세로 2m14㎝)에 가까운 영장기는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을 따른 한국의 전통색상인 오방색(五方色, 청(靑)·적(赤)·황(黃)·백(白)·흑(黑))을 썼다.

모두가 뒤늦게 복원·제작된 깃발이긴 하나 총사령관과 사단장의 깃발을 잃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軍), 나아가 청주의 자존심을 잃는 것과 같다. 시민들이 성숙된 자세로 깃발을 보살펴야 하는 이유다.

/ 임장규기자 imgiza@naver.com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