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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4.10 16:02:59
  • 최종수정2014.04.10 16:02:59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

몇 주 전 압구정 지하철역에서 2번 출구인가 3번 출구로 나올 때의 일이다. 흥행을 했지만 아직도 뚜벅이인 나는 늘 그랬듯이 어둡고 탁한 지하세계에서 밝고 탁한 지상세계로 계단을 오르는데, 참 고마운 일이 생겼다. 내 앞에서 걸어 올라가는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선명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퍼지는 느낌의 치마는 큼지막한 주름이 있었고, 두께감이 있는 소재에 진남색이었다. (사실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내가 고마움을 느낀 건 저런 치마를 입고도, 가리지 않고 올라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평지를 걸을 때도 보이는 허벅지 외에 뭔가 더 보인 것은 아니다. 단지 뒤를 가방 같은 걸로 가리고 올라가는 여자들을 뒤따라 갈 때 준범죄자 내지는 준변태, 완전속물로 취급되는 느낌을 받다가 맘 편히 올라가는 그 느낌이 고맙고, 새롭기까지 해서 기억 저편에 저장해 두었을 뿐이었다.

그 기억을 다시 더블 클릭하게 된 건 오늘 시네마텍에서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라는 영화를 봤기 때문이다. 나루세 미키오 감독은 박찬욱 감독이 '친절한 금자씨'에서 빵집 이름을 '나루세'라고 할 정도로 좋아한다고 하여 일반인에게도 유명해진 감독이다. 내가 계단에 오르는 여자들을 유심히 보는 것도 나루세 미키오 감독에 대한 '오마쥬'적 행동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아니 뒤늦게나마 알게 돼 다행스럽고 고마웠다.

어두컴컴한 영화관 안에서 영화를 숨죽여 보는 이유는 인간의 본능중 하나인 관음증 때문이라고 한다. 모두들 침묵속에서 영화를 보지만 머리와 가슴속에서는 전부 다른 생각과 느낌들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이다. 그러다 어떤 장면을 보며 더욱 침묵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숨이 일순간 멎는 그 느낌을 통해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스런 생각과 감정을 영화 속의 캐릭터와 나누며 우리는 다양한 죄의식과 속박에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의 그 오묘한 느낌들을 영화의 제목으로까지 쓴 나루세 감독을 보며 참으로 경탄을 금치 못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 제목에 관심을 갖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으며, 동시에 제목만으로도 해방감을 갖지 않을 남자가 또 어디 있으랴. 그 당시 여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는 꽤나 흥행했을거라 생각이 된다.

시네마텍이란 곳에서 영화를 봤다고 썼으니 시네마텍이란 곳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는 글을 덧붙여야 할 거 같다. 이 단어에 대해 생소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가 자동계단을 오를 때

4년 전 트위터에 이런 글이 올라있는 것을 봤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볼 예정. 천국의 에스컬레이터 감독이라기에 그 영화 재밌었으니까. 금요 단편 극장 가끔 보러 갔었는데. 되게 오래됐다" 이 글을 쓴 이는 천국의 에스컬레이터와 나와 금요단편극장을 연관시켜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참으로 놀랍고, 흥분되는 신기했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6년은 처음으로 일반 관객을 만난 날이다. 그 전에도 '천국의 에스컬레이터'라는 단편 영화를 들고, 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난 적은 있지만, 일반 영화처럼 일반 극장에서 일반 티켓을 끊은 일반 관객과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금요단편극장'이라고 딱 하루하는 이벤트였지만 '관객이 꽉 차면 나한테 얼마 떨어질까'라고 생각해보기도 했던 현실감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객석이 2/3이상 비어 있었지만 낙원상가의 '허리우드 극장'이라고 해야 더 쉽게 알 수 있었던 '서울 아트 시네마'와 나와의 첫 개인적인 첫 만남은 첫 키스 보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웃긴 건, 그러면서도 그 곳이 시네마텍인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그땐 시네마텍이라는 말뜻도 몰랐다. 예술영화 상영관의 다른 말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곳(서울아트시네마)에선 다른 곳들과 다르게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류승완 같은 거물급 감독들의 출몰도 종종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 당시엔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었고, 만약 그 분들과 같이 영화 보면 기분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아무튼 시네마텍을 위키백과에서 검색해보기도 했었는데. 쉽게 말해 '필름보관소'란 뜻이다. 텍(테크)이란 말은 디스코텍이나 콜라텍의 텍과 같은 말이었다. 이제 좀 와 닿지 않나·(웃음) 더 쉽게 말해 일반 극장은 필름을 상영하고 버리거나 되돌려 주지만 시네마텍을 보관해놓기 때문에 언제든 보고 싶을때 보고 싶은 영화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고전 영화들과 희귀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당시 서울에 한 곳뿐이 그 곳이 재정적 문제로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도 알게 됐었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때 유명한 감독들과 배우들이 '맥스'라는 맥주의 광고를 찍으며 출연료를 전액 기부하기도 했었다. 그때까지 임대해서 쓰던 시네마텍을 차라리 전용관을 지어 살리자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4년이 지난 지금 시네마텍은 어떤 상태일까? 여전히 전용관은 엄두도 못내고 있고, 여전히 임대료 때문에 위기라고 한다. 달라진 것은 없다.

서울의 이야기라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류로 대변되는 한국문화가 세계를 들었다놨다하는 이 판국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시에서도 상업적인 문화외에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 현상은 아주아주 기이하고 비참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이 그럴진대 하물며 다른 곳의 문화적인 척박함은 더 말로 해서 무엇일까 싶다. 이럴 때 오히려 충북의 어느 도시에서 시네마텍을 소규모로라도 만들어서 보란 듯이 운영한다면 다른 많은 도시들에 자극이 될 수 있고, 충북인의 문화적 자부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위치도 좋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가운데 땅! 시의 적절하게 선거 공약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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