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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5.01 15:13:28
  • 최종수정2014.05.01 15:13:28
세월호가 멈추고 뒤집히고 가라앉기 시작한지 2주일이 지났다. 2주일간의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쉼 없이 반복되어 나오는 뉴스는 시간이 흐르는 건지 시간이 반복되는 건지 혼란을 주다 아예 정신 줄을 놓게 만든다. 정말 그 시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단 30분만이라도 모두들 정신 바짝 차리고 제 위치에서 움직였더라면... 지금이라도 시간을 잠시 멈출 수만 있다면... 시간 외에 모든 것이 멈춘 아...대한민국에서의 삶은 40년을 살아도 시차적응이 쉽지가 않다.
 

양해의 말씀부터 구하자면 격주에 한 번씩 글을 써야하는 필자 또한 모두와 같이 넋 놓고 있다 오늘 아침 프로에서 구명조끼가 모자라 학생들 먼저 입히고, 부모와 남자친구에게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떠난 2년차 여선생님의 사연을 듣다 신문사의 전화를 받고서야 원고 마감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렇게 저렇게 뒤엉킨 시간에 혼이 빠지고, 화가 나고, 원망을 하다보니 '세월'호라는 이름이 참으로 야속하게 들린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웃나라에서 A-Line이라는 가벼운 이름으로 잘 만 떠다니던 배 아니었던가.
 

결국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됐건 우리에게 또 하나의 무거운 한(恨)으로 남을 이번 일로 인해 필자는 변명 아닌 변명으로 이번 주를 쉬고자 한다. 지면은 비워둘 수 없으니 3년 전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개봉하고 난 1년 후의 소회를 적을 글로 채울 수 없는 공간을 메울 수밖에 없음을 독자분들게 거듭 양해 부탁드린다.
 

이상하게 시간은 반복되는 것 같다. 지금도 차기작 준비로 1년여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찌나 김복남 이후 차기작 준비로 1년을 보냈던 시간과 흡사한지....내가 쓴 글이지만 다시 읽으며 만감이 교차하고, 그때 깨달았던 것을 잊고 있다 다시금 깨닫게 되기도 한다. 인간은 어리석을 수밖에 없는 걸까· 시간이 지난다고 더 성숙해지긴 하는 걸가· 많은 자책과 자괴감이 드는 아침이다. 그러면서 또 한 번 깨닫는다. 과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가 잊어버릴 뿐이지. 불과 몇 4년 전 천안함, 그리고 21년 전 서해훼리호...내가 두 눈으로 티비를 통해 본 대형 선박 참사만 두 번이다. 선박 사고 외의 참사는 올 초 경주 체육관 지붕 붕괴부터해서 셀 수도 없다.
 

어쩌면 모든 답은 과거에 있고, 우리의 상처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개인적으로도 2주라는 시간동안 과거를 돌아봐야 할 것 같다. 2주후부터는 달라진 모습으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며 벌써 3년 전, 2011년에 썼던 글을 올린다.
벌써 1년

2002년 '플라스틱트리'와 '해안선'으로 영화계에 입문해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신부수업'으로 쉴 새 없이 이어지던 조감독 생활을 2004년 정리하고 감독 준비에 들어갔다. 5년여의 감독지망생 (백수, 폐인, 낙오자, 빈대, 호로자식, 미친 놈...) 생활 끝에 2008년 가을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하 김복남 혹은 복남이)이 드디어 영진위 HD영화 제작지원작에 선정된다.

3억 원이란 지원금을 받고도 추가 투자는 쉽지 않았다. 캐스팅도 난항이었다. 시간은 어느 새 지원금 소멸 시기까지 다가왔고, 다급해진 우리는 안 가본 투자사, 제작사가 없을 정도로 필사적으로 돌아다녔다. 방송 쪽 프로덕션은 물론 돈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이면 한번 만난 사람한테까지도 전화를 걸었다. 하늘이 우는 애에게 젖을 준건지 땅이 재갈을 물린 건지 결국 지원금을 받은 지 1년 만인 2009년 가을 김복남은 크랭크 인 한다.

지원작에 선정만 되면...투자만 되면...크랭크 인만 하면...다 될거라 생각했던 영화는 또 다른 관문 앞에 마주선다. 편집이다. 편집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달려들었고, 만신창이가 된 영화를 1차 배급 권리를 가진 회사가 보고 '노'를 했다. 여기서 '노'는 '노발대발'의 준말이다. '뭔 영화를 이따위로 만들어 왔냐'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복남이를 자기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단관 개봉하거나 아예 배급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작은 영화의 운명이란 이런 것이다. 떡 주무르듯 주무르기도 쉽고, 재채기에도 전복 될 수 있으며, 미련 없이 버리기도 좋다. 하루아침에 사생아가 된 복남이를 끌어안고, 울어도 떼써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복남이를 살리기 위해서인지 내가 살기 위해서 인지 따질 겨를도 없이 다급히 다시 편집을 하고, 번역을 하고, 자막을 입혀 칸 영화제에서 온 심사관에게 보여주었다. 보여준다고 말하면 비웃거나 못하게 할까봐 몰래 보여주었다. 다행히 초청 통지를 보내왔고, 복남이는 해외 입양을 가서야 빛과 사람들을 보게 된다.

칸만 가면 다 될 줄 알았던 복남이는 또다시 난관에 부딪친다. 나머지 배급사들이 서로 배급하려고 할 줄 알았는데. 서로 배급 안하겠다고 난리였다. 그렇게 몇 개월을 떠돌던 '떠돌기 전문' 복남이는 크랭크 인한지 딱 1년 째 되는 2010년 가을에야 개봉을 하게 된다. 30개관에서 시작해서 2주차에 100관까지 극장수가 늘었지만 그 다음 주 추석 시즌이 되자 스크린은 추풍낙엽, 아니 가을 대추나무 털리듯 대형 배급사들의 장대에 털려나갔다. 그나마 몇 개 남은 스크린은 어떤 누나들 손등을 간질러 주고 싶었는지 몰라도 제멋대로 퐁당퐁당 튕겨져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상은 많은 것을 보상해주었다. 한가하던 한가위 차례상과는 달리 신인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관객상 등으로 이듬해 설 차례상은 제법 푸짐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상금이 없는 영화상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거. 세배했더니 세뱃돈은 안주고 덕담만 들은 기분이랄까· 물론 상복에 겨워 드는 생각이리라. 하지만 남루한 영화인들에게 액수를 떠나서 위로금을 주는 것은 정말 심심한 위로가 된다. 인기스타상이니 뭐니 해서 탑 배우나 가수에게 타고 다니지도 않을 국산 승용차를 주는 협찬사에 제안을 하고 싶다. 그런 물건은 스텝에게 주길 바란다. 상의 가치와 홍보 효과도 훨씬 높아지고, 생색내기도 몇 갑절 더 좋을 거다. 나를 달란 말이다.

아무튼, 개봉 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고, 외국 영화제의 한 귀퉁이에 서기도 하며 공사가 다망한 시간들을 보낸 지 어느덧 또 1년이 되었다. 몇 개 특강을 나간 것을 제외하면 금전적인 수입은 0원이었으니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공사가 다 망했다고도 할 수 있다. 영화로 돈 벌어 고생한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돈 많이 안 번 게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그래도 한번쯤은 돈 벌어서 고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발 그래보고 싶다. 그래서 두 번째 작품은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작품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내 생각이었다. 투자사에선 내 영화가 돈을 벌어주지 못할 거란 이유로 투자를 거절했다. 1년간 들인 공이 정말 공(空)되는 순간이었다.

남들이 물으면, 보류 됐다기도 하고, 연기 되었다고도 했지만, 영화판의 전문 용어로 하면 '엎어졌다'가 맞을 것이다. 그래 엎어졌다. 엎어진 거다. 물론 엎어졌다는 게 끝일 수도 있고,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운과 명에 따라 그 작품의 명운은 결정될 것이다. 그동안 왜 그렇게 감독님들이 3년 만에, 5년 만에 영화를 띄엄띄엄 찍으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젠 이해가 된다. 어느덧 김복남도 개봉한 지 1년, 촬영한지 2년, 준비한 지 3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말이다. 충무로에서 감독꼬리표를 달고 첫 돌을 보내며 배운 것이 있다. 영화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라는 것이다. 농사짓듯. 집을 짓듯. 밥을 짓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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