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태호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지역산업 일자리 전문위원장

지방자치제는 장점이 많은 제도이면서도 몇 가지의 단점을 갖고 있다. 대표적 단점이 전시행정으로 흐를 위험이다. 선거를 통해 지역민의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인 지방자치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유권자를 의식하여 눈에 잘 띄고 겉보기에 그럴듯한 치적 쌓기에 열중하는 것이다.

전시행정은 필연적으로 보다 더 많은 수의 유권자들과 관련돼 있는 사안에서 나타나기 마련이므로 여기에 행정력과 재정력이 집중된다. 문제는 행·재정력이 투자되는 양에 비례하여 지방자치의 질적 향상과 주민들의 생활 만족도가 동반상승하느냐다.

대답은 항상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고 바로 이 지점에서 지방자치제의 부정적 단면도 드러난다. 그러나 더 많은 경우 대중의 요구수준과 지방자치제의 내용성이 상호의존적이어서 이 제도가 유지되고 변화 발전한다.

이는 민주주의가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왜곡될 충분한 조건을 내재함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발명한 사회적 합의 중 가장 사람의 얼굴을 가진 정치제도라는 점에서 베스트셀러인 동시에 스테디셀러 지위를 빼앗기지 않는 이유와 같다. 이름하여 지방자치제를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 하지 않던가.

이와는 달리 대중의 강한 요구와 전시행정 차원을 넘어서는 정책적 적합성을 공인받은 사업임에도 자치단체장의 선택을 받지 못해 폐기처분 당하는 특이한 사례도 종종 등장하는 것 또한 지방자치제의 단점 반열에 든다.

오송역세권 개발사업 포기를 보자. 이 사업은 서울 지하철역처럼 '오송역'이 있으니까 역 주변을 개발하자는 단편적이고 상업적 접근으로 시작된 게 아니다. 오송역세권 개발사업은 오송을 세계적 바이오 메카로 발돋움 시키려는 원대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주요 구성요소이기에 오송보건의료단지, 충북경제자유구역,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제2산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못지않는 당위성을 인정받았다.

또 세종시, 청주공항, 수도권전철, KTX, 경부선철도, 경부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등 국가기간 인프라와 밀접히 연계되는 중심축 형성 기능이 가능하다. 이처럼 정책적 적합성, 당위성, 미래지향성, 이해관계 집단의 동의 획득에 이르기까지 빼어난 경쟁우위자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포기를 선언했다.

민간사업자 참여가 없어서 포기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이시종 도지사 취임 이후 민선 5기 충북도정의 난맥상과 행정력 부족을 감출 수 없다. 충북도가 오송역세권 개발사업 포기로 혹을 떼어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긴 세월 동안 충북도를 믿고 재산권 행사에 제한 받으며 참아 온 오송역세권 주민들의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와서 '당신들이 알아서 하시라, 행정 지원은 해 주겠다'는 태도에 주민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정책실패는 충북도정 비판에 머물지 않고 지방자치제를 불신하는 근원이 되어 '저개발의 개발' 상태가 지속되는 한편 지역 간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오송 역세권 개발사업은 민선3·4기 이원종 정우택 도지사 시절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온 최우선 정책사업으로 '향후 100년간 충북 성장 발전의 견인차'라 일컫어 지는 바이오메카의 거점사업이 일관성과 영속성을 상실한채 표류하고 있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오송 바이오메카'라는 명제가 유효한 이상 오송역세권 개발사업은 포기가 해답이 아니라 완결이라야 옳다. 지방자치제가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잠그는 데만 익숙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다가오는 민선6기의 지혜와 강력한 실천의지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